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의 ‘조현아 남편 폭행’ 보도, 그 불편함
KBS의 ‘조현아 남편 폭행’ 보도, 그 불편함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9.02.21 14:48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자토크] 이혼소송 중 당사자 사생활 중계
국민의 알 권리, 진실을 알릴 의무 충족하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이혼소송을 벌이고 있는 남편 박모씨가 가정폭력을 주장하며 경찰에 제출한 영상을 KBS뉴스에서 입수해 단독보도했다. 화면 캡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이혼소송을 벌이고 있는 남편 박모씨가 가정폭력을 주장하며 경찰에 제출한 영상을 KBS뉴스에서 입수해 단독보도했다. 뉴스 화면 캡처

[더피알=강미혜 기자] 한진가 큰딸이 또다시 핫이슈의 주인공이 됐다. 이번엔 가정사가 밝혀지면서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이혼 소송 중인 남편 박모 씨가 경찰에 제출한 폭행 영상과 사진을 KBS가 단독보도한 것이 계기가 됐다.

재벌의 ‘충격적 민낯’을 폭로하는 듯한 자극적인 장면이 전파를 타면서 이 소식은 순식간에 언론지상을 장식했다. 어김없이 대중의 ‘땅콩 기억’이 재소환됐다. 4년 전 땅콩회항 사건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재벌딸의 부도덕성과 몰염치를 드러내는 단면으로 해석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그러면서 조 전 부사장을 비롯해 ‘물컵 갑질’로 지탄 받은 동생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운전기사와 가사도우미에 갑질한 모친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까지 줄줄이 거론되며 한진그룹 오너가 전체를 비난하는 여론으로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냉정히 생각해 보면 KBS의 이번 보도는 이해하기 어렵다. 좀 더 직설적으로 말하면 의도나 목적이 의심스럽다. 재벌가 부부의 이혼소송에서 다툼의 ‘증거물’을 한쪽의 일방적 주장에 근거해 여론재판에 들이민 격이기 때문이다.

박모 씨 주장대로 부부간이라도 절대 안 되는 물리적 폭력이 있었다면 그건 명백한 잘못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개인의 ‘사적 영역’에 해당하는 것으로, 이혼소송에서 시비가 가려져야 할 사안이다. 그런데 난 데 없이 KBS가 끼어들어 뉴스로 먼저 중계했다. 법의 판단에 앞서 여론의 뭇매를 부채질한 것이나 다름없다.

공인(公人)에 대한 비판과 감시가 언론의 임무라는 전제에서 판단해 봐도 보도의 가치나 명분은 부족해 보인다. 조 전 부사장은 이미 한진그룹 내 모든 직에서 물러난 사인(私人)이다. 더욱이 사회적 지위에 반(反)하는 갑질 문제를 일으킨 케이스도 아니다. 단지 재벌이라는 이유로 부부간 갈등과 다툼의 문제까지 공인의 틀 안에서 재단하려는 건 관음증에 가까운 언론의 지나친 관심이다.

한국기자협회 윤리강령에 따르면 ‘기자는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고, 진실을 알릴 의무를 갖고 공정보도를 실천’해야 한다. 그리고 ‘공익이 우선하지 않는 한 모든 취재 보도 대상의 사생활은 침해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조 전 부사장 부부갈등의 심각성을 낱낱이 알려준 KBS의 보도는 과연 알 권리에 얼마나 부합할까. KBS는 어떤 진실을 알리고자 단독을 붙이면서까지 메인뉴스에서 눈살이 찌푸려질 화면을 내보냈을까. ‘국민밉상’으로 찍힌 유명인의 일탈을 가십처럼 다룬 옐로저널리즘적 행태로 비쳐지는 건 기자만의 시각일까.

공공의 이익을 위하는 공영방송사라면 한진가 사생활을 선정적으로 들추기보다 한진그룹의 지배구조·경영환경 개선안이 얼마나 실질적으로 잘 이행되고 있는지 묵묵히 감시하고 점검해나가는 노력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그게 KBS에 수신료를 내는 국민이 기대하는 진짜 뉴스다운 뉴스가 아닐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땅콩항공 2019-02-23 01:02:44
정신 이상한 사람은 사회에서 격리해야 한다. 보도가치 충분하다

수영 2019-02-22 23:25:00
뉴스 참 아름다웠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