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페스티벌이 쏘아올린 크라우드 펀딩, ‘통했다’
음악 페스티벌이 쏘아올린 크라우드 펀딩, ‘통했다’
  • 이윤주 기자 (skyavenue@the-pr.co.kr)
  • 승인 2019.01.23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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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플러그드 서울, 관객을 투자자로 유치…목표 모금액 대폭 상향, 순항 중
'그린플러그드 2019 서울' 크라우드 펀딩 화면. 와디즈 홈페이지
그린플러그드 서울 공연에서 관객이 즐기는 모습. 

내가 좋아하는 공연을 즐기기 위해 개인 투자자가 되기로 했다. 주최 측은 팬심으로 움직이는 투자처를 확보하고, 팬들은 공연을 즐기고 수익도 얻을 수 있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다. 너무 이상적인 구상이라고?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이미 판은 만들어졌다.   

[더피알=이윤주 기자] 음악 페스티벌 ‘그린플러그드 서울’이 독특한 실험에 나섰다. 기업 투자 대신 개인 투자자들의 힘을 빌려 무대를 기획하는 것이다. 반응은 뜨거웠다. 크라우드 펀딩 페이지가 열리자마자 투자자들이 몰렸고, 일주일이 채 되지 않아 목표액 5000만원을 훌쩍 넘어 결국 8억원으로 대폭 상향 조정됐다. 대형 자본 없이도 콘텐츠의 힘과 팬덤만으로 대형 문화공연을 개최하는 선례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린플러그드는 한 해 평균 2만명이 참여하는 환경캠페인 음악 페스티벌이다. 10주년을 맞는 올해는 시작부터 관객과 함께 만들어나가기 위해 크라우드 펀딩을 시도했다. 그 결과, 프로젝트가 시작된 지 몇 분 지나지 않아 1억원을 달성했으며 1월 23일 기준 최초 목표액의 1800%, 최종 목표액의 114%를 상회하는 금액이 모였다. 

'그린플러그드 2019 서울' 크라우드 펀딩 화면. 와디즈 홈페이지

투자 몰림의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분석된다.

우선 충성관객의 힘이다. 그린플러그드는 지난 9년간 페스티벌을 꾸준히 진행해오면서 브랜드 인지도를 쌓았다. 여기에 페스티벌에 참가한 사람들의 경험과 신뢰가 뒷받침되면서 이번 투자로 직결됐다. 

비교적 부담없는 금액으로 투자 문턱을 낮췄다는 점도 주효했다. 이틀간 진행되는 페스티벌의 1일권은 5만5000원, 양일권은 8만8000원인데 펀딩 금액을 1구좌당 10만원으로 책정했다. 참여하려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지금은 최소 5구좌(50만원)부터 투자할 수 있도록 조정됐다. 그럼에도 518명의 개인들이 투자자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높은 참여율에 대해 그린플러그드 콘텐츠사업팀 관계자는 “오픈 예정 사이트서부터 어느 정도 분위기가 감지됐고, 와디즈(펀딩 플랫폼) 측에서도 기대를 많이 했던 터라 아주 많이 놀라지는 않았다”면서도 “국내 페스티벌 관련해서는 첫 번째 (크라우드 펀딩) 성공사례인 것 같아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린플러그드는 지금껏 티켓유통사, 문화콘텐츠 투자사 등을 통해 페스티벌 개최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해왔다. 소수의 이해관계자와 사전 협의하고 정보를 공유했기에 일의 진행과 처리 과정이 간단하고 빠르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투자자가 제시하는 여러 조건을 충족해야 했기에 제약도 있었다.  

그린플러그드 관계자는 “티켓 판매창구가 한정적이었고, 투자사와 경쟁 관계에 있는 기업의 협조를 받을 수 없다는 점 등은 아쉬웠다”며 “이런 제한적인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티켓정책의 변화 등 새로운 기획을 모색했고, 크라우드펀딩 투자 유치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현재 그린플러그드는 투자받아야 할 최대치까지 모금액을 늘린 상태다. 이 이상 더 많은 돈이 들어와도 제작비에 투입할 수 없고, 투자금액이 더 많아지면 오히려 수익률이 떨어질 수 있다. 단, 목표치를 8억원으로 증액한 것과 관련해선 “이미 염두에 둔 계획이어서 기존 투자자들의 수익률에는 부정적 영향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린플러그드는 올해 결과를 분석한 후 내년 공연 개최시에도 일부 펀딩을 도입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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