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인줄 알았던 계정, 알고 보니 ‘페이크 페이지’
미디어인줄 알았던 계정, 알고 보니 ‘페이크 페이지’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9.01.21 17: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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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의 모호한 가이드라인, 이용자 혼선 방치…플랫폼 신뢰도 개선 의지 ‘의문’

[더피알=강미혜 기자] 얼마 전부터 페이스북 타임라인에 스폰서드(Sponsored)가 붙은 페이지 광고가 지속적으로 뜨기 시작했습니다. 가짜뉴스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뉴스를 체크해준다는 미디어 페이지라 자연스레 시선이 갔습니다.

'뉴스체크' 이름을 달고 페이스북에서 '뉴스/미디어' 카테고리로 분류해 활동하는 페이지.  

페이지를 방문해 보니 조금 특이합니다. 많고 많은 이슈와 뉴스 중에 연애, 결혼, 데이트에 초점을 맞춘 내용만을 다루고 있습니다.

페이지 최상단에 걸린 ‘여성이 만나고 싶어하는 남자 직업 TOP 3’라는 제목의 기사를 클릭해 봤습니다. 포털 기사와 함께 관련 댓글까지 줄줄이 붙어있습니다. 호평 일색입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합니다. 기사 내용은 특정 데이트 앱을 대놓고 광고하는 것이고, 댓글 노출 외 카테고리 클릭시 활성화되거나 연결되는 창이 전혀 없습니다. 확인 결과 ‘뉴스의 탈’을 쓰고 앱을 홍보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미지 파일이었습니다.

기사 형태의 페이지 아래로 달린 이용자 댓글. 진짜 댓글이 아니라 광고성 이미지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기사 형태의 페이지 아래로 달린 이용자 댓글. 진짜 댓글이 아니라 광고성 이미지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페이스북 페이지 카테고리를 ‘뉴스/미디어’로 지정하고, 관련 게시물도 뉴스 형태로 올려 광고효과를 높이는 일종의 ‘페이크 페이지’로 판단됩니다. 1만이 넘는 팔로어가 해당 페이지의 본 목적을 알고 ‘좋아요’를 눌렀는지 의문이 듭니다.

기자의 눈에 띄어서 그렇지 사실 페이스북에 개설된 무수히 많은 페이지 중에서 이런 식의 페이크 계정은 꽤 많습니다. 특히 뉴스/미디어 페이지로 분류하면 기본적으로 이용자들이 해당 페이지 콘텐츠를 신뢰하는 경향이 크기에 본업에 상관없이 상업적으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회사 업종과 페이지 카테고리 설정이 맞지 않아도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용자가 자발적으로 설정할 뿐, 페이스북이 카테고리를 자체적으로 선별하거나 인증하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물론 페이스북에서도 페이지 운영 관련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오해의 소지가 있거나 사기성 또는 거짓 정보를 제공해서는 안 된다 △페이지, 그룹 및 이벤트는 브랜드, 단체 또는 공인을 사칭하거나 허위로 대표해서는 안 된다 △페이지, 그룹 또는 이벤트 관련해서 콘텐츠에 부정확하게 태그하거나 사용자가 콘텐츠에 부정확하게 태그하도록 유도해서는 안 된다 등입니다.

이 같은 가이드라인을 위배하는 악의적인 페이지, 그룹, 가짜 계정에 대해서는 이용자가 신고할 수 있고 검토 후 부적합하다고 판단하면 조치를 취합니다.

하지만 ‘거짓 정보’ ‘사칭’ ‘악의적’의 기준이 주관적이고 모호해 이용자들의 혼선을 유발하는 페이지나 게시물을 걸러내기 어렵습니다. 앞선 사례처럼 자사 서비스나 제품을 광고하기 위해 뉴스페이지를 개설해도 페이스북 측에서 시정을 요하거나 제재를 가하기 힘든 시스템입니다.

이에 대해 페이스북 코리아 관계자는 “기존 미디어도 커머스(상업) 활동을 하는 상황에서 특정 회사를 페이지 내용만 보고 미디어다 아니다를 자의적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며 “사회에 해악을 끼치지 않는다면 단순히 업의 성격과 페이지 카테고리가 다르다고 해서 제재할 수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전 세계 21억명에 달하는 페이스북 사용자들의 활동을 3만명의 인력과 인공지능(AI)이 모니터링하는 상황에서 개별 국가의 무수히 많은 페이지를 일일이 관리하기는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설명입니다.

그러면서 관계자는 “뉴스 미디어의 경우 제재보다는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해내는 매체를 더 우대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신뢰할 만한 뉴스 콘텐츠를 피드에서 상위에 우선 배열한다든지, ‘아이(i)’ 버튼을 적용해 믿을 수 있는 언론사의 긍정적인 영향력을 더 키워나가는 것이 목적”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 기준에 따르면 페이크 계정에 ‘낚였다’고 느낀 일반 이용자가 문제를 제기해도 제재에 있어선 굉장히 보수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습니다.

페이스북의 고충도 일견 이해가 갑니다만, 가짜뉴스 유통의 주 채널로 지목되며 플랫폼 신뢰도에 큰 상처를 입었음에도 좀 더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강구하지 않는 것은 선뜻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모호한 규정을 기계적으로 적용하다 보면 진짜 걸러내야 할 콘텐츠는 거르지 못하고, 애먼 콘텐츠를 막아 또다시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함께 보면 좋은 기사: 페이스북의 ‘거친 생각’ 안 바뀌면…진짜 엑소더스 일어날 수도

페이스북은 최근 가짜뉴스 문제 해결을 위해 언론에 3억달러(약 3372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 노력이 실효를 거두려면 ‘구멍’ 많은 가이드라인을 보완‧개선하는 작업도 지속적으로 병행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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