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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기사건수로 홍보성과를 말하나
아직도 기사건수로 홍보성과를 말하나
  • 유현재 hyunjaeyu@gmail.com
  • 승인 2019.03.13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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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재의 Now 헬스컴] 건강정책 대국민 홍보방안, ‘전술’만 있고 ‘전략’은 부재

1년여 휴식 끝에 ‘유현재의 Now 헬스컴’을 재개합니다. 백세시대가 사회적 화두가 된 지금, 건강한 소통방식을 제언해 실질적 문제 해결에 도움 되길 기대합니다.

정부의 건강정책을 국민에 홍보하는 전문가들조차 여전히 구시대적 홍보효과를 논하고 있다. 

‘건강정책 홍보가 아니라, 건강정책 PR이어야 한다’.

[더피알=유현재] 언뜻 말장난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이런저런 상황과 장소에서 저 구분이 얼마나 중요한 결과를 낳는지 여러 차례 느꼈다.

홍보는 말 그대로 넓을 ‘홍(弘)’에 알릴 ‘보(報)’라는 뜻으로, 의미에 충실할 경우 최선을 다해 많은 사람들이 특정한 사안을 인지할 수 있도록 하면 그걸로 오케이다. 반면 홍보의 영문 표현인 PR, 즉 퍼블릭 릴레이션스(Public Relations)를 곱씹어 보면 굉장히 다르다.

무엇보다 ‘관계성’이 중요한 변수로 자리하고 있다. 나아가 우리말 ‘홍보’에는 포함되지 않은 ‘효과성’이 내재돼 있다는 생각이다. 많이, 넓게 알려서 사람들 입에 회자되고 언론에 몇 번 보도되는가도 중요하겠지만, 진짜로 결정적인 사항은 그렇게 넓게 퍼뜨리는 노력을 통해 실제로 ‘효과’가 달성돼 공중과 호의적 관계(Relations)가 형성돼야 한다.

건강정책도 노출이 곧 매출?!

전공이 헬스커뮤니케이션이라 다양한 상황에서 건강정책을 들여다보고, 그 정책의 홍보 및 대국민 소통 등과 관련해 많은 분들과 교류하며 연구하고 자문한다. 그런데 가끔 일선 공무원들에게서, 혹은 대행사를 포함한 전문가들에게서도 상당히 이해하기 힘든 대화를 접하게 되는 순간이 있다.

예를 들면 “OOO 정책 관련해 홍보효과가 얼마나 있었습니까?”라는 질문이 주어지면, 정말 아무렇지 않게 “언론보도가 몇 건이었고, 우리사회 대부분의 성인들이 인지하지 않았을까 예상된다”는 매우 추상적 정보만을 제공하는 답변이 이어진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 대답을 듣고도 별다른 이의 없이 곧바로 수긍하는 모습을 보이는 상황이다. 마치 “노출은 곧 매출!”이라는 상당히 억지스럽고 일방적인 주장을 떠올리게 했고, 성과를 말씀하신 분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게 만들었다.

“언론에 다수 보도된 것은 잘 알겠습니다. 그런데 그 분들이 OO 정책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파악해 보셨나요? 최소한 댓글에 나타난 반응이라도 대충 살펴보셨는지, 아니면 해당 사안과 관련해서 설문이든 FGI(포커스그룹인터뷰)든 약식 인터뷰든.. 어떤 방식으로 받아들이고 있는지 말입니다.”

대충 예상은 했지만 “아직 거기까지는...”이라는 말을 전해 들었으며, 필자도 그분도 모두 썰렁하게 자리를 파했던 기억이 있다.

이런 대화들을 거치며 몇 가지 합리적 의심을 하게 됐다.

첫 번째는 홍보활동을 진행하거나 발주한 분들 모두 홍보라는 개념을 말하긴 하지만 궁극적 지향점인 ‘호의적 관계 형성’이라는 효과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았을 가능성이다.

두 번째, 무조건 많이 알리고 언론에 보도된 횟수만 성과이며 효과로 여기는 분들은 전략적 커뮤케이션의 핵심인 타깃팅(targeting)에 무지하거나 그것을 무시했을 개연성이 높다.

마지막 세 번째는 건강정책 PR에 있어 장기적 관점이나 IMC(통합마케팅) 차원의 큰 그림으로 접근하지 않았으며, 속칭 ‘건 바이 건’으로만 일을 쳐내려 하는 조급함이다. ‘전술’만 있고 ‘전략’은 부재한 것으로 보였다는 뜻이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영상회의실에서 고농도 미세먼지 긴급점검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자료사진) 뉴시스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영상회의실에서 고농도 미세먼지 긴급점검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자료사진) 뉴시스

정부기관 소통수준 평가항목 바꿔야

이 세 가지 말고도 최근의 우리를 정의하는 ‘스마트 컨슈머’에 대한 몰이해 또한 지적하고 싶다. 과거 매우 제한된 가짓수의 미디어가 전부였던 시절, 양으로 밀어붙이던 아젠다는 상당 부분 국민들이 그대로 믿게 될 가능성이 높았다. 안타깝지만 당연했다. 극도로 제한된 미디어 경로를 통해 자주 들려오는 말을 비판적으로 소화하거나, 그게 맞는 말인지 적극적으로 체크할 수 있는 능력도 여력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환경에서 ‘얼마나 회자 되는가’에 대한 변수는 추후의 효과성을 확신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잣대였다.

하지만 2019년을 사는 우리들이 과연 특정한 미디어 콘텐츠나 기사가 ‘그저 자주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가감 없이 믿거나 훅하고 사랑에 빠지거나, 아니면 무조건 미워할 만큼 그렇게 순진한 사람들인가? 특정한 건강정책이나 이슈에 대한 소식이 우리에게 자주 들려온다고 해서 자동으로 호감도가 상승하고 보도되는 뉘앙스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은가? 기존의 가치 판단과 상이하면 인터넷을 뒤져 핵심이 뭔지를 살펴보고 속내를 결정하는 일이 훨씬 보편화되지 않았나?

실제 백세시대, 치료보다는 예방, 건강수명 등등 패러다임도 대충은 꿰뚫고 있으며, 개인적으로 관여도 높은 질병과 보건의료 시스템에 대한 이해 또한 상당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세상도 변하고, 미디어도 변하고, 무엇보다 정보 소비자들이 엄청나게 변했건만, 안타깝게도 ‘홍보=많이 알리면 끝’으로 이해하는 분들이 여전히 많다. 지금도 정부기관 소통수준에 대한 평가항목에 언론보도 건수와 그 외 ‘알리는 양과 가짓수’가 매우 중요한 기준으로 자리하고 있다. 그것이 중요하지 않다는 게 아니라 그 다음 단계가 더 결정적이다.

청와대를 포함해 다수의 정부기관에 홍보·소통을 담당하는 수장에 PR전문가보다 언론사 기자 출신 등이 주로 임명되는 상황도 동일하게 안타까운 맥락이다. PR에는 언론보도 이외에도 공중과의 호의적 관계 형성을 위한 너무나 많은 전략과 이론과 테크닉들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모든 정책들이 모두 동일한 문법과 방식으로 소통돼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국민들의 삶에 상당히 직접적으로 마주치는 건강정책들은 이제 홍보 이상으로 PR이 포함하고 있는 ‘관계’를 궁극적으로 고민하는 방안들이 자주 논의되기를 희망한다. 알리는 것도 어렵지만 알린 다음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일이 100배는 더 어렵다. 하지만 1000배는 더 중요한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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