언론학회장이 본 2019 언론계 이슈
언론학회장이 본 2019 언론계 이슈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9.01.07 17: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년기획 인터뷰-커뮤니케이션을 묻고 답하다 ⓛ] 이재진 한국언론학회장

[더피알=강미혜 기자] 커뮤니케이션을 둘러싼 모든 환경이 바뀌었고 지금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미디어 간 경계는 사라지고 업의 개념은 재정의되고 있으며 학문은 융·복합의 길로 들어섰다. 변화의 연장선상에서 2019년 주목할 이슈와 현안은 무엇일까? 커뮤니케이션 분야를 대표하는 6개 학회 수장들에게 각각 세 가지 질문을 던졌다. 

한국언론학회 이재진 회장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한국방송학회 주정민 회장 (전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한국광고학회 이시훈 회장 (계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한국PR학회 이유나 회장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한국광고홍보학회 고한준 회장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사이버커뮤니케이션학회 권헌영 회장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이재진 한국언론학회 회장.
이재진 한국언론학회 회장.

2019년 주목할 언론계 이슈는.

최근 한국 언론 생태계는 ‘전쟁’이라 할 만큼 긴박하고 복잡한 상황으로 치닫는 느낌입니다. 어떤 이슈가 주목할 만한지 딱히 말하기도 어려울 지경입니다. 그럼에도 개인적으로 몇 가지를 꼽아보면 페이크뉴스(Fake News, 일명 가짜뉴스)와 통신사의 케이블 방송 합병 문제, 방송의 공영성 확보를 들 수 있습니다.

페이크뉴스는 저널리즘 생태계에 심각한 우려가 되고 있습니다. 사회문제로 부상한 만큼 정치권에서도 관련 논의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페이크뉴스에 대한 규제 논의가 한 발짝 물러난 듯도 하지만, 규제 필요성이나 입법 관련 내용은 또 나올 것이라 판단됩니다. 이런 과정에서 팩트체크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참여 언론사들도 늘어날 것입니다.

통신사의 케이블 방송 인수합병 이슈는 몇 년 전 논의의 2탄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당시에는 방송의 공공성·공익성이 강조되는 상황에서 무산됐죠. 이번엔 공공성과 함께 새로운 논리가 제시되고 그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할 텐데 안타깝게도 현재로썬 같은 논의를 반복할 듯합니다.

방송의 공공성 강화는 이를 뒷받침할 수준 높은 콘텐츠 생산이 중요합니다. 결국 재원 문제와 연결되는데 (공영방송) 수신료 인상·지상파 중간광고 도입과 연결해 풀어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네이버 새 모바일이 올해 본격 적용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개편 이후 언론계에 미칠 영향은 어떻게 전망하시는지요.

네이버의 모바일은 첫 페이지를 구글처럼 검색창만 나오게 하고 뉴스 페이지는 44개 언론사가 직접 기사를 배열하는 ‘언론사 편집’, 인공지능이 추천하는 맞춤형 ‘MY뉴스’로 개편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변화의 시작은 (드루킹 사건으로 불거진) 여론조작 혐의를 벗어나기 위한 목적이었습니다. 2개월이 좀 지난 시점에서 네이버 자체 평가로는 뉴스의 개인 이용이 더 늘어났다고 합니다. 시스템 변경에 대해선 여전히 의견이 분분합니다. 우리나라 뉴스 소비자들의 70%가 포털을 통해 뉴스를 보는 만큼, 기존 포맷에 익숙해져 있는 사람들이 처음엔 불편함도 느낄 테죠. 적응과정을 지나며 변화에 대한 이의제기는 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뉴스페이지 운영에 44개 언론만을 참여시킨 건 여론의 과점화가 우려되는 지점입니다. 네이버 구독 리스트 포함여부는 개별 언론사의 사활을 결정할 수도 있습니다. 여론의 다양성 측면에선 더더욱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인공지능 추천 뉴스도 모든 사람들에게 전달되는 (기존 방식) 뉴스만큼 인기가 없을 수 있습니다. 맞춤형 뉴스 제공 과정에서 개인정보가 활용된다는 부담 때문입니다. 익명으로 뉴스 소비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조사결과도 있습니다. 좀 더 뉴스와 여론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개편해 나가야 합니다.

얼마 전 한 래퍼가 ‘기레기레기’라는 노래를 통해 일부 언론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강릉 펜션 참사 보도에도 과도한 취재경쟁으로 여지없이 기레기 비판 목소리가 나왔는데요. 한국 언론을 지칭하는 나쁜 명사가 된 기레기 문제를 어떻게 보시는지, 그리고 현실적으로 개선할 순 없는 것인지 견해가 궁금합니다. 

언론 신뢰도가 이렇게 추락한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언론 자체를 믿지 못하겠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가장 많이 비판 받는 부분이 재난이나 사고 보도입니다. 세월호 참사 때 언론이 보여준 행태로 인해 국민적 저항이나 보이콧이 나타나면서 언론 스스로도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 와중에 우리(기자)는 하던 대로 했는데 뭐가 큰 문제냐는 태도를 보여 기레기라는 말이 등장했던 것이고요. ‘야마’(기사의 핵심 주제를 뜻하는 언론계 은어)를 버려야 저널리즘이 산다는 얘기도 나오는 것을 보면, 결국 언론의 관행적인 보도행태가 국민의 믿음을 져버리는 요인이 됐다고 판단됩니다.

더 큰 문제는 아직도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기레기 논란이 있을 때마다 몸조심하는 차원에서 자성의 모습을 보이지만 언론 관행의 원심력이 워낙 크고 광범위한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기에 대부분은 원래대로 돌아가 버립니다. 결과적으로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죠. 언론과 언론인들은 이제 제대로 보도하지 않으면 시청자, 독자의 항의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