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을 흔들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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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충렬 (maynineday@naver.com)
  • 승인 2019.03.22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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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텔링1+1] 소비자 인식의 변화, 제품 기본 속성과 본질적 가치도 달라져야

브랜드텔링 1+1이란.. 
같거나 다르거나, 깊거나 넓거나, 혹은 가볍거나 무겁거나. 하나의 브랜딩 화두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과 해석.

[더피알=원충렬] 삶에는 보편적인 가치가 있다. 브랜드도 마찬가지이다. 일반적으로 기대하는 공통의 가치라는 것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보편성도 조금씩 변화하곤 한다. 이 변화가 브랜드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일까? 브랜드라는 것이 결국 가치를 제안하고 이에 동조하게 만드는 것이라면, 보편성의 변화 역시 브랜드가 제안하는 가치를 조정하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 어떤 경우들이 있을까?

환경 문제는 인류 보편의 화두다. 이런 보편성에 대한 기념과 관점이 달라지면 브랜드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다시 보게 만드는 정확한 제안

얼마 전 양치를 하다 우연히 세면대 위에서 눈에 들어온 것이 있었다. 흔한 세면용품이었는데, 제품 패키지에 ‘가장 기본에 충실하게 만든’이란 문구가 보였다. 그냥 멍하니 나머지 문구들을 읽다 보니, ‘아~ 싼 제품’이란 걸 이렇게 돌려 말하고 있구나 싶었다. 아니 실제로 그러한 철학에 의해 철저하게 만들어진 제품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의 사용 경험상 아무런 차이도 없었고, 샀던 시절의 구매 결정 이유도 그냥 싸기 때문이었다.

근 몇 년간 자주 봤던 표현이 있다. 바로 ‘기본에 충실한’ 혹은 ‘본질에 집중한’이다. 한때 참 힘을 적당히 빼면서도 뭔가 좀 멋들어진 표현이었다. 게다가 실제로 그런 철학으로 만들어진 브랜드들이 사용한 표현이었을 것이다. 다만 지금은 식상해졌다. 오히려 고리눈을 뜨고 보게 만들기도 한다. 정말로 기본이나 본질이란 것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충실하게 구현했을까? 그 제품 카테고리의 기본이란 가치가 이 브랜드의 핵심이 될 만큼 ‘다시 봐야할’ 가치일까?

기본에 충실하거나 본질에 집중한다는 이야기를 함부로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소비자로서 그렇단 얘기다. 적어도 그런 말을 한다면, 그 제품이 품어야 할 보편적인 기본과 본질이 실제로 이런 것이었다는 환기의 필요성과 어떻게 그 기본에 충실했고 본질에 집중했는지를 증명해줬으면 한다.

늘 봐왔던, 혹은 당연하다 여겼던 것을 더 깊게 바라보면 새로운 가치가 느껴진다. 같은 형이상학적 접근을 바라서는 안 된다. 그걸 깨고 싶으면 단지 ‘다시 보라’는 공허한 요구보다 다시 보게 만드는 정확한 제안이 필요하다.

아마도 보편적 가치를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건 우리 삶 곳곳에 숨겨져 있을 것이다. 거기서 놓치고 있던 가치를 발견하고 이를 제안하는 브랜드들도 실제로 많다. 다만, 보편성의 무서움은 익숙함에 있다. 알지만 굳이 변화하지 않으려는 관성도 있다. 반면 보편적 가치 자체가 변화하는 경우도 있다. 사람들의 가치 체계 자체가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이 경우엔 브랜드 스스로가 관성에 사로잡히면 안 된다.

한 평생 ‘뮤직 이즈 마이 라이프(music is my life)’를 외쳤던 사람도, 음악을 소비하는 방식이나 패턴은 계속 변화했을 것이다. 과거 LP나 CD를 사던 시절을 지나 MP3를 다운로드하고, 지금은 당연히 음악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에 접속하고 있을 것이다. 소리라는 것 자체가 비물질적인 것임에도 물성을 가진 대상으로 소유하던 경험에서 플레이리스트를 지나 본인의 취향에 따라 추천을 해주는 서비스까지 오는 데 걸린 기간은 20년이 채 안 된다. 물론 여전히 CD를 사는 사람들이 있지만, 보편의 위상이 어떻게 이동했는지를 본다면 CD를 산다는 행위가 주는 가치 역시 변화돼 있을 수밖에 없다.

사회와 공명하는 가치 발굴

공유경제나 구독경제 같은 것이 대표적인 보편적 가치의 변화이다. 집이나 차를 공유한다는 일부 카테고리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이미 서비스들은 여기저기서 시작됐다. 다만 보편적 인식이 변화하는 임계점이 또 올 것이다. 당연한 듯 여겼던 소유라는 관념의 틀이 조금씩 벗겨지며, 공유나 구독 같은 방식의 소비가 주는 편의와 경제적 이득, 무엇보다 사회적인 가치에 점점 공감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어느 순간 모든 영역에서 일시적인 변화가 일어날 수도 있다.

'자동차=소유'의 공식에서 벗어난 인식의 변화로 차량 구독 서비스도 등장하고 있다. 미니의 구독 프로그램 이미지.
'자동차=소유'의 공식에서 벗어난 인식의 변화로 차량 구독 서비스도 등장하고 있다. 미니의 구독 프로그램 이미지.

지금 내 집에 있는 상당수의 어떤 물건들은 그냥 어딘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아마도 버려질 때까지 그럴 것 같다. 하지만 언젠가는 그것들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순간 공유되는 플랫폼이 나올 수도 있다. 내 통장도 즐겁고 그걸 굳이 새로 사지 않아도 되는 사람의 통장도 즐거울 것이다.

콘솔 게임기 같은 것도 많은 사람들이 신모델을 사지 않고 그냥 빌리게 된다면, 그 게임기를 제조하는 회사에서는 브랜드에 어떤 가치를 부여해야 할까? 게임이라는 물리적 디바이스가 아닌 개인 프로필과 계속 연결돼 있는 가상의 허브에 더 주력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차를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구독하는 방식으로 수시로 모델을 바꿔가며 타는 사람이 대세가 된다면, ‘잔고장이 없이 오래 탈 수 있는’이란 가치 제안은 다른 무엇인가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브랜드가 응당 취해야 할 보편적 가치의 경계도 쉽게 확장된다. 특히 사회적인 이슈들과 쉽게 만난다. 어쩌면 약간 당황스러울 수도 있다. 어떤 고객들도 요구하지 않았던 범주에서 갑자기 항의가 들어온다면, 그간 자신들이 바라봤던 브랜드의 가치체계가 근본부터 흔들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사회와 공명하기 위해 주의를 기울이고 계속 노력하는 기업들은 이미 충분히 많다. 그 얘긴, 소비자들도 그걸 어떤 카테고리에서든 당연하게 여길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서구 백인 문화가 투영됐다는 비판을 받았던 디즈니의 ‘라이온 킹’이 뮤지컬 버전에서는 흑인 배우들을 적극적으로 캐스팅하며 논란을 잠재웠던 건 그만큼 사회적 인식에 공명하고자 하는 노력인 셈이다.

철학사에서의 보편이란 아마도 상당히 단단하고 쉽게 변치 않을 것에 대한 탐구였으리라. 다만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말하는 보편이란 인식은 사실 훨씬 가볍고 다층적인 것 같다. 브랜드는 좋든 싫든 이러한 보편적 가치와 연동된다. 이것을 어떻게 잘 이해하고 또 현명하게 이용할 지는 온전히 브랜드의 숙제다. 선택은 소비자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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