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제가 지상파 콘텐츠 돌파구 될까
시즌제가 지상파 콘텐츠 돌파구 될까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19.03.08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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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드라마-예능서 속편 제작 활발
‘프로그램 퀄리티 상승’ vs ‘현실적 한계’ 의견 팽팽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V2' 티저영상의 한 장면. 영상 캡쳐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V2' 티저영상의 한 장면. 영상 캡쳐

[더피알=문용필 기자] 최근 들어 지상파에 ‘시즌제’ 느낌이 물씬 풍기는 예능과 드라마들이 속속 선을 보이고 있다. 장수 프로그램을 하나의 미덕처럼 여겼던 과거와는 사뭇 달라진 분위기다. 이에 CJ ENM 등 케이블 PP(Program Provider)나 종편 방식의 시즌제가 정착돼 지상파 콘텐츠가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MBC는 지난 2017년 종영된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하 마리텔)의 속편 격인 ‘마리텔 V2’를 오는 29일부터 방송할 예정이다. 각 출연자들이 온라인상에서 1인 방송을 펼치고 이를 편집해 지상파 플랫폼에 녹여낸 전작은 약 2년간의 방송기간 동안 큰 인기를 끌며 백종원 등의 스타를 탄생시켰다. ▷관련기사: ‘마리텔 돌풍’ 미디어 역전현상 서막인가

온라인 방송 플랫폼이 다음 TV팟(현 카카오TV)에서 트위치로 옮겨가고 출연진과 진행의 변화도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마리텔 V2의 기본적인 포맷은 전작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진짜사나이’는 지난해 9월부터 올 초까지 ‘300’이라는 이름을 달고 속편이 방송됐다.

KBS는 지난 2016년 좋은 반응을 얻었던 드라마 ‘동네변호사 조들호’에 이어 올 초부터 ‘죄와 벌’이라는 부제를 단 ‘조들호 2’를 방송중이다. 출연진들은 대폭 바뀌었지만 타이틀롤인 조들호 역할은 여전히 배우 박신양의 몫이다.

KBS는 지난해 ‘추리의 여왕 시즌 2’를 선보이기도 했다. 주연배우뿐만 아니라 같은 작가와 연출자가 참여했다는 점에서 지상파 시즌제 드라마의 시초로 평가받기도 했다.

지상파에서는 이같은 시도가 다소 낯설기는 하지만 케이블이나 종편의 경우에는 이미 자리 잡은 포맷이다.

드라마의 경우 OCN의 ‘신의 퀴즈’가 이미 5번째 시즌을 마무리 했다.

현재 방송 중인 tvN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의 경우 17번째 시즌을 이어가고 있는 국내 시즌제 드라마의 대표격이다. 예능의 경우에는 같은 방송사의 ‘꽃보다 할배’ ‘신서유기’ 시리즈를 들 수 있다. JTBC의 ‘히든싱어’, Mnet의 ‘너의 목소리가 보여’도 시즌제 프로그램으로 분류될 수 있다.

지상파는 그간 드라마와 예능을 막론하고 시즌제 프로그램을 선보이는데 인색했던 것이 사실이다. 최근 ‘2’라는 숫자를 단 프로그램들이 지상파에서 선보이고 있지만 엄밀히 따지면 상당수가 본격적인 시즌제를 표방했다고 하긴 어렵다. 마리텔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에 대해 양윤직 오리콤 IMC미디어본부장은 “케이블이나 종편은 (제작)예산이 넉넉하지 않으니 (시청자에게) 검증된 프로그램을 돌릴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지상파는 상대적으로 제작비가 넉넉해 굳이 (같은 프로그램을) 시즌제로 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라며 “예산이 넉넉하면 10개 프로그램 중 한 두 개만 히트하면 된다”고 봤다.

한 지상파 PD도 “시즌제 프로그램은 성격이 강렬하다. 킬러콘텐츠를 만들어서 여러 번 돌릴 수 있으니 채널 이미지를 제고하고자 하는 방송사들에게는 매력적이다. 여러 번 재방송을 하니 자원을 집중 할 수도 있다”며 “그런데 지상파는 채널 이미지를 고정하기 위해 그렇게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시즌 휴식기, 재충전 할 수 있지만 광고 공백은?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그는 “시즌제를 하면 제작진을 유지하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시즌제 프로그램은 일정기간 휴식기를 갖는데 이 기간동안 월급을 받는 자사 인력을 그냥 쉬게 두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게다가 프리랜서 작가들의 경우에는 다른 프로그램에서 겹치기로 일을 하지 않는 한 일정기간 ‘백수’가 될 수밖에 없다. 익명을 요구한 방송계 한 관계자는 “드라마의 경우에는 외주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탄탄한 외주사들은 거의 없다”며 “이번 시즌을 만들고 내년에 또 만든다는 보장이 없다”고 전했다.

시즌제가 고려될 정도의 인기 프로그램 경우, 방송사의 수익 측면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10년 넘게 MBC의 간판 예능이었던 ‘무한도전’의 경우, 연출자인 김태호 PD가 인터뷰 등을 통해 시즌제의 필요성을 주장한 바 있지만 결국 지난해 3월 종영 때까지 이뤄지지 못했다.

이를 두고 MBC의 전체 광고매출에서 무한도전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지상파 한 관계자는 “(검증된) 장수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광고가 들어온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정기간 휴식기를 갖는다는 것은 보다 여유로운 제작환경 조성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시즌제 프로그램은 에너지를 집중시킬 수 있고 창의성을 재충전하는 장점을 가진다”고 말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지상파 입장에서는 한번 해볼 만한 도전인 셈. 최근 들어 콘텐츠의 참신성이나 기발한 아이디어 면에서 종편·케이블에 밀린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군살빼기’ 들어간 지상파, 그런데 콘텐츠는요?

17번째 시즌을 이어오고 있는 tvN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 CJ ENM 제공
17번째 시즌을 이어오고 있는 tvN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 CJ ENM 제공

양윤직 본부장은 “(현재 지상파) 광고매출에 한계가 있지 않나. 제한된 예산으로 좀 더 완성도 높은 프로그램을 내놓아야 수익성도 좋아진다”며 “현재는 과거 히트작을 버전업(Version Up) 시키는 개념이긴 하지만 (시즌제로) 갈 수 밖에 없다”고 봤다.

하재근 평론가도 “tvN 등 케이블이 시즌제로 성과를 올리고 있다. 이미 검증됐기 때문에 지상파도 이를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지상파가 경쟁력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서는 시즌제를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반론도 있다. 지상파 PD는 “냉정하게 따져서 프로그램이 잘 되면 시즌제를 하는거고 아니면 안되는 것 아니냐”며 “제작진에게 휴식이나 기회를 준다기 보다는 (방송계는) 철저하게 광고판매 논리로 돌아가는 것이다. 콘텐츠 품질에 대한 배려는 크게 높지 않다고 본다”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 방송계 관계자는 “지상파는 이미 일정정도의 폭발력이 없다면 광고가 들어오지 않는 구조가 됐다. 뭔가를 실험할 수 있는 건 사치에 가깝다”며 “게다가 시즌제는 출연진을 계속 안고가야 하는데 연예기획사들의 파워가 강해지면서 (시즌때마다) 이들에 대한 출연료 문제가 불거져 나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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