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필품부터 자동차까지, 구매→구독
생필품부터 자동차까지, 구매→구독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19.03.2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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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전 분야로 확대일로
개인화 현상+향유 중심 라이프스타일 영향
2020년 시장규모 5300억 달러까지 성장
일정 돈을 내고 매일 아침 신문이나 우유를 받아보던 정기 서비스가 이제는 산업 전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더피알=문용필 기자] 최근 라이프스타일 전반에서 구독서비스가 활발하게 연결되고 있다. 인쇄매체의 정기배달로 압축되던 과거의 개념과 달리, 소유와 구매에 지치거나 ‘있어빌리티’를 추구하는 이들을 위해 다양한 산업군에서 주목하고 있다. 이제 구독만으로도 현대인들의 생활이 가능해질지 모를 일이다.

구독(購讀)이란 단어는 본래 사전적으로 읽을거리를 구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은 직접 발품을 팔아 읽을거리를 사기보다 정기적으로 돈을 내고 집에서 편안하게 신문이나 잡지를 받아보는 개념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물론 여기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과거 주택가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아침 풍경을 떠올려보자. 대문이나 현관에 매달린 작은 주머니 하나가 생각날 것이다. 매일 아침 배달원이 전달해주는 우유 혹은 요구르트를 넣어두는 용도였다. 미리 일정 기간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불하고 정기적으로 받아보는 차원에서 보면 신문이나 크게 다를 바 없다. 보다 진일보된 구독 모델이 과거부터 존재했던 셈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구독서비스가 산업 전 분야에서 대폭 확대되는 모양새다. 신선식품과 반찬 등 음식류는 물론 옷과 화장품, 심지어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물품을 구독할 수 있게 됐다.

신문이나 잡지 등 인쇄매체에 한정됐던 미디어 영역에서도 유튜브나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등 모바일 기반 플랫폼을 통해 정기적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이른바 ‘구독경제’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는 이유다.

마케팅 전문가인 조명광 씨엘앤코 대표는 “구독의 가장 큰 전제는 정기성이다. 과거에도 있었던 모델이지만 점점 시대가 빠르게 변하면서 살아가는데 필요한 물품의 영역이 넓어졌다”며 “게다가 사회적으로 개인화 현상이 심해지면서 가족 내에서 이를 챙겨줄 사람이 없다보니 구독경제의 확산으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라피올라는 프라이팬을 정기적으로 교체해주는 서비스를 한다. 

소유에 대한 집착이 과거보다 덜한 현대인들의 라이프스타일도 한 몫을 차지한다. 이준영 상명대 소비자주거학과 교수는 “소유 중심에서 향유 중심의 소비로 바뀌면서 구독경제가 살아나고 있다”며 “제품 수명 주기나 트렌드 사이클도 엄청나게 빨라져 물건을 갖기보다는 그때그때 구독으로 향유하려는 움직임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트렌드 사이클이 빨라진다는 것은 소비자가 필요한 물품을 제때 고르기 어려워졌다는 이야기도 된다.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은 “현대인들은 취향을 중요시한다. 그런데 직접 (물건을) 고르려면 그만큼의 안목과 경험치가 있어야 하는데 모든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며 “누군가의 큐레이션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구독서비스의 편리를 언급했다. 쉽게 말해 전문가가 골라주는 물건을 받으면 되니 머리 아플 이유가 없다.

구독경제의 트렌드화는 국내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스위스 금융기관인 크레디트 스위스의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약 4200억 달러 수준이었던 구독경제 시장규모는 오는 2020년 약 5300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가 제품군과 연결되는 렌트방식 구독

최근 선보이고 있는 구독서비스는 크게 두 가지 모델로 요약된다. 과거 신문이나 우유를 받아보는 것과 비슷한 전통적 방식과 필요할 때마다 원하는 물품을 빌리는 렌트 방식이다. 전자의 경우 식음료나 생필품이 주를 이룬다. 면도날을 정기적으로 보내주는 해외 서비스 달러 쉐이브 클럽이나 국내 온라인 커머스 업체인 쿠팡의 정기배송 서비스가 여기에 해당한다.

구독서비스는 단시일에 소모되는 생필품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플라워 커머스 업체인 꾸까는 꽃을 정기 배송해준다.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은 이들의 취향을 저격한다.

프라이팬을 바꿔주는 서비스도 등장했다. 주방용품 기업인 라피올라다. 이는 한국인의 식습관과 무관치 않다. 육류와 빵 위주의 서구인들이 오븐을 많이 사용하는 데 비해 나물 등 볶음 요리를 많이 먹는 한국인들은 프라이팬을 애용하기 때문이다. 코팅이 벗겨지고 스크래치가 나면 기능도 떨어지고 건강에도 좋지 않을 수 있기에 정기적으로 프라이팬을 갈아주는 서비스를 고안한 것. 기존에 쓰던 제품은 버리면 그만이다.

이 회사 구창모 대표는 “기성세대들은 프라이팬을 정기적으로 바꿔줘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언제 구입했는지 기억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서비스 시작 단계이기 때문에 구독자수는 아직 많지 않지만 (추후) 바잉파워(buying power)가 생기면 물품을 늘릴 생각”이라고 밝혔다.

렌트 방식의 구독서비스는 아무래도 자동차 등 고가 제품군과 연결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차량 구독 서비스는 여러 완성차 업계에서도 눈여겨보고 있는 만큼 시장도 빠르게 확산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를 입증하듯 현대자동차는 ‘현대 셀렉션’이라는 구독 프로그램을 올 초 선보였다. 월 단위 요금을 지불하고 이용 기간 내에는 주행거리 제한 없이 최대 3개 차종을 교체해 이용할 수 있다. 단, 이 프로그램은 서울지역에 한정해 10개월간 진행된다.

현대자동차는 차량 구독 서비스를 선보였다. 

에피카는 BMW의 인기브랜드 미니와 협업관계를 맺은 차량구독 서비스다. 멤버십 가입료과 월 구독료를 지불하는 형태로, 지난해 말 정식 론칭했다. 1년 회원권인 정기멤버십 보유자는 미니의 6개 차종 중 맘에 드는 것을 최대 6개월까지 탈 수 있다. 차종에 따라 구독료는 차이가 있다.

회사 관계자는 “다른 차량을 경험해보고 싶은 니즈가 점점 강해지고 있는데 구독서비스를 하면 렌트에 비해 소유하는 느낌이 더욱 강하면서 차량을 교체하는 데 부담도 덜하다”며 “현재는 미니에 한정돼 있지만 다른 프리미엄 차량 브랜드로 서비스를 확장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자동차 등 고가의 렌트형 구독서비스의 경우 유념해야 할 점이 있다. 조명광 대표는 “구독 프로세스가 간편해야 한다. 자동차라면 언제든 내 주차장에 있는 것처럼 필요할 때 가져올 수 있어야 한다”며 “소유할 때보다 더욱 편리하지 않다면 언제든 (구독서비스에서) 소비자들은 등을 돌릴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런 유의점을 업체들도 충분히 인지해 서비스에 적절히 반영하고 있다. 현대셀렉션의 경우 모바일 앱을 통해 계약과 결제, 차량교체, 반납 등의 과정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해 편의성을 높였다. 에피카는 멤버십 비용에 보험과 A/S 금액을 포함해 기본적인 유지비 걱정을 덜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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