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냥이 배변훈련에 쓰세요”…오픈마켓서 확인되는 종이신문의 현주소
“냥이 배변훈련에 쓰세요”…오픈마켓서 확인되는 종이신문의 현주소
  • 안선혜 기자 (anneq@the-pr.co.kr)
  • 승인 2019.03.12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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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에 6000원꼴 판매, 제습·청소용품으로 활용
구독자 줄어도 유지되는 유료부수…읽는 신문 아닌 쓰는 신문으로
오픈마켓에서 한 판매업자가 올린 홍보 문구. 새 신문이란 점을 강조하고 있다.
오픈마켓에서 한 판매업자가 올린 홍보 문구. 새 신문이란 점을 강조하고 있다.

[더피알=안선혜 기자] 한 부에 800원에 팔리는 신문이 온라인에서는 반값도 안 되는 가격에 뭉텅이로 팔리고 있다. 기사 내용보다 종이 상태가 좋은 게 우선순위다.  

실제 국내 유명 오픈마켓들에서 ‘신문지’로 검색하면 어렵지 않게 10~13㎏에 달하는 새 신문을 6200원에서 9000원(배송비 포함) 가량에 살 수 있다. 신문 한 부 무게를 300g 정도로 보면 한 부당 약 190~270원 가량에 판매되고 있는 셈이다.

가격이 저렴한 대신 원하는 신문사를 선택하거나 날짜를 고르지는 못한다. 하지만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신문을 구매하는 사람들에게 이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읽기 위해 사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판매업체는 신문지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며 △애완동물 배변 훈련 △벽난로 및 화목 보일러 불쏘시개 △태풍으로 인한 유리창 파손 방지 △과일 야채 장기간 보관 △거울 및 창문 청소 등의 용도로 추천한다.

판매 문구에는 어김없이 ‘새’ 신문지임을 강조하거나 ‘오늘 날짜 신문이 그대로’라며 사용하지 않은 깨끗한 물품임을 강조한다. 뉴스를 담는 그릇이 아닌 생활에 활용 가능한 종이로만 가치가 매겨지는 것이다.  

오픈마켓 판매자가 신문지의 다양한 활용도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오픈마켓 판매자가 신문지의 다양한 활용도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신문의 이같은 다용도 변신 때문인지 각 오픈마켓에 지정된 카테고리도 제각각이다. 오픈마켓 한 관계자는 “셀러(seller)에 따라 포장지, 가정생활잡화, 도서 등으로 카테고리 설정을 다 다르게 한다. 때문에 판매량을 집계하는 것도 어렵다”고 말했다.

새 신문이 떨이식으로 팔려나가는 이같은 현상은 위상이 추락한 종이신문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1996년 69.3%에 달했던 신문 정기구독률은 2017년 9.9%로까지 급락했다. 20년 사이 7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 것. 꼭 수치로 확인하지 않아도 요즘 주변에서 신문 읽는 사람을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신문을 구독하는 집들은 급격히 줄었지만 ABC협회에서 인증한 각 신문의 유료부수 감소세는 비교적 완만한 편이다.

이 간극을 메우고 있는 하나의 요인이 신문의 다용도 변신일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당일 날짜가 뭉텅이로 팔리는 건 아닐 것”이라면서도 “(신문) 본사에서 밀어내는 물량이 있다 보니 지사 차원에서 남는 신문들을 어떤 식으로든 값을 매겨 판매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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