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을 자기답게 만들어가는 자
플랫폼을 자기답게 만들어가는 자
  • 정지원 (jiwon@jnbrand.co.kr)
  • 승인 2019.02.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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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의 시공간] 사람 중심 구성…확장력 높이는 콘텐츠로써의 공간

‘브랜드의 시간과 공간’은 브랜드의 라이프스타일을 말하는 두 개의 시선을 통해 브랜딩과 마케팅 이면의 의미를 짚어 봅니다. 시간을 보려면..

콘텐츠를 융합한 플랫폼은 다양한 확장이 가능하다. 사진은 ‘아크앤북(Arc n Book)’.
콘텐츠를 융합한 플랫폼은 다양한 확장이 가능하다. 사진은 ‘아크앤북(Arc n Book)’.

[더피알=정지원] 많은 브랜드들의 고민이 하나로 수렴되고 있다. 바로 ‘플랫폼(platform)’이다. 최근 3년간 다양한 업종의 브랜딩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가장 문의를 많이 받아온 분야이기도 하다.

모두가 플랫폼을 말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자기 브랜드와 ‘기회’를 연결하고, 창출하고, 지속시키기 위함이다. 과거처럼 제품만 잘 만든다고 팔리는 시대가 아니고, 거대한 플랫폼을 구축한 브랜드들은 이미 작은 브랜드들이 결코 살아남을 수 없는 그 어떤 생태계를 만들어버렸으니 말이다. 평균적인 존재로 그저 성실하게 살기에 지금보다 더 고민스러운 때가 없었다.

결국 고객을 머물게 하는 것

그렇다면 플랫폼 브랜드를 무엇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 전통적인 시장 구조에서는 고객의 지갑에서 얼마를 가져올지가 중요했다면, 플랫폼 시장 구조에서는 고객 지갑이 아닌 고객의 ‘시간’을 얼마나 확보하는지가 중요해졌다. 이 관점에서 플랫폼 브랜드는 ‘고객을 머물게 할 수 있는 브랜드’이다. 어렵게 얘기할 것도 없다. 필자는 뒤늦게 유튜브에 빠져서 최근 틈만 나면 이런 영상 저런 영상을 찾아보고 구독하고 있다. 그러면서 생각하는 것은 ‘아, 이 사람들은 플랫폼을 만들어낸 사람들이구나’라는 점이다.

유튜브라는 거대한 플랫폼만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그 안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사람들 한 명 한 명에 대한 경외심과 더불어 앞으로 닥칠 변화에 대한 고민스러움을 함께 끌어안고 영상을 보게 된다. 고객을 오래, 편안하게 머물 수 있도록 플랫폼을 만든 자와 그렇지 못한 자의 미래는 당연히 달라질 수밖에 없음을 어렴풋이 실감하면서. 지금 이 시대의 시스템으로 돈을 버는 자와 여전히 과거 시스템으로밖에 돈을 벌 수 없는 자가 극명하게 갈리는 지점이 유튜브라는 플랫폼에서는 더 낱낱이 보인다.

그런데 고객의 시간을 보내게 한다는 것에 공간은 어떤 기여를 하는 것일까? 고객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 온라인이나 모바일이 아니라면 그 다음으로 생각할 곳은 당연히 ‘공간’으로서의 플랫폼이 된다. 공간플랫폼이란 결국 고객이 더 오래, 더 좋은 기분으로 머물게 하기 위한 환경을 조성하고 다양한 테넌트와 수많은 셀러들을 결합하는 것이다. 공간 플랫폼으로서의 가치는 연결력, 즉 ‘융합’에 있다. 어떤 콘텐츠를 융합할 수 있는가에 따라 그 공간이 플랫폼으로서 역할하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고객이 매장을 방문하는 것이 당연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상품을 언제 어디서나 온라인·모바일을 통해 전달받을 수 있는 지금은 그런 전제가 깨졌다. 중요한 점은 소비자들이 일부러 그 장소를 찾아올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이유’와 ‘매력’을 갖추는 것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유통의 경계가 이미 희미해지고 있고, 본질적으로 소비자는 무엇을, 왜, 어떻게 사는지에 대한 이해와 철학이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라이프스타일 콘텐츠로 채운 곳

최근 가장 핫한 플레이스로 떠오른 공간 중 하나는 을지로의 ‘아크앤북(Arc n Book)’이다. 설계부터 이미 공간플랫폼을 지향한 곳이다. 커피숍에서는 커피만 마시고 서점에서는 책만 사는 것처럼 하나의 공간이 하나의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 바뀌고 있다는 점에서 출발해 일식, 태국음식, 프렌치 등 다양한 식음시설, 베이커리, 그리고 라이프스타일 마켓까지 사람을 중심에 두고 콘텐츠를 융합했다고 한다. 몇 년 간 방치된 공간은 이제 사람들이 음식을 먹고 차를 마시고 책을 사거나 읽고 만나는 장소가 됐다. 핵심적인 라이프스타일 콘텐츠를 결합시킨 결과다.

공간플랫폼으로 주목받는 아크앤북에 입점한 띵굴마켓.
공간플랫폼으로 주목받는 아크앤북에 입점한 띵굴마켓.

이 공간플랫폼을 콘텐츠로 돋보이게 해주는 것은 아크 형태의 시그니처 공간을 품은 서점뿐만이 아니다. 필자가 주목하는 공간은 마켓으로 들어온 ‘띵굴스토어’이다. 띵굴시장은 플리마켓으로 시작해 현재는 10만명의 인스타 팔로어, 12만명의 블로그 구독자를 거느리며 살림러들 사이에서 가장 핫한 라이프스타일 편집숍이 됐다.

온·오프라인 띵굴시장이 오픈되면 도마, 그릇, 조리기구, 수제 먹거리, 키즈패션, 장난감 등 200여개의 알찬 셀러들이 참여해 하루 3만명 이상을 집결시키곤 한다. 독특한 커뮤니티 방식뿐 아니 라 협찬을 받지 않고, 마켓 수익금 일부를 홀트 아동복지회에 기부하는 점 등 진정성 있는 운영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띵굴시장의 스토어 버전이 아크앤북의 또 다른 라이프스타일 콘텐츠로서 역할 하고 있는 것이다. 공간으로서의 플랫폼이 결국 ‘사람’을 중심으로 구성돼야 한다는 점을 이들은 잘 알고 있다.

플랫폼은 성장한다. 플랫폼 영향력이 강한 브랜드 즉, 고객이 오래 머물러 있는 플랫폼에서는 무엇이든 팔 수가 있다. 바꿔 얘기하면 플랫폼 산업구조에서는 더이상 그 기업이 무엇을 파느냐는 다소 무의미한 질문이 될 수 있다.

무지(Muji)가 호텔로 확장하고 츠타야(Tsutaya)가 아파트로 확장하는 것을 보면서 놀라지 않은 이유는 그들이 말해온 라이프스타일 범주가 이미 호텔, 아파트보다 훨씬 더 넓었기 때문이다. 커피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은 카페 오모테산도 커피가 특유의 미니멀한 미학을 한층 더 발전시켜 만든 원두가게 커피 마메야는 그들만의 전문성으로 깊어진 또 다른 방향을 보여주는 공간플랫폼의 성장이다.

공간의 규모나 전형적인 기능에서 벗어나 콘텐츠로서의 공간을, 라이프스타일로서의 공간을 다시 한번 설계해보자. 그 안에서 또 다른 플랫폼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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