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겐 앨리스와 같은 감수성이 필요해요”
“아이들에겐 앨리스와 같은 감수성이 필요해요”
  • 안해준 기자 (homes@the-pr.co.kr)
  • 승인 2019.03.22 14: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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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을 찾아서 ㉑] 예술치유연구소 앨리스와토끼
앨리스와토끼에서 아이들은 미술, 연극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창의력을 키운다.
앨리스와토끼에서 아이들은 미술, 연극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창의력을 키운다.

“저는 아직까지 심리치료 및 상담을 계속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내담자가 제 얼굴과 정보를 미리 알고 만나게 되면 편견이 생길 수 있어 가급적 인터뷰 때 사진은 찍지 않으려 합니다. 내담자가 아무런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을 때 가장 좋은 상담이 되거든요. 상담을 받는 부모님과 아이들을 위해서 말이죠.”

[더피알=안해준 기자] 부모와 아이를 위해서란 말에 카메라를 내려놨다. 인터뷰를 하면서도 최민순 대표의 머릿속엔 부모와 아이들 걱정뿐인 듯했다.

지난해 11월 예비 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된 예술치유연구소 ‘앨리스와토끼’는 예술과 심리치료를 통해 아이들의 감수성과 창의성 발달을 위한 교육을 한다. 최 대표는 틀에 박히지 않은 표현력과 예술 활동이 아이를 건강하고 밝게 만든다고 믿는다.

앨리스와토끼라는 사명이 재밌네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이야기 아시죠? 거기서 토끼가 주인공 앨리스를 데리고 신비한 모험을 하고 다시 현실로 돌아오는데요. 저는 이 이야기가 굉장히 발달과 성장의 과정을 잘 그리고 있다고 봤어요. 그래서 저희가 하는 일과 비슷해 이 이름으로 지었죠. 토끼(선생님)들이 앨리스(아이들)를 초대해 다양한 모험과 성장을 한다는 의미로요.

처음부터 이 분야에 몸담으셨던 건가요?

저는 예전부터 심리상담사로 일했어요. 교수로서 심리 치료사들을 가르치기도 했죠. 그러다 결정적으로 자녀 때문에 이 회사를 만들게 됐어요. 제 아이가 이제 초등학교 저학년인데요. 예술과 미술을 배우게 하고 싶어서 학원을 알아보는데… 이런 말 하면 죄송하지만 보낼만한 곳이 없었어요. 정말 제대로 아이들의 표현력을 성장시켜주는 곳이 없었어요. 있더라도 박물관 같은 기관에 존재했는데 매일 아이를 그 먼 곳으로 보내는 게 쉽지 않잖아요. 거기다 이마저도 5~10회 정도로 진행되는 단기 수업이었습니다.

정말 아이들의 감수성과 창의력을 꾸준히 키워줄 수 있는 곳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성장기 아이들에겐 수학과 영어학원의 수업보다 더 중요하다고 봐요. 그래서 저와 뜻이 비슷한 예술가 및 심리치료사분들과 함께 앨리스와토끼를 통해 직접 아이들을 가르치기 시작했습니다. 내 자녀에게 가르친다는 마음으로 하고 있어요.(웃음)

사명 앞에 붙는 ‘예술치유연구소’는 어떤 의미인가요?

저는 예술이 아동의 발달과 성장에 얼마나 도움 되는지 일을 하면서 직접 경험하고 느꼈어요. 기존의 사교육처럼 암기 위주와 수동적인 교육이 아닌 차별화된 교육과 상담을 하고 싶었습니다. 예술로 아이들의 마음을 건강하게 하고 치유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어요. 다양한 프로그램을 연구하고 기획해서 아이들에 가르치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단순 학원이 아닌 예술치유연구소라고 이름 붙이게 됐어요.

교육과 상담을 받는 사람들은 주로 아이들이겠네요?

네. 7세 이하와 초등학교 저학년, 고학년반. 이렇게 아이들에게 예술치료를 하고 있어요. 나이대가 더 높은 청소년까지 하고 싶었지만 다들 학원 가느라 시간이 안 되더라고요.(웃음) 여기에 심리치료사들이 아이들의 행동과 심리를 분석해 학부모 상담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아이들의 장점은 뭔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설명하고 다양한 교육 방향을 제시하기도 해요.

그러면 심리치료사가 실시간으로 관찰하는 거죠? 아이들은 별말 없나요?

네. 아이들이 어떻게 듣고 행동하는지를 옆에서 관찰합니다. 그리고 분석한 내용을 토대로 부모님과 상담을 하죠. 그런데 간혹 아이들이 심리치료사분들에게 질문하는 경우가 있어요. “선생님은 왜 여기 계세요? 무슨 일을 하세요?”라고 물어봐요. 선생님들은 그냥 “응 그냥 보고 있는 거야”라고 둘러댑니다.

그런데 몇몇 친구들은 어떤 분들이신지 아는 것 같아요. “선생님은 저희를 분석하시잖아요. 저희 장점을 부모님에게 잘 알려주시죠”라고 말한다네요.(웃음)

아이들의 자발적인 활동을 유도하는 미술 교육과 함께 심리치료도 병행한다.
아이들의 자발적인 활동을 유도하는 미술 교육과 함께 심리치료도 병행한다.

교육프로그램은 주로 어떻게 진행되나요?

연극 만들기, 동화책 만들기, 글쓰기 등 다양한 예술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건 아이들이 모든 것을 스스로 만들게 하는 겁니다. 자신들의 이야기를 자유롭게 표현하고 능동적으로 행동하게 해야 창의성이 발달하고 건강한 사고를 갖게 돼요.

연극 만들기의 경우 스킬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토론하며 이야기를 짜고 발표도 하는 거죠. 고학년의 경우 지난해 크리스마스 파티를 직접 기획해서 준비했었어요. 다양한 방법으로 아이들이 생각을 깨울 수 있게 가르치려고 합니다.

아이를 보내는 부모님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의외로 학부모님의 평이 좋은 것 같아요. 원래 부모들은 자기 아이에 대한 문제를 남에게 이야기하는 것을 꺼려해요. 하지만 앨리스와토끼를 통해 자녀의 문제나 어려운 점을 편하게 말씀하십니다.

어떤 학부모님은 밤 11시에도 문자가 와서 상담해드릴 때도 있어요. 사실 별문제가 아닌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나 부모님은 항상 본인의 입장에서 문제를 바라보기 때문에 걱정이 많아져요. 가끔 한 걸음 떨어져서 상황을 지켜보는 것도 좋다고 조언하기도 합니다.

자식 문제다 보니 혹여 클레임 같은 건 없나요?

아직은 없는 것 같아요. 하지만 속상했던 일이 한 번 있었습니다. 신체적·심리적으로 조금 힘들어하는 친구였는데, 아이 부모님은 오히려 그 어려움에 맞서야 한다고 강하게 말씀하셨어요. “이런 어려움도 못 이겨내면 이 험한 세상 어떻게 살아나가느냐”고요. 그 부분 때문에 부모님과 의견 차이가 있었습니다. 물론 그렇게 생각하는 분들도 있지만 그건 한참 옛날이야기에요. 성장기 아이라 따뜻하게 이해하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봤어요.

그래도 아이가 교육을 들으면서 점차 좋아지고 있었는데 집이 이사를 가게 됐어요. 더 이상 함께 할 수 없어서 안타까웠습니다.

'그림자연극' 프로그램을 하고 있는 아이들.
'그림자연극' 프로그램을 하고 있는 아이들.

인터뷰를 준비하다 알게 됐는데 사회공헌 활동도 하시더라고요. 이번에 크라우드 펀딩도 시도하셨던데.

사실 잘 안됐어요(웃음). 처음엔 지역아동센터로 예술 및 심리치료 봉사를 나가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단발성 프로젝트다 보니 아이들에게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는 것이 어려웠어요. 우리는 잠깐이라도 도와주고 싶은 마음일지 모르나 아이에겐 오히려 상처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터뷰 후 최민순 대표는 다시 진행된 크라우드 펀딩은 달성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그래서 아이들을 장기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고, 1년 단위의 프로그램으로 수업을 기획해 수많은 지역아동센터에 제안했죠. 처음엔 교육기간이 길다고 거부하는 아동센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계속 설득한 끝에 제안을 받아준 아동센터에 봉사를 나갈 수 있었습니다. 도움이 필요한 많은 아이들을 오랫동안 볼 수가 있게 된 거죠.

그런 의미에서 어려운 가정의 아이들을 돕는 크라우드 펀딩도 진행했어요. 우리 동네 아이들이 잘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펀딩이 더 잘 됐으면 좋을 텐데 아쉬워요.

대표님 자녀는 직접 가르쳐 보신 적 있으신가요?

그럼요! 물론 하고 있어요. 동화책 만들기도 하고 연극도 하고 있죠. 이런 활동을 하는 자신한테 자부심이 있는 것 같아요.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제가 엄마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앨리스와토끼 덕분에 학교 수업을 잘 듣게 됐다”고 말해주더라고요.(웃음)

마지막으로 앨리스와토끼가 나아갈 방향과 미래에 대해 말해주세요.

우리나라의 심리상담은 진입 장벽이 높아요. 비용 자체도 비싼데 대개 상담을 시작하면 2~3년 동안 진행하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뒷받침하기 쉽지 않아요. 그래서 저는 심리치료가 문제가 심각한 아이들을 위한 것만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고 싶었어요. 심리상담의 문턱을 낮춰 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요즘 직원들에게 “잘 될 일만 남았다”라고 해요. 제 아이에게 가르친다는 심정으로 콘텐츠를 개발했기 때문에 그만큼 자부심이 있어요. 실제로 개발에 참여하신 다른 분들이 정말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기도 합니다.

앨리스와토끼의 콘텐츠를 통해 아이들이 좀 더 밝고 건강하게 자랐으면 좋겠어요. 자발적이고 감수성 있는 아이들이 미래 사회의 주역이 될 거라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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