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부는 욕 먹을 만했다
여가부는 욕 먹을 만했다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9.02.19 15:42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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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토크] 논란 일으킨 ‘성평등 방송 프로그램 제작 안내서’
인식에 관한 문제, 인위적 잣대로 평가 어려워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이 지난달 11일 범정부 성희롱·성폭력 및 디지털 성범죄 근절 추진협의회에서 언론 보도로 인한 성폭력·성희롱 2차 피해가 없도록 보도지침을 지켜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뉴시스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이 지난달 11일 범정부 성희롱·성폭력 및 디지털 성범죄 근절 추진협의회에서 언론 보도로 인한 성폭력·성희롱 2차 피해가 없도록 보도지침을 지켜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뉴시스

[더피알=강미혜 기자] 여성가족부와 그 수장 진선미 장관이 여론의 융단폭격을 맞고 있다. 지난 12일 발표한 ‘성평등 방송 프로그램 제작 안내서’가 불씨가 됐다. 어떤 점에서 입길에 올랐나 내용을 살펴봤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충분히 욕 먹을 만했다.

성평등은 다수가 공감하는 시대정신이다. 역사적으로 차별받아온 여성의 지위 향상을 위해 여가부가 사회 인식과 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것도 당연하다. 문제는 평등을 이야기하며 한쪽 눈으로만 세상을 바라보는 듯한 편협함이 드러나는 경우다. 

논란을 불러일으킨 여가부의 성평등 방송 프로그램 제작 안내서(부록 포함) 내용을 보자.

- 어떤 이슈를 다루는 프로그램에서든 출연진 전후로 성별 분포를 항상 체크한다
- 위험에 빠지는 역할은 여아가 맡고 문제를 해결해주는 역할은 남아로 설정되지 않도록 주의한다
- 비슷한 외모의 출연자가 과도한 비율로 출연하지 않도록 한다

이런 식의 구체성은 성평등이라는 본 취지를 살리기보다 과하다는 인상만 주고 있다. 특히 비슷한 외모 출연자 자제를 권고하며 예로 든 ‘음악방송 출연가수들은 모두 쌍둥이?’란 지적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획일적 미(美) 기준을 방송 출연자 선별로 개선해나가자는 현실감 없는 주장으로 비쳐진다.

여가부가 내놓은 ‘성평등 방송 프로그램 제작 안내서’ 부록에 실린 ‘비슷한 외모의 출연자 자제’ 부분.  

여가부가 해당 안내서에서 ‘좋은 방송’으로 꼽은 사례도 의아하긴 마찬가지다.

- 남녀가 함께 저녁 준비를 하고 식사 준비에 가장 수고를 많이 한 여성을 정중앙에 앉힘 (tvN꽃보다 할배)
- 사극임에도 체탐원(첩보원)이 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무술시험을 통과하는 등 목표를 성취한 주인공 옥녀 (MBC 옥중화)
- 여자들이 먹거리를 찾아 숲을 헤치고 위험을 감수하며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여줌 (SBS정글의 법칙)

프로그램의 전체 맥락을 떠나 단편적인 장면 장면에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했다. 인식에 관한 문제를 인위적인 잣대로 가이드하려다 보니 무리수를 둔 꼴이다.

결과적으로 해당 안내서는 성평등보다 성구분에 대한 민감도를 높이고 있다. 당장 온라인에선 ‘궤변’에 가깝다며 정부부처를 향한 조롱과 힐난의 목소리가 높다.

또 한쪽에선 여성할당제, 여성전용대학교, 여성전용 정부부처, 군면제, 여성전용 편의시설 등을 열거하며 페미니즘 자체에 반감을 표하는 여론이, 다른 쪽에선 여가부를 옹호하며 남성 중심적 사고를 비판하는 의견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성평등을 위한 안내서가 오히려 여성과 남성의 갈등을 증폭시키고 사회적 대결구도를 강화하는 또 하나의 불쏘시개가 돼버렸다. 

“요즘은 아이를 제외하면 다 무성(無性)이어야 한다.” 광고업계 종사자의 우스갯소리가 이제는 정말로 공연한 말이 아니게 되었다.

여성가족부는 이번 논란을 반면교사 삼아 여성만이 아니라 남성도 포함하는 가족부가 되었으면 한다. 보다 근본적인 시각 교정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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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희 2019-02-20 09:44:58
욕먹을만 했다니 ㅋㅋ 완전 맞는말하는구만

ㅇㅈ 2019-02-19 16:38:26
기자님 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