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사회공헌 감 잡았다
LG, 사회공헌 감 잡았다
  • 박형재 기자 (news34567@the-pr.co.kr)
  • 승인 2019.03.13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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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토크] 공기청정기 1만대 기부로 ‘갓LG’ 호평
대중이 원하는 시기, 원하는 방식으로 명분·실리 동시 추구

‘사랑해요 LG’, ‘갓LG’. 

[더피알=박형재 기자] LG그룹이 공기청정기 1만대를 초·중·고교에 무상으로 제공한다는 뉴스에 달린 댓글들이다.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150억원 규모의 통 큰 기부를 결정한 것도 높이 평가할 일이지만, 그런 선택을 통해 ‘아웃오브안중’으로 여겨지는 기업 사회공헌에 대한 세간의 인식을 바꾼다는 점에서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우선 타이밍이 절묘했다. LG의 사회공헌이 알려진 12일은 최악의 미세먼지가 일주일째 이어진 직후로 국민 건강에 대한 우려와 해결방안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매우 큰 시기였다.

특히 개학 시즌을 맞아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와 청소년을 자녀로 둔 학부모들의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그런 와중에 민간기업이 앞장서 교실에 공기청정기를 설치해준다니 고마운 마음이 배가될 수밖에 없다.

LG의 사회공헌이 알려진 과정도 흥미롭다. 이번 공기청정기 기부 소식은 LG 관계자가 아닌 이낙연 국무총리의 입을 통해 최초 전해졌다.

이 총리는 12일 자신의 SNS에 “구광모 회장 주재 간부회의에서 결정하고 권영수 부회장이 나에게 그 뜻을 전달했다”면서 “교실 면적 1.5배 공간에서 빠르게 공기를 정화하는 대용량 제품”이라고 LG를 치켜세웠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학교 교실에 대용량 공기청정기를 설치할 수 있도록 재정적 지원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한 바 있는데, LG가 적극 동참한다는 의미는 물론 권위자의 입을 통함으로써 스스로 자랑하지 않는 모양새가 됐다. PR전략에서 언급하는 ‘렛 뎀 토크(let them talk, 다른 사람이 자발적으로 이야기 하도록 하라)’의 정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 LG는 대중이 원하는 사회공헌의 방식을 잘 아는 것으로 보인다. LG의인상이 대표적이다. 

2015년부터 시작해 지난달 100번째 수상자를 배출한 LG의인상의 경우, 언론보도를 통해 화제가 된 이들에 수상의 영예를 안기고 있다.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거나, 흉기 든 강도를 제압하는 등 국가와 이웃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 평범한 이들에게 기업이 사회적 책임으로 보답한다는 의미를 담는다.

다만 LG측은 “공기청정기 기부나 의인상 모두 사회적으로 필요한 곳에 도움을 주는 개념이지 특별히 이슈가 되길 바란 것은 아니”라며 선을 긋고 있다. 

LG의 공기청정기 기부 관련 뉴스에 달린 댓글들.
LG의 공기청정기 기부 관련 뉴스에 달린 댓글들.

그럼에도 한창 가려운 곳을 시원히 긁어주는 LG식 사회공헌은 매번 큰 호응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공기청정기 기부는 정부의 미세먼지 대책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나온 빠른 도움의 손길이라 사회적으로 주목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덩달아 LG가 만드는 미세먼지용 가전제품 홍보효과도 커지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주요 기업의 사회공헌비는 2018년 기준 2조7243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크게 주목받는 사회공헌 활동은 드물다.

미세먼지나 의인처럼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이슈를 사회공헌 대상으로 선정함으로써 사회적 명분도 얻고 실리도 같이 추구하는 LG 행보는 그런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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