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년 만에 법제화된 정부광고, 달라지는 점은?
40여년 만에 법제화된 정부광고, 달라지는 점은?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19.03.1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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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재단 법적 지위 높아지고 민간광고사 ‘턴키방식’ 수주 어려워져
정부광고집행 방식이 40여년만에 법제화 돼 현재 시행중이다. 뉴시스
정부광고집행 방식이 40여년만에 법제화 돼 현재 시행중이다. 뉴시스

[더피알=문용필 기자] 2018년 5월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법안 하나가 통과됐다. 이름은 ‘정부기관 및 공공법인 등의 광고시행에 관한 법률’(이하 정부광고법). 지난 2016년 7월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0명이 최초 발의에 나선 이후 2년 만의 일이었다.

정부광고의 효율성과 공익성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이 법에는 정부부처는 물론 지방자치단체, 공기업에 이르기까지 국민 세금이 투입된 모든 공공기관들의 광고 집행 절차가 규정돼있다.

법안이 통과된 지 6개월만인 12월 13일부터 이 법은 효력을 갖기 시작했고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도 시행령을 내놓았다. 단 16조에 불과하지만 그간 법률적 효과가 미미했던 정부 산하기관들의 광고 집행 방식을 최초로 법제화시켰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그런데 여기서 드는 의문 한 가지. 지금까지 국민이 접한 수많은 정부 광고들은 어떤 법적 근거에 의해 집행돼오던 것일까.

이를 들여다보면 아연실색할 만하다. 지난 1972년에 만들어진 국무총리 훈령 102호 ‘정부광고시행에 관한 건’에 의존하고 있었다. 2009년 일부 개정되고 문체부가 자체적인 업무 시행지침을 마련해놓긴 했어도, 뼈대 자체가 박정희 정권 당시 만들어졌는데 그에 기준해 21세기 대한민국의 모든 공공기관 광고가 집행됐던 것이다.

결국 46년 만에 대대적인 수술에 들어갔지만 종전과 비교해 정부광고법이 크게 다르지는 않아 보인다. 우선 정부기관의 모든 광고 업무를 문체부가 관할하고 광고를 원하는 기관들은 문체부 장관에게 이를 사전에 요청해야 한다는 점이 그렇다.

문체부 장관이 정부광고 업무를 다른 기관에 위임 혹은 위탁할 수 있다는 점도 같다. 법 시행이전까지 정부광고 집행 업무를 대행해오던 한국언론진흥재단은 아예 시행령 상에 위탁기관으로 명시됐다.

이전까지는 문체부의 시행지침에 따라 정부의 국내 광고는 언론재단이, 해외 광고는 국제방송교류재단(아리랑TV)이 맡아왔다. 엄밀히 따져 법제화 이후에는 언론재단이 유일한 위탁기관으로서 재위임하는 형태로 교류재단에 해외 광고업무를 맡기고 있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크게 변한 것은 없는 셈이다.

정부기관-언론사 광고 직거래 원천봉쇄

하지만 정부광고 대행 업무에서 언론재단의 법적지위가 올라갔다는 것은 강제성이 강해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제 언론재단을 거치지 않은 정부광고는 모두 불법으로 간주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기관과 매체사 간의 직거래가 사실상 불가능해 진 것이다.

이는 민간 종합광고대행사에게도 여파가 가고 있다. 광고와 콘텐츠 제작, 이벤트, 캠페인 등을 통으로 묶는 이른바 ‘턴키방식’의 사업 수주가 어려워졌다. 광고가 포함된 턴키계약의 경우 언론재단이 광고사와 함께 계약하는 형태로 업무가 진행돼야 한다. A광고회사 관계자는 “매체 (광고) 집행능력이 있어도 못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부기관에서는 법 시행 전부터 대비한 분위기도 엿보인다. B광고회사 관계자는 “2000만원 이상은 수의계약이 안 되기 때문에 광고금액이 큰 경우 무조건 언론재단을 통하고 있다. 감사를 받을 수 있기때문”이라며 “부처에 감사팀과 구매부가 따로 있기에 특정 부서에서 (특정 매체에 광고를) 밀어주는경우는 없어진 지 꽤 됐다”고 관가 분위기를 전했다.

C광고회사 대표도 “언론재단을 통해 발주되는 비율이 늘어나고 있다”며 “조금씩 (시장 상황이)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 일부 정부기관 언론재단에 대행을 맡기지 않고 매체사와 직거래로 광고를 집행하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이에 문체부는 지난 2015년 협조요청 공문을 통해 “대행기관을 통하지 않고 정부광고를 직거래하는 등 관련 규정을 위반한 사례가 있어 국정감사시 지적을 받은 바 있다”며 규정 준수를 당부할 정도였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직거래가 만연했던 이유로 언론재단의 광고업무 전문성을 지적했다. 그는 “민간대행사에 맡기면 좀 더 효율적인 예산집행이 가능하지만 재단을 통해선 힘들었다는 이야기를 정부부처나 기관 관계자로부터 들었다”며 “(언론재단의 광고대행이) 법제화되니 기관들에게는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정부광고 통합지원 시스템 홈페이지. 사이트 캡쳐
정부광고 통합지원 시스템 홈페이지. 사이트 캡쳐

수수료가 빠지니 매체사 입장에선 불필요한 비용이 나간다는 불만도 있다. 언론재단이 대행을 하면 10%의 수수료를 가져간다. 모 일간지 광고담당자는 “일부 공기업의 경우 기존대로 일단 매체와 협의하고 추후 언론재단에 통보하는 방식으로 업무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정부광고법 시행 이전 수수료 징수는 ‘후지급’ 방식이었다. 정부기관이 광고비를 매체사에 집행하면 추후 언론재단이 매체사로부터 수수료를 떼는 형태다. 이 과정에서 민간업체가 협업할 경우 언론재단의 수수료 중 일부를 제공하게 돼 있다.

10억원 이상으로 단위가 큰 광고라면 AOR(Agency Of Record) 방식으로 민간업체가 수수료 중 최대 70%까지 가져갈 수 있다. 이전에는 20억 이상의 금액에 한해 AOR이 적용됐고 수수료도 최대 60%까지 민간업체가 가져갈 수 있었지만, 민간업체에 더 큰 혜택이 돌아가도록 조정됐다는 것이 문체부 측의 설명이다.

수수료율은 똑같지만 광고단가에 영향

그런데 지금은 체계가 달라졌다. 수수료율은 변함없지만 매체사에게는 수수료를 뗀 나머지 순수 광고비만 주고 언론재단이 광고주로부터 수수료를 받는 선지급 방식으로 바뀐 것이다.

이에 대해 문체부 관계자는 “수익자 부담원칙에 따르면 정부기관에서 (수수료를) 내는 게 맞다”며 “과거 언론계에선 언론재단이 도움 준 것이 없는데 왜 우리에게 10%를 떼어 가느냐는 주장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흥미로운 점은 바뀐 제도에 대한 언론사의 반응이 시큰둥하다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총매출액은 줄어들기 때문이다. 한 일간지 관계자는 “회사에서는 지표를 보고 왜 매출이 줄었느냐고 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광고계 인사 A씨는 “언론사 입장에서는 표면적인 매출규모에 따라 광고단가를 정할 수밖에 없다. 실수익은 상관없지만 표면적인 매출이 낮아지면 광고단가도 낮아진다는 것이다. 불만은 거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왜 언론재단이 수수료를 가져가냐고 하지만 민간기업에게 광고를 받을 때는 (대행사를) 안 거치나. 큰 대행사의 수수료율이 더 높은데도 아무말 하지 않는다”며 “정부기관이니 눈먼 돈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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