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를 위한 오뚝이 정신, 유기동물 지킨다
기부를 위한 오뚝이 정신, 유기동물 지킨다
  • 이윤주 기자 (skyavenue@the-pr.co.kr)
  • 승인 2019.01.18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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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을 찾아서 ⑲] 굿임팩트

“한해 재밌게 일했는데 (매출을) 정리하다 보니 약간 우울해지더라고요. 그래도 2019년에는 기대해볼 겁니다.”

[더피알=이윤주 기자] 매년 기부금이 줄고 있다는 소식이 뉴스로 들려온다. 기부의 문턱이 높은 걸까. 이를 낮추고자 노력하는 사회적 기업이 있다.

굿임팩트는 기부를 통해 사회적인 가치를 실현하려는 플랫폼 기업이다. 홈페이지에서 제품을 구매하면 일정 부분이 기부되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이들이 지나는 문턱마다 쉬운 단계는 없었다.

하지만 도전하는 자가 아름답다고 했던가. 거듭되는 고난에도 방법을 찾았고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확신이 힘을 실어줬다. 낙관과 긍정이 가득한 이준수 굿임팩트 대표를 만났다.

이준수 굿임팩트 대표. 사진=이윤주 기자
이준수 굿임팩트 대표. 사진=이윤주 기자

기부 인식을 바꿔보자

이 대표는 20년간 시각 디자이너였다. 평소 나눔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기부에 대한 사회적 불신이 커진 세태를 안타까워했다.

쉽고 투명하게 기부하는 방법을 고민했고, 2016년 소비가 기부되는 플랫폼 ‘나누기스토어’를 제작한다.

“소비자와 기업이 함께 하는 사회공헌을 꾀했어요. 기업 입장에선 매출까지 발생시킬 수 있으니 좋죠. 상품 공급을 위해 대기업 문을 두드리고 다녔어요.”

결과는 참담했다. 단 한 곳도 긍정적으로 봐주지 않았다. 이 대표는 ‘불신’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솔직히 회사도 변변치 않고 솔루션도 완성되지 않았을 때에요. 홈페이지를 만들자마자 (기업들이) 입점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선의만으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어요. 벽이 높더라고요.”

나누기스토어 초록우산 어린이재단과 함께 하는 기부캠페인. 나누기스토어 홈페이지
나누기스토어 초록우산 어린이재단과 함께 하는 기부캠페인. 나누기스토어 홈페이지

다음 주목한 지점은 소상공인이었다. 소셜커머스처럼 소상공인이 판매하는 저녁메뉴를 팔면 어떨까 생각했고, 사무실 근처인 홍대 상권 사장님들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상인회장과 몇 달간 친분을 쌓고 협의를 거쳤다. 그러나 이번에도 결과는 썩 좋지 않았다. 가게명과 소비자 이름으로 각각 3%씩 기부하기로 했지만, 7000~8000원짜리 저녁메뉴에 몇백 원의 마진이 줄어드는 게 부담된다는 반대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상인회 회원 일부가 남는 돈도 별로 없는데 기부를 하는 게 어렵다고 하더라고요. 카드 수수료도 비싸다고 하는 마당에 (당연하죠)… 우리가 생각했던 것과 현실의 논리는 정말 달랐어요.” 열 명의 소상공인이 참여 의사를 밝혔지만 참여율이 미미해 결국 계획은 무산됐다.

기프티콘 시장에 뛰어들다

그 즈음 이 대표는 기프티콘 서비스를 하는 발송대행업체에 몸담고 있는 사람을 알게 된다. 평소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은 그는 흔쾌히 서비스를 승낙한다. “기프티콘 사업이 마진이 적어요. 커피가 5000원이면 6~7% 정도밖에 안 남아요. 이해관계자가 많거든요. 본사, 가맹점, 발송대행업체, 기부받는 수혜자 그리고 저희도 있고요. 각자 떼가면 결국 기부금은 기업 1%와 소비자 1%로 총 2%가 돌아가죠.”

당장의 마진보단 향후 가능성을 봤다. 젊은층 사이에서 기프티콘을 많이 활용하고 시장성이 있다는 점에 주목한 것.

“기프티콘 시장 규모가 1조원이라고 하면 9000억원은 카카오가, 나머지 1000억원은 다른 시장이 나눠 가지고 있어요. 만만치 않겠다고 생각했지만 멈출 순 없었어요.”

만반의 준비를 하고 이용자가 사용하기 쉬운 솔루션을 개발하던 이 대표는 얼마 지나지 않아 또 한 번 거대한 장벽에 부딪히게 된다. 판매량의 80%를 차지하는 메인 브랜드인 스타벅스, 파리바게뜨, 뚜레쥬르 등이 빠지겠다고 하면서다. “나누기스토어에 40군데 이상 들어왔는데 잘 팔리는 곳은 결국 메인 브랜드 서너 군데예요. 그런데 단가가 안 맞아서 나가겠다고 하더군요. 아무리 사회공헌이라고 해도 손해를 보고 줄 순 없으니까요.” 이후 기프티콘 매출은 한 달 10~20만원에서 1~2만원대로 줄었다.

도전과 실패의 반복

굿임팩트는 새로운 안을 고민했다. 기프티콘 사업에만 매달리지 말고 하나의 카테고리를 정하고 전문화해서 판매하자는 아이디어였다. 이들이 선택한 건 반려동물. 지난해 5월부터 도매업을 하는 지인으로부터 물건을 받아 플랫폼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굿임팩트 유기동물 캐릭터. 굿임팩트 제공
굿임팩트 유기동물 캐릭터. 굿임팩트 제공

잘 되는 듯했지만 이조차도 도매업자의 반발에 직면했다. ‘사회공헌은 좋지만 왜 우리가 포장하고 배송해야 하느냐’는 불만의 목소리였다. 굿임팩트 측에 수수료를 주는 것도 불만의 한 축이었다.

결국 굿임팩트는 자체적으로 상품을 보관하고 포장할 창고를 찾기로 했다. 제품 가격도 많이 오르면서 온라인 자체의 경쟁력도 사라졌다. 네이버 쇼핑 2페이지 안쪽으로 찾을 수 있던 제품은 현재 5페이지 뒤로 밀려났다. 한 달 70~80만원이던 매출은 10만원대로 뚝 떨어졌다.

기프티콘 서비스와 제품 판매를 합쳐도 100만원이 채 되지 않는 상황에서 어떻게 회사를 유지하느냐는 물음에 이 대표는 “저희가 나름대로 안정화 작업을 해나갈 때마다 문제가 나오더라”며 “지금 회사가 돌아갈 수 있는 건 저녁마다 디자인 외주 작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1월을 기점으로 또다른 시작을 앞두고 있다며 웃음을 지어 보였다. 우선 공공기관과 협업하거나 공공에 소모성 자재(MRO)를 판매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상 중이다. “쉽진 않겠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풀어나가려고요.”

펀딩의 세계에 빠지다

지난해에는 디자이너의 감각을 살려 반려동물 캐릭터를 제작했다. 강아지 대신 유기견을, 고양이 대신 길고양이를 콘셉트로 잡고 캐릭터마다 나름의 스토리를 담았다. 여름에는 이들을 활용한 굿즈를 제작해 펀딩을 시작했다. 휴가철 유기견이 많아진다는 통계에 따라 여름의 상징인 수박과 장마를 주제로 한 휴대폰 케이스와 에코백을 만들었다.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유기동물 캐릭터로 만든 굿즈. 굿임팩트 제공

“사람들이 관심이 많더라고요. 펀딩 목표액은 넘었어요. 하지만 어른들이 사용하기엔 너무 유아틱하다는 피드백도 있었어요. 좀 더 다양하게 기획을 해보기로 하고 겨울 펀딩을 준비하게 됐죠. 길고양이를 위한 핫팩이에요.”

캣맘들은 겨울철 고양이를 위해 집을 지어주고 아파트 수풀 속에 숨겨놓는다. 물이 얼지 않으려면 온기를 유지시키는 핫팩을 깔아줘야 한다. 문제는 돈. 열 마리를 돌봐주면 한 달 핫팩 비용만 몇만 원씩 지출되기 일쑤다. 이를 위해 굿임팩트는 핫팩을 사면 길고양이를 위해 핫팩이 기부된다는 메시지를 담아 펀딩을 했다. 이조차도 쉬운 길은 아니었다. 제조사는 최소 십만 개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건을 내걸었다.

“텀블벅, 해피빈 등 이름난 플랫폼에 핫팩이 없는 이유가 있었어요. 십 만개면 핫팩 제조 비용만 2000만~2500만원 정도 드니까요. 결국 국내 제조사를 찾아다니면서 협상했고 4만~5만개만 제작하고 단가를 조금 올리는 방법을 찾았어요.” 펀딩 100%에 도달하기 위해 고양이 인플루언서에게 제안하고 커뮤니티에 홍보하는 등 전 직원이 열을 올렸다. (*펀딩은 135%를 채우며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2차 후원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핫팩을 사면 길고양이에게 핫팩이 기부되는 펀딩. 굿임팩트 제공

좋은 일하면서 돈 벌기까지

이 대표는 지난해 10월부터 집사(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을 지칭하는 말)가 됐다. 아파트 주변 길고양이를 돌봐주다 어미 잃은 새끼고양이에게 ‘간택’된 것. 덕분에 집에선 웃음꽃이 피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딸도 고양이 돌보는 재미에 푹 빠졌다.

“가끔 ‘내가 이 아이들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친구들도 그래요. ‘너 왜 돈은 안 벌고 봉사하러 다니냐’ 혹은 ‘왜 좋은 일 하면서 돈을 벌어?’라고요. 지지와 동시에 충고 아닌 충고를 해주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런데 아내가 그러더라고요. 당신이 이걸 해서 꽃을 피울지 안 피울지 모르겠지만 자신도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볼 테니 해보라고요. 시간이 필요할 뿐이지 되긴 될 것 같다고요.”

이 대표가 키우는 길고양이 '젤리'. 사진=이윤주 기자

이 대표는 이 일을 놓지 않겠다는 끈이 점점 더 굵어지고 있다고 했다. 새해에는 20%, 그 다음해엔 30% 성장하면 언젠가 인지도 있는 브랜드라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자리한다.

“이리저리 부딪히면서 부딪힘에 대한 내공이 쌓였어요. 안 되면 조금 빗겨서 다른 방법을 찾으면 돼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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