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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 위기 인사이트] 중앙일보 ‘3대 독자 차례상’ 기사 논란
[금주의 위기 인사이트] 중앙일보 ‘3대 독자 차례상’ 기사 논란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9.02.08 19: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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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체험기사 팩트 오류로 조작 의혹, 언론사 공식 해명에도 “쿨하지 못한 사과” 비판 뒤따라

매주 주목할 하나의 이슈를 선정, 전문가 코멘트를 통해 위기관리 관점에서 시사점을 짚어봅니다. 

조작 논란에 휩싸인 중앙일보 '차례상 체험' 기사 일부. 모바일 화면 캡처
조작 논란에 휩싸인 중앙일보 '차례상 체험' 기사 일부. 모바일 화면 캡처

사건 요약

중앙일보가 지난 설 연휴 ‘3대 독자’ 기자의 차례상 차리기 체험기사(6일자 온라인판)를 내보냈다가 조작 논란에 휩싸였다. 최초 기사에 ‘삼촌’ ‘숙모’ ‘형수’ 등의 표현이 등장했는데 ‘3대 독자’라는 전제와 맞지 않는 인물들이어서 “기자가 소설을 썼다”는 조롱을 면치 못했다.

현재 상황

중앙일보는 논란이 된 표현을 수정하고 7일 오후 “독자 여러분이 혼란을 겪으신 부분에 대해 사과의 말씀을 올리며 관련 내용을 설명드린다”는 해명성 글을 추가 게시했다. 친가와 외가 쪽 기억을 함께 쓰다 생긴 기자의 실수라는 것. 하지만 “쿨하지 못한 사과”라는 비판과 함께 또다른 뒷말을 낳고 있다.

중앙일보 해당 기사 아래에 달린 댓글들. 

이슈 선정 이유

한국 언론에 대한 불신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이런 시기에 기초적인 사실관계도 확인하지 않은 ‘기사를 위한 기사’에 날 선 비판이 가해졌다. 틀린 내용을 조목조목 지적하는 독자들과 그에 따라 수정에 수정을 거듭한 기사. ‘기레기’란 말이 일상화된 상황에서 불거진 ‘조작기사’ 논란을 되짚으며 언론의 책임과 기자 윤리를 고민해본다.

주목할 키워드

언론신뢰도, 온라인 저널리즘, 팩트체크, 사과문

전문가 코멘트

채영길 한국외국어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이번 논란에서 중앙언론이라 불리는 미디어 조직의 공통적 문제를 발견했다. 이른바 ‘꼰대 커뮤니케이션’이다.

우선 ‘3대 독자’라는 콘셉트로 여성에 대한 가부장적 문화를 짚으려 한 접근방식부터 다분히 꼰대스럽다. 지금이 80년대도 아니고 사회 전반에서 호칭 관행 등에 대한 문제 인식과 개선 노력이 이뤄지고 있는데 ‘3대 독자’라는 기사의 착상부터 현실과 괴리가 크다.

두 번째는 한국 언론사의 위계적 커뮤니케이션 문화다. 해당 기사를 본 기자들의 상당수가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가 아닌 “어떤 프로세스로 출고됐는지 이해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연휴 동안 한정된 인력이 일정량의 기사를 내보내야 하는 상황에서 수습기자에 지시해 적당한 아이디어를 찾고 수습이 쓴 기사를 꼼꼼한 검토 없이 내보냈다가 결국 그에 대한 책임도 수습이 지는 꼴이다. 조직 내 전형적인 꼰대 커뮤니케이션이 아닐 수 없다.

다른 관점에서 보면 우리나라 언론의 기자 수준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든다. 과거 기자들은 오피니언 리더로서 여론을 주도하는 지식인의 모습을 보여줬는데, 아무리 수습이라 해도 상식적이고 기초적인 팩트까지 틀린다는 점에선 문제가 크다. 과도한 해석일 수도 있지만, 미디어 환경의 무게중심이 포털과 같은 다른 미디어 기업으로 옮겨가면서 인재 유출이 이뤄지고, 언론사를 지망하는 이들의 풀(pool)이나 수습기자 수준이 전반적으로 떨어진 게 아닌가 추측된다.

결과적으로 중앙일보의 ‘3대 독자 차례상 기사’는 단순 해프닝을 넘어 언론 신뢰 하락과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지금과 같은 온라인 시대엔 모든 독자가 팩트체커가 된다. 사소한 실수도 조롱거리로 부각되기 쉬운 환경이다. 더욱이 언론 신뢰도가 바닥을 치는 때에 이런 논란이 언론에 대한 부정적 관념, 기자에 대한 불신을 강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언론사 조직 문화와 일하는 방식, 커뮤니케이션 관행을 바꾸지 않으면 꼰대적 콘텐츠, 꼰대적 실수는 앞으로도 계속 나올 수 있다.”

김위근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 “논란 이후 중앙일보 측에서 올린 공지문(‘차례상 도전기’ 기사에 대해 독자 여러분께 알려드립니다) 내용은 믿는다. 친가와 외가를 구분하고, 이에 따라 집안 대소사에 우선순위를 정하는 시대와 점점 멀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외’자를 앞에 붙이는 호칭 또한 현실에서 용례가 사라지고 있다.

문제는 데스크(관리자급)의 부재다. 중앙일간지와 같은 유수 언론에 독자가 바라는 것은 뉴스 품질이다. 이 품질의 기본은 정확성이다. 물론 논란의 일차적인 책임은 기자에 있다. 하지만 검토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고 믿어왔던 중앙일간지의 데스크 기능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은 인정해야 한다. 온라인 기사였고 명절 연휴였다는 점만으로 이해해주는 독자를 찾을 수 있을까. 변명의 여지가 없다.

더 안타까운 것은 사안을 대하는 언론사의 태도다. 공지문에 ‘사과’라는 단어가 있지만, 내용은 말 그대로 공지문 정도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각 언론사가 독자 목소리를 듣는 조직과 코너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라 판단되지만, 잘못에 대한 인정과 사과는 명확해야 한다.

흔히 언론사가 추구해야 할 사회적 임무로 사실 추구를 말한다. 아니다. 뉴스를 만들어 시민에게 전달하는 언론사는 기본적으로 사실에 바탕을 둬야 한다. 사실을 재료로 진실을 찾아야 한다. 언론사의 사회적 임무는 진실 추구다. 과정에서 팩트체크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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