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 ‘AI 택시시스템’, 탁상행정 될라
서울시의 ‘AI 택시시스템’, 탁상행정 될라
  • 안해준 기자 (homes@the-pr.co.kr)
  • 승인 2019.03.12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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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AI 기반 수요 예측 시범서비스, 올해 전면적으로 확대
신기술 적용해 구산업 발전 도우려는 취지…택시기사들조차 실효성에 의문
서울시가 AI를 기반으로 한 택시 수요 예측 시스템을 도입한다. 뉴시스
서울시가 AI를 기반으로 한 택시 수요 예측 시스템을 도입한다. 뉴시스

[더피알=안해준 기자] 서울시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택시 수요를 예측하는 서비스를 전면적으로 확대 적용키로 했다. 구산업으로 인식되는 택시업계에 4차 산업혁명의 상징과도 같은 신기술을 접목해 발전을 꾀하겠다는 의도지만 벌써부터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수요자인 택시기사들마저도 ‘탁상행정’이라며 마뜩잖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서울시가 한국스마트카드와 개발한 ‘AI 택시시스템’은 작년 11월부터 5개사 380대 택시에 시범 적용됐다. 택시정보시스템(STIS)을 통한 승하차 빅데이터에 인구통계, 대중교통 정보, 상권 등 다양한 변수를 더해 수요가 높은 지역을 예측, 표시해준다. 

기존 카카오와 티맵과 같은 민간 택시 서비스가 승하차 지점을 미리 지정한 고객 콜을 받는 방식이라면, AI 택시시스템은 기사가 직접 수요가 많은 지역으로 찾아갈 수 있게 데이터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기존 단말기에 프로그램을 설치하면 이용이 가능하다.  

서울시는 현 시스템을 개선해 올해 안에 전체 택시로 서비스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서울시의 이러한 정책은 최근 택시업계와 차량공유업체 사이 이슈와 관련 있어 보인다. 카카오는 카풀 서비스 도입을 추진하다 택시업계와 극심한 갈등을 빚었고, 결국 지난 7일 택시-플랫폼 사회적대타협기구를 통해 출퇴근 시간 동안 제한적으로 카풀 서비스를 허용하는 것으로 합의하며 논란이 일단락됐다. 

그러나 택시업계 일부에서 ‘졸속 합의’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있고, 이재웅 쏘카 대표를 비롯해 승차공유업계에서도 합의안 내용에 부정적 입장을 내비치면서 ‘반쪽짜리’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가 구산업이라 불리는 택시업계에 첨단기술을 접목해 스마트한 발전을 돕겠다고 내놓은 것이 바로 AI 택시시스템이다. 하지만 서울시의 건설적 취지와 달리 정작 택시기사들조차 실효성에 의문을 던지고 있다.

영등포구에서 만난 한 택시기사는 “굉장히 탁상공론적인 이야기”라며 쓴소리를 냈다. 그는 “데이터가 없더라도 경험적으로 언제 어느 때, 어느 곳에 사람들이 많은지는 우리도 잘 안다”며 “그럼에도 교통체증이 심한 시간대에는 서울 시내에서 무턱대고 이동하기가 쉽지 않다. 자칫 시간만 낭비하게 된다”고 했다.

택시를 운행하는 입장에선 가급적 끊김 없이 고객을 태우길 원하는데, 승객에 대한 보장 없이 데이터만 보고 해당 지역으로 가는 건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 기사는 “기술을 도입하는 것도 좋지만 현실적인 방안이 먼저 나와줘야 한다. 택시 전용도로와 같이 좀 더 접근성 높은 환경을 조성하는 등 근본적인 부분에서 (시가) 도움을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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