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시대에 라이프스타일이 답하다
변화의 시대에 라이프스타일이 답하다
  • 원충렬 (maynineday@naver.com)
  • 승인 2019.01.1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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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의 시공간] 다양성 강화와 관점의 변화…마케팅 주도권 가진 소비자, 새로운 감성 끌어내

‘브랜드의 시간과 공간’은 브랜드의 라이프스타일을 말하는 두 개의 시선을 통해 브랜딩과 마케팅 이면의 의미를 짚어 봅니다.

과거엔 라이프스타일이란 단어가 브랜딩 과정에서 강조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라이프스타일이 소비자 설득의 화두가 되고 있다. 출처: LG전자 브랜드 라이프스타일
과거엔 라이프스타일이란 단어가 브랜딩 과정에서 강조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소비자 설득의 화두가 되고 있다. 출처: LG전자 브랜드 라이프스타일

[더피알=원충렬] 사실 모든 브랜드와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하지만 10년 전 즈음으로 되돌려 보자면, ‘라이프스타일’이란 단어 자체가 브랜딩 과정에서 그다지 강조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왜 그랬을까? 어쩌면 그때까지도 사람들 각자 삶의 모습이 사실은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일 것 같다.

하지만 지금처럼 변화는 급격한데 성장은 더디고 불확실성은 높아만 가는 시대엔 정해진 기준이나 관습이 아닌 각자의 라이프스타일이 그 어느 때보다 큰 의미를 지닌다. 라이프스타일의 다양성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면도 있지만, 관점이 변했다는 표현이 더 맞을 듯하다.

문화공간의 홍수, 어떤 의미?

한국에서는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가 안 된다는 얘기를 종종 듣곤 했다. 무엇보다 라이프스타일이라는 커다란 주제에 함몰되지 않고 관통할 수 있는 철학 자체의 촘촘함이 따라주지 못한 탓은 아닐까? 그러다 보니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라는 것을 그저 가성비 좋은 홈인테리어 소품 사업, 혹은 복합문화공간 하나 만들어주는 것 정도로 인식이 되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만약 라이프스타일이라는 타이틀을 제대로 얹고자 한다면, 마땅히 갖춰야 할 삶의 구석구석에 대한 세밀한 관점과 미학이 우선일 것이다. 어떤 맥락도 없이 만들어진 문화 공간 하나, 실제로 식사를 하고 있는 시간과 전체의 분위기를 상상할 것도 없이 그저 좀 더 싸고 예쁘장한 접시, 혹은 엄청난 가성비로 무장한 이불보를 파는 것으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좁게 규정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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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확실히 소비자가 화두의 재생산과 확산의 주체가 되고 있다. 아무리 바이럴 마케팅으로 주도권을 공급자 진영으로 다시 끌고 오고자 해도, 결국 가장 큰 변화의 흐름, 즉 라이프스타일을 주도하는 것은 소비자이다.

실제로 최근 전 산업의 눈길은 밀레니얼 세대들을 향해 쏟아지고 있다. 그들의 소비성향, 가치관을 분석하고 그들이 원하는 것, 그리고 혐오하는 것이 무엇인지 분석하고 있다. 그뿐인가? 1인가구의 등장, 실버세대의 확대, 과거 비주류로 여겨지던 독특한 취향의 아웃사이더 집단인 힙스터(hipster)가 소비시장을 이끄는 아이콘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이처럼 우리에게 다가온 변화들은 필연적으로 다양한 라이프스타일로 발현이 된다.

라이프스타일이라는 용어가 생긴 것은 불과 100년 밖에 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 어떤 때보다 지금 이 시대에 다이내믹하고 다양한 모습으로 라이프스타일이라는 단어의 해석과 쓰임이 이뤄지고 있다. 자, 이제 도대체 어떻게 하란 말인가? 이렇게나 폭풍처럼 다가오고 변주되는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의 향연에서 감히 라이프스타일을 대변하거나 리드하는 브랜딩이 가능한 것일까? 어쩌면 우리는 여전히 모든 라이프스타일을 하나의 용광로로 녹이려는 무의미한 시도를 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왈츠가 담아낸 취향과 삶의 맥락

도쿄 나카메구로(中目黒)의 주택가에 ‘왈츠’라는 이름의 레트로 카세트테이프 전문점이 있다. 2017년 선정된 구찌플레이스 중 하나다. 카세트테이프뿐만 아니라 워크맨 등 휴대용 카세트 플레이어나 카세트 오디오도 판매한다. 한 편에서는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청음 공간도 있다. LP나 CD와는 또 다른 감성이다. 츠타야와도 다르고 타워레코드와도 다르다. 왜 카세트테이프였을까?

도쿄 나카메구로에 위치한 레트로 카세트테이프 전문점 ‘왈츠’
도쿄 나카메구로에 위치한 레트로 카세트테이프 전문점 ‘왈츠’

아마존 재팬에 다니던 2015년에 이곳을 오픈한 창업자는 그저 본인이 좋아서 하고 있을 뿐 특별한 것은 없다고 겸손히 말한다. 이 특별할 것 없는 공간은 그 시대를 공유하고 있는 세대들에게는 더없이 반가운 공간이다. 각자가 언젠가 소유했을 그 때 그 시절의 젊은 감성은 점점 쓸모를 잃고 몇 번의 이사를 거치며 종량봉투에 담겨 버려지게 마련인데, 기억 속 유물들이 이렇게 멋지게 존재하는 것이다.

심지어 카세트테이프는 어린 세대들에게는 접해본 적 없는 신문물이다. 완전히 새로운 경험을 보고 듣고 만져보며 여러 가지 감각으로 충족시키는 공간이 된다. 이 소울풀한 공간은 당연하게도 많은 잡지와 화보 촬영장소로 쓰인다. 최근 구찌와 콜라보까지 진행, 카세트테이프를 그린 일러스트 자체가 훌륭한 심벌처럼 활용돼 구찌 가방에 아플리케(자수 등의 덧붙임 장식)됐다. 특별한 느낌을 주는 한정판 상품으로 나와 있다. 게다가 전 세계에서 만들어지는 수많은 데모테이프가 이곳으로 보내진다고 한다.

이는 왈츠에 와야만 느껴지는 독특한 감성의 순간을 제공한다. 이미 각자의 삶에서 쌓아온 취향,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다른 특성, 다정했던 관계들을 미묘하게 자극하며 다시 현재 삶의 시간으로 안착한다.

단지 복고라는 트렌드를 말하려는 건 아니다. 라이프스타일이란 단어가 내포하고 있는 일상성이란 언제나 현재를 대변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그 광범위한 라이프스타일 속에도 반드시 특별한 감성으로 빛나는 순간이 있고, 그것은 분명 시간의 맥락을 가지고 있다. 어떤 문화공간과 예쁜 접시, 이불보 하나하나에 담긴 각자 삶의 이야기가 있을 것이고, 이것들을 밝혀냈을 때 비로소 어떤 라이프스타일인지를 말할 수 있게 된다. 이제는 미세하고 미묘하게 자리 잡은 여러 삶의 맥락에서 많은 사람들이 가치를 느낀다. 분명 좋은 흐름이다.

브랜딩도 그럴 것이다. 무수한 라이프스타일의 양태를 하나로 담아낸 저수지가 아닌, 고유의 향기와 빛깔을 가진 샘 같은 브랜드들이 계속 나타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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