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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직난에 허덕이는 그 청년들의 속내
구직난에 허덕이는 그 청년들의 속내
  • 안해준 기자 homes@the-pr.co.kr
  • 승인 2019.03.08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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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 스펙 경쟁’ 탈진, 사라진 평생직장
취준생 꺼리는 조건…‘연봉은 당사 규정에 따라 협의’
월급은 신입·업무량은 경력…‘갑’ 동경 사회
스펙 쌓기에 열중하지만, 한계에 부친다는 청년들이 많다. 에이전시 업계의 과중한 업무는 기피의 주요 원인이다.
스펙 쌓기에 열중하지만, 한계에 부친다는 청년들이 많다. 에이전시 업계의 과중한 업무는 기피의 주요 원인이다.

 [더피알=안해준 기자] ‘갈 데는 있는데 내가 갈 데는 없다’. 요즘 청년 구직자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얄궂은 문장이다. 원하는 회사에 들어가기 위해 수많은 지원서를 작성하고 소설 같은 자기소개서를 쓰지만 취업의 문은 흐릿하기만 하다. 신입 취준생부터 짧은 경력자들까지 20대 청년들의 구직 애로사항과 솔직한 목소리를 청취했다.

#치열한 스펙 경쟁
대학교 1년 졸업유예 후 직장을 찾고 있는 29살 취준생 A씨. 토익, 자격증, 대외활동까지 수많은 스펙을 쌓았지만 취업이 되지 않아 답답하다. 대기업에서 스타트업까지 다방면으로 모색해 보지만 나와 딱 맞는 회사가 별로 없다. 좋은 조건의 채용 공고를 찾아도 경력사항을 요구하거나 경쟁률이 높아 불합격하기 일쑤다. 어쩔 땐 ‘이미 내정자가 있다’는 소문도 들려와 허탈함을 감출 수 없다. 계속된 취업 실패에 최근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해야 하나 고민에 빠졌다.

#월급도 적은데…
이공계 관련 회사에 신입으로 들어간 B씨. 부서 내 직원 수는 5~7명 정도. 그러나 직원복지가 박하다. 병원비, 교통비 등은 물론 점심식사도 직접 만들어 해결했을 정도. 신입이라 최저시급 수준의 연봉에는 큰 의미를 두지 않지만, 받는 월급에 비해 근무시간이 너무 길어 힘들다. 늦게 퇴근하니 자기계발 시간을 갖는 것도 쉽지 않다. 결국 오래 있을 곳은 아니라는 생각에 1년 후 퇴사했다. 현재는 새로운 곳에 이직하기 위해 자격증 등 새로운 스펙을 만들고 있다.

취업준비생들은 가장 먼저 탄탄한 스펙을 쌓는데 열중한다. 토익 점수와 자격증은 기본이고 해외연수, 대외활동, 공모전, 인턴십까지 다양한 경험을 남들과 조금이라도 차별화된 이력으로 포장해 지원서에 몰아넣는다.

그와 동시에 계속되는 ‘무한 스펙 경쟁’에 한계를 느낀다. 한 취준생 C씨는 “이제 스펙은 갖출 만큼 갖췄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수많은 곳에 지원서를 내도 면접 기회도 별로없다. 이제 뭘 더 준비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기업 특성에 따라 필요한 서류가 추가되기도 한다. 주제에 대한 기획서나 아이디어를 요구하는 회사도 존재한다. 최근 학벌과 지역을 안 보고 인재를 뽑는 ‘블라인드 채용’이 증가하면서 구직자의 직무능력을 평가하는 비중이 더 높아졌다. 하지만 오히려 스펙 외에 신경쓸 것들이 더 늘어났다는 볼멘소리가 들린다.

최근 대학을 졸업한 20대 D씨는 “자격증, 영어점수 등 남들과 동등한 조건을 만들어 놓았다. 여기에 특정 주제에 대한 기획서나 프레젠테이션 발표를 원하는 기업도 있어 이 부분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이력서 준비가 더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서류에서 떨어지는 경우 불합격에 대한 피드백이 없어 답답하다는 불만도 있다. 사무직 취업을 준비 중인 E씨는 “열심히 지원서를 내고 있지만 막상 서류에서 탈락한 경우 불합격 이유를 알 수가 없다. 어떤 부분을 다시 준비하고 보완할지 막막하다”고 했다. 실제로 합격 여부만을 통지하는 기업이 대부분이다. 불합격일 경우 아예 연락하지 않는 곳도 있다.

근무환경과 워라밸

구직자들은 지원서를 제출할 때 기업의 복지와 대우 조건에 가장 관심이 많았다. 근무시간 대비 적당한 수당과 확실한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보장되는 곳은 단연 1순위다. ‘야근 많은 회사’ ‘주말에 출근하는 회사’는 기피 대상 1호다. 평생직장이란 단어는 사라진 지 오래. 자신이 당장 근무하는 회사가 삶의 질을 얼마나 보장해주는지가 중요하다.

그러나 구직자 입장에서 지원하는 회사 정보를 사전에 얻기는 쉽지 않다. ‘연봉은 당사 규정에 따라 협의’ 또는 ‘탄력적으로 근무시간 운영’ 등 불확실한 정보 기재는 입사 지원을 꺼리게 만드는 원인 중 하나다. 취준생 F씨는 “면접까지 합격해서 인사담당자를 만났는데 예상보다 복지와 급여가 열악했다. 결과적으로 최종합격 후 입사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업무 강도가 높은 에이전시는 기피 대상이 되기도 한다.

지난해 광고·PR 에이전시에서 1년 근무하다 퇴사한 G씨는 회사의 빡빡한 근무환경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했다. 직원 수가 적다 보니 신입이지만 혼자서 수많은 클라이언트를 담당했고, 받는 연봉에 비해 업무 강도가 높아 퇴근 시간이 늦어졌다. 반복되는 야근에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G씨는 “에이전시 특성상 다양한 일을 배울 수 있어 좋았지만, 워라밸이 보장되지 않아 오래 다니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클라이언트(고객사)와의 관계도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현재 PR회사에 다니는 H씨는 “우리는 ‘을’의 입장에서 모든 것을 진행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매일 아침 클라이언트의 피드백을 반영해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새벽부터 고객사를 위한 업무가 시작되고 클레임은 일상이다. 5분대기조마냥 고객사의 피드백에 신경을 곤두세우지만 결과는 잘되면 내 탓, 못 되면 네 탓이다. H씨는 “소위 갑이 되고 싶은 마음으로 더 좋은 회사를 찾게 된다. 아직 실력이 부족하지만 열심히 배워서 최종적으론 일반 기업 홍보팀으로 가고 싶다”고 말했다.

신입사원에게 경력직 이상의 역량을 요구하는 기업도 있다. 방송계에서 신입으로 근무하다 퇴사해 실업급여를 받는 I씨는 “회사에서 배울 점이 많았지만 입사한 지 3개월도 안 됐는데 너무 많은 업무를 소화해 힘들었다. 내가 경력직인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라고 했다. 월급은 신입 수준인데 경력직 이상의 일을 요구받아 부담스러웠다는 설명이다. 처음 입사 후 업무 적응시간이 필요하지만 규모가 작은 회사일수록 실무에 곧바로 투입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일처리가 서투르니 당연히 야근이 많아진다.

자연스레 청년들은 더 좋은 근무환경이 보장되는 기업으로 이직하기 위해 취업 후에도 채용사이트를 뒤진다. 중소기업 신입으로 들어간 20대 회사원 J씨는 “지금 다니는 곳이 나의 평생직장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남들보다 뒤처진 만큼 개인 시간을 활용해 더 좋은 기업으로 이직할 것이고 지금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퇴사 후 공백 관리

짧은 경력일 경우 재취업에 있어 공백 기간 최소화 가 중요하다. 새로운 직장을 찾을 때 인사담당자에겐 부정적으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첫 직장을 나와 이직을 준비 중인 20대 후반 K씨는 “퇴사하고 바로 다음 직장을 구하지 못했다. 뭐라도 해야 이직할 때 도움될 것 같아 직무 관련 교육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인터넷 언론에 몸담았던 L씨는 퇴사 후 공백 기간을 줄이기 위해 객원기자로 활동했다. 아르바이트나 프리랜서처럼 짧은 기간이라도 관련된 직무를 이어가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다. 금전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마냥 쉴 수 없는 노릇이다.

과거엔 이력서에 넣지 않던 단기 경력도 공백 최소화를 위해 기재하는 청년들이 많아졌다.
과거엔 이력서에 넣지 않던 단기 경력도 공백 최소화를 위해 기재하는 청년들이 많아졌다.

대부분 기업은 최소 1년 이상 근무 기간을 경력으로 인정한다. 그러나 요즘 젊은 구직자들은 짧은 경력이라도 일단 이력서에 추가해 넣는다. 첫 직장을 6 개월도 못 채우고 이직한 청년 M씨는 “경력으로 인정되지 않아도 최대한 다양한 경험을 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혹여 경력직이 아니라 신입 모집으로 채용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양한 경험을 남다른 스펙으로 포장해 다른 지원자와 차별화하겠다는 것이다.

요즘 청년들은 첫 직장을 본인의 종착역이 아닌 단계적 성장 과정으로 보는 시각이 대부분이다. 입사 1년차인 N씨는 “처음부터 어린 나이에 일류회사에 들어가기 쉽지 않다. 조금 힘들더라도 최대한 배우면서 원래 원하는 곳에 들어가기 위한 과정으로 삼고 있다”고 했다.

이름값보다 직무 중심

청년 구직자들은 기업이 오랫동안 직원들을 잡아 놓기 위해선 꾸준히 소통하며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작은 회사에 취업한 O씨는 “신입이라 연봉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지만 회사 시스템 중에 이해되지 않는 사항이 많았다. 문의나 상담 요청을 해도 문제점이 해결되지 않아 결국 퇴사키로 했다”고 전했다.

최근엔 자유로운 분위기와 개인의 역량을 존중하는 기업을 선호하는 구직자들이 증가하는 추세다. 스타트업에 지원해 면접까지 치렀던 취준생 P씨는 “스타트업의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분위기가 충분히 매력적이라 생각해 지원했다”고 밝혔다. 한편으론 불안감도 존재한다. 그는 “회사 규모가 워낙 작아 급여가 밀리지 않을까 걱정된다. 처음부터 혼자 서 일을 시작하는 것도 어렵다”고 했다.

직장을 퇴사한 사람들 사이에선 ‘자발적 백수’가 늘고 있다. 정말 자신과 맞는 직무와 회사에 입사하기 위해 스스로 공백 기간을 길게 가져가는 것이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30대 청년 Q씨는 “첫 직장에서 퇴사하면서 직무와 미래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 무리해서 이직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본인이 원치않는 직장에서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자신의 적성을 찾겠다는 것이다.

치열한 경쟁으로 회사 이름보다 원하는 직무에 맞춰 취업을 준비하는 흐름도 나타난다. 취준생 R씨 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먼저 생각한다. 주변에서도 특정 회사를 목표삼지 않고 직무에 맞는 회사를 찾는 경향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대기업을 목표로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최근 공채를 없애고 상시채용으로 입사방식을 변경하는 기업이 늘어나 공고 자체가 줄어들지 않을까하는 우려도 나온다. 여기에 입사 후 본인과 맞지 않은 부서에 배치되면 또 다른 고민이 생겨난다.

최근 대학을 졸업한 S씨는 “아무리 좋은 조건이라도 내가 원하는 일을 하지 못하면 결국 이 회사는 내 커리어에 도움되지 않는다고 본다. 채용 공고도 줄고 있어 취업이 더 어려워질 것 같아 불안하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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