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쓸페친] “정치에 인문학 옷 입히려고요”
[알쓸페친] “정치에 인문학 옷 입히려고요”
  • 박형재 기자 (news34567@the-pr.co.kr)
  • 승인 2019.01.23 15: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열아홉 번째 이야기- 더피알 독자 이재관 씨를 만났습니다

더피알 페이스북에서 열심히 좋아요를 눌러주는 독자들이 궁금해서 만든 코너. 이른바 ‘알쓸페친’. 알아두면 어딘가에 (큰) 쓸모 있을 그들과 직접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습니다.

[더피알=박형재 기자] “정치컨설팅과 PR의 평행이론을 아시나요? 시장에서 살아남아야 하고, 소비자(유권자)를 움직여야 한다는 점이 비슷해요. 그런데 한쪽은 승자독식의 세계고 마음이라는 가치를 측정하기 어려워서…” 비슷하면서도 다른 고민을 하는 정치컨설턴트 이재관 씨를 만났다.

정치컨설턴트 이재관 마레커뮤니케이션즈 대표.
정치컨설턴트 이재관 마레커뮤니케이션즈 대표.

접촉하고 보니 저희 구면이네요.(*오래전 취재원으로 연이 닿았음) 그래도 독자들을 위해 간단한 자기소개와 더피알을 알게 된 계기를 이야기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정치컨설팅과 크리에이티브를 생각하는 마레커뮤니케이션즈 이재관 대표입니다. 더피알은 크리에이티브를 고민할 때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알게 됐고, 좋은 기사가 많아 즐겨보고 있습니다.

정치컨설턴트는 주로 어떤 일을 하시는 건가요?

말 그대로 직업정치인을 위한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겁니다. 서비스 과제와 수준은 각양각색인데 의정보고서부터 영상물, 책 출판, 행사(세미나 등), 각종 홍보물 제작 등 정치활동을 보조하는 제반 업무들을 진행합니다. 특히 선거 때는 법의 허용 범위 안에서 모든 걸 다 한다고 보면 되고요.(웃음)

국내 정치컨설팅은 크게 두 가지 카테고리로 나뉩니다. 우선 이슈(아젠다) 싸움에서 논리 뼈대를 세워주고 캠페인을 전개하는 전략 카테고리가 있고요, 또 하나는 홍보 싸움에서 감성코드를 세워주고 캠페인을 전개하는 크리에이티브 카테고리에요. 전자는 여론조사가 제일 중요하고, 후자는 정치광고라고 보시면 됩니다. 저는 정치광고를 전문으로 하고 있습니다.

선거 헤드라인 뽑는 작업이 광고 카피라이팅과 비슷하다던데 어떻게 하는지 궁금해요.

보통 주어와 서술어 두 가지를 사용해 만듭니다. 예컨대 ‘사람이 먼저다’라는 슬로건도 주어(명사)와 서술어(동사) 두 가지로 이뤄져있죠. 그런데 ‘사람됨이 먼저다’라고 하면 어떨까요? 앞의 슬로건과는 느낌이 전혀 달라져요.

‘사람이 먼저다’는 자본이나 권력, 물질적인 가치보다 사람 그 자체를 존중하자는 의미를 우선순위에 담은 거고, ‘사람됨이 먼저다’는 사람도 사람 나름이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만일 상대후보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면 후자를 사용할 수 있겠죠.

▷함께 보면 좋은 기사: [文 캠페인 복기] 이유 있는 슬로건

이런 식으로 선거에 나선 후보자가 어떤 경쟁상황인지, 뚜렷한 목표와 가치를 갖고 있는지, 심지어 클라이언트의 취향까지 고려한 메시지는 무엇인지 찾아내 헤드라인으로 뽑습니다. 이를 위해 독서와 검색, 현장(발바닥) 세 가지 소스를 항상 확인하고요, 더피알 콘텐츠도 주의 깊게 보고 있어요. 그래도 좋은 헤드라인 하나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에요.(웃음)

선거에서의 전략전술은 민간 분야 커뮤니케이션 전략 수립 및 실행과 유사한 측면이 많다.
선거에서의 전략전술은 민간 분야 커뮤니케이션 전략 수립 및 실행과 유사한 측면이 많다.

더피알 콘텐츠 중에선 어떤 기사가 유용했나요?

데이터로 본 공공PR 현황’, ‘비슷비슷한 공공캐릭터 왜 자꾸 만드나요?’라는 뉴스가 기억에 남습니다. 새 정부 출범 후 공공PR의 흐름을 일목요연하게 분석해 준 기사들을 재미있게 봤어요. 덕분에 새로운 트렌드도 읽게 되고 PR효과에 대한 체감도가 어느 정도인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됐습니다.

정치컨설팅과 민간에서 하는 PR활동은 비슷하면서도 다른 것 같아요.

비슷한 점은 시장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거예요. 정치인은 선거에서 살아남아야 하고, 상품은 시장에서 살아남아야 하니까요. 다만 선거는 1등만 기억하는 승자독식의 세계라 상품시장과는 다릅니다. 그야말로 ‘올 오아 낫씽(all or nothing)’입니다.

또 특이한 게 정치인은 사람이라는 아주 특수한 상품이라서 마음이라는 측정할 수 없는 가치체계를 갖고 있어요. 손해보고 상품을 사는 소비자는 없는데, 손해보고 정치인을 뽑는 유권자는 있거든요. 손익의 관점과 신념의 관점이 충돌하는 거죠. 3등할 게 뻔하고 당선도 안 되는 사람을 선택하고 지지합니다. 이 때문에 마케팅, PR 등 전통적인 경영학 원리가 통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도 사람의 마음을 훔치는 일이라는 건 공통점 같네요.(웃음)

최근 유튜브 방송을 하는 정치인이 부쩍 많아졌는데 이런 현상은 어떻게 보시나요?

정권교체 후 정치지형이 진보 쪽으로 기울어진 상황에서 보수 쪽 정치인들이 유튜브를 통해 자기PR을 강화하는 것 같아요. 홍준표 대표의 TV홍카콜라, 김문수TV, 이언주TV 등이 주목받고 있는데, 유시민 작가도 유튜브에 진지를 구축했죠. 

저는 이런 움직임이 지지계층을 향한 집토끼용으로 보고 있어요. 마니아를 위한 팬서비스 차원에서 유용하지만, 한 걸음 더 나아가 공론화까지 이어지는 확장성 측면에서는 부족해 보여요. 정치가 재밌는 이유는 역설적으로 서로 치고받고 싸우기 때문인데, 유튜브는 개인화된 정치소비자들에게 만족감을 주는 매체로 의미가 있어도 논쟁의 촉발과 대립각, 이슈의 확장 등 산토끼까지 포괄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보면 한계가 분명하다고 판단합니다.

정치컨설턴트로서 최대 관심사는 무엇인가요?

정치에 인문학(문사철+심리학)의 옷을 입히는 것을 고민하고 있어요. 정치인의 수준은 그 나라 국민의 수준이라고 하잖아요. 시간이 흘러도 버리기 아까운 고전처럼 자신만의 철학이 있는 정치인을 찾고, 그런 사람을 서포트하는 게 자연스러운 문화가 생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한국정치의 수준을 조금 더 올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앞으로 더피알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결국 사람이 콘텐츠고 매체입니다. 아까 말했던 ‘사람이 먼저다’라는 슬로건은 원래 클린턴의 92년 대선 슬로건(Putting People First, 사람을 우선하기)이었어요. 슬로건은 강조점을 어디 두느냐에 따라 의미전달이 확연하게 차이 납니다. 사람(people)에 놓을 것인지, 제일 앞(first)에 놓을 것인지... 정답은 없지만 어떤 방향이 강하고 살아남을 수 있는지 알 수 있다면, 그것으로부터 시작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더피알은 피플과 퍼스트 두 가지를 모두 획득하시길 응원합니다. 양쪽 모두 아우르는 좋은 기사도 계속 써주시길 바랄게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