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미디어 시대, 삼성 뉴스룸은 어떻게 진화해 왔나
기업미디어 시대, 삼성 뉴스룸은 어떻게 진화해 왔나
  • 안선혜 기자 (anneq@the-pr.co.kr)
  • 승인 2019.01.14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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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온라인 홍보 활동에서 플랫폼과 포맷, 기법 등은 달라졌을지언정 핵심 가치는 10년 전과 동일하다. 

‘가치’. 삼성 뉴스룸을 취재하며 가장 빈번하게 등장한 단어였다. 기업이 직접 미디어가 돼 메시지를 전달하는 브랜드 저널리즘의 개념조차 생소하던 시기 ‘기업미디어’란 화두를 들고 나왔던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의 도전이 올해로 10년차를 맞는다. 삼성 뉴스룸의 진화 과정을 살펴봤다. 

① 10년 전 시스템 지속하는 이유
② 삼성전자 뉴스룸의 KPI는?

[더피알=안선혜 기자] “온라인 홍보에 있어 의미를 두고 있는 것은 기업미디어다.”

2011년을 앞두고 더피알 지면을 통해 밝힌 삼성전자 온라인홍보그룹의 화두였다. 단순히 트위터, 블로그, 페이스북, 유튜브 등의 계정을 열고 SNS 소통을 하겠다는 차원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당시 삼성전자는 기업 블로그 ‘삼성 투모로우’(현 삼성전자 뉴스룸)를 오픈하고 1년이 채 안 돼 방문자수 100만명을 돌파한 시점이었다. 아직 국내에 브랜드 저널리즘이란 개념 자체가 생소하던 시기 기업이 스스로 미디어가 되겠다는 발상이었다.

▷관련 기사: 삼성전자 온라인 홍보 집중 해부

기업미디어에 도전한 지 10여년이 지난 지금, 달라진 건 무엇일까.

“어떤 채널의 영향력이 높아졌다 어떤 게 대세다, 이런 건 사실 중요하지 않아요. 우리 지향점은 10년이 지났지만 변하지 않았습니다. 대중과 직접 소통해서 우리가 전달하고픈 메시지를 진정성 있게 전달하는 것으로, 바뀐 게 없어요.”

10년 전 시스템 지속하는 이유

다소 교과서적 이야기 같지만 삼성전자는 실제 기업미디어 모델 도입 시 구축한 초창기 시스템을 지금까지도 견지해오고 있다. 대표적인 게 언론과 자사 소셜미디어 채널에 주요 소식을 동시 배포하는 소셜미디어 뉴스 릴리즈(Social Media News Release) 시스템이다.

언론에 보도자료가 나가는 동일한 시점에 소셜미디어에서 일반 개개인도 삼성의 주요 뉴스를 텍스트, 동영상, 이미지 등으로 전달받는 체계다. 오보에 대한 바로잡기나 다양한 사안에 대해 해명하고 입장을 밝히는 ‘이슈와 팩트’ 코너가 운영될 수 있던 것도 이런 시스템이 뒷받침이 됐기에 가능하다.

“소비자들에게 열린 소통을 한다는 전제 없이 우리가 필요한 것만 해명하는 채널로 쓰려했다면 당연히 반발이 컸겠죠. 삼성전자 채널은 원래 모든 주요 소식들을 디지털에 공유한다는 인식이 있었기에 가능한 서비스입니다.”

대신 해명을 할 때는 정말 여러 번의 검토를 거친다. 기록으로 남는 회사의 공식 입장이다 보니 표현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

“뉴스룸에 우리 입장을 게재하는 건 회사 타이틀을 걸고 거짓이 아니라는 일종의 ‘보증’입니다. 긍정적 기사야 표현상 다소 과장이 섞일 수 있지만, 해명성 글에는 절대 이런 요소가 없도록 정말 보수적으로 접근합니다. 스스로 리스크를 껴안고 하는 것이지만 그만큼 투명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접근입니다.” 

또 하나의 축은 ‘온라인 생중계(Live Stream)’다. 삼성전자는 신제품 발표회나 IFA(유럽 최대 국제가전박람회), CES(세계 최대 IT·가전전시회)와 같은 주요 국제 행사 때마다 생중계를 진행해왔다. 지금이야 라이브 방송이 일반화된 방식이지만 당시는 그 자체가 센세이션이었다. 직접 가지 못하는 일반 소비자들이 현장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도록 정보 격차를 줄인 시도였다. 지금은 전 세계 29개 법인 뉴스룸에서 생중계를 하고 있다.

한 사례일 뿐이지만 초기 구축해 놓은 기본 관점과 철학이 일관성 있게 추진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미디어 환경 변화로 포맷이 바뀌고 대화 요소가 추가되는 등 변주는 일어나지만, 회사 커뮤니케이션의 기본은 가치를 파는 겁니다. 우리도 모르게 젖어있는 관습이 있는데, 디지털에서조차 기존 매스미디어가 좋아할만한 것 위주로 소재를 선택하곤 해요. 굳이 언론 매체를 통하지 않아도 우리 가치를 잘 전달할 수 있는 요소를 찾아내서 소통하는 게 중요합니다.”

‘삼성기’ 뺀 브랜디드 콘텐츠

삼성전자는 최근 들어 채널 기반이 아닌 오리지널 콘텐츠 중심으로 움직이는 체계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2017년 말부터 내놓기 시작한 영화와 웹드라마 등이 그 일환이다.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 등으로 유명한 허진호 감독이 연출한 단편영화 ‘두 개의 빛: 릴루미노’, 독특한 브랜디드 콘텐츠로 인기를 끈 돌고래유괴단 신우석 감독(대표)의 웹드라마 ‘고래먼지’, 웰컴투동막골 배종(박광현) 감독의 단편영화 ‘별리섬’ 등이다. 이중 별리섬은 기업에서 만든 콘텐츠로는 드물게 조회수 1억을 달성하기까지 했다. 영상 공개 38일만이었다.

“보통 기업이 제시하는 많은 스토리는 논리적이에요. 삼성이 드림클래스를 운영하고 4만명이 다녀갔다와 같은 것들이죠. 디지털에서는 감성적으로 공감하고 터치할 수 있는 메시지 소통을 원했어요. 그래서 영화, 웹드라마라는 포맷을 선택한 거지 유행이라서 한 접근이 아닙니다. 콘텐츠를 기반으로 소통하는 건 새로운 현상은 아니에요. 다른 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도 많이 시도하고 있잖아요. 다만 우리 이야기를 많이 자제해서 신선하게 받아들여졌던 것 같습니다.”

홍보적 요소를 최대한 배제한 건 각 영상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저시력인들을 위해 자사가 만든 앱 이름인 릴루미노를 제목으로 썼지만 영화에서는 디바이스만 등장할 뿐 삼성이 만들었다는 식의 부가적 설명이 뒤따르지 않는다. 별리섬도 마지막 쿠키영상까지 봐야 드림클래스란 교육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삼성이 운영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고래먼지는 AI(인공지능)가 사라질 때만 삼성 로고가 수줍게 등장한다. 주의 깊게 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기 쉽다. 함께 작업한 감독은 기업에서 만드는 콘텐츠이기에 회사가 노출되는 부분을 신경 써서 시나리오에 넣었지만 오히려 삼성 쪽에서 덜어내자고 했다.

“온라인 특성이 원클릭 어웨이(싫으면 나가고 기대감이 없다면 다신 찾지 않는 것)인데, 재미가 없으면 바로 이탈하잖아요. 그걸 방지하려면 메시지 함량을 조절할 수밖에 없어요. 대신 웹은 일방적 소비가 아니라 댓글도 달리고 소셜에서 확산도 이뤄집니다. 작품이 좋고 메시지가 좋으면 자연스레 부가정보가 따라와요. 충분히 과하지 않게 이야기해도 요즘 이용자들은 다 알 거란 확신이 있었어요. 과하면 거부감만 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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