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매거진을 만들다
브랜드, 매거진을 만들다
  • 조성미 기자 (dazzling@the-pr.co.kr)
  • 승인 2019.03.2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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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콘텐츠의 활약 속 오래 두고 보는 것에 대한 니즈 성장
센스 있는 브랜드들이 매거진을 만들기 시작했다.
센스 있는 브랜드들이 매거진을 만들기 시작했다.

[더피알=조성미 기자] 인쇄매체, 특히 잡지산업이 내리막을 걷는다고 하지만 하나의 주제를 다각도로 깊이 있게 다루는 전문잡지들은 확고한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가볍게 즐기는 디지털 콘텐츠가 각광 받는 사이, 한편에서는 오래 두고볼만한 콘텐츠에 대한 니즈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센스 있는 브랜드들이 이 대열에 합류하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없앨 수도 없는 기존 간행물들을 온라인으로 옮기거나, 종이잡지를 유지하더라도 한물가지 않고 지금 시대에 맞는 브랜드 매거진으로 만드는 것에 대한 고민을 많이 목격한다”고 말했다.

또한 우승우 대표는 디지털이 오히려 매거진을 키우고 있다고 말한다. 우 대표는 “개인에게 제공되는 정보의 양이 크게 늘어나며 자신에게 맞춰진 수준 높은 콘텐츠에 대한 니즈가 높아졌다”며 “특히 정보가 한 곳에 모이지 않고 휘발되는 디지털 콘텐츠의 반대급부로 매거진이 가지고 있는 아날로그적인 특징에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흐름은 해외에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베네통, 에어비앤비, 유나이티드항공 등이 브랜드 매거진을 발행하는 것을 비롯해 아크네 페이퍼(ACNE PAPER, 의류브랜드 ACNE STUDIOS 발행), 코스매거진(COS Magazine, 패션브랜드 COS가 연 2회 발행) 등은 없어서 못 파는 매거진으로 인식되고 있다.

더불어 세계적 추세 속에서 우리나라에서도 서서히 브랜드 매거진 창간 바람이 불고 있다.

왼쪽부터 유나이티드 항공의 랩소디(RHAPSODY)와 레드불의 ‘더 레드 불레틴(The Red Bulletin), 패션브랜드 COS의 코스매거진.
왼쪽부터 유나이티드 항공의 랩소디(RHAPSODY)와 레드불의 ‘더 레드 불레틴(The Red Bulletin), 패션브랜드 COS의 코스매거진.

글로 읽는 다큐멘터리 한 편

국내에서는 2017년 10월 발행된 ‘나우매거진(Nau Magazine)’이 첫 브랜드 매거진이라고 할 수 있다. 서스테이너블 라이프웨어(Sustainable Lifewear)라는 브랜드 콘셉트에 맞게 지속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1년에 두 번 하나의 도시를 정해 그 안에서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트렌드를 쫓기보다 그들의 가치관과 태도에 집중해 경영하는 방식, 자연과 환경을 대하는 방식, 여행하는 방식을 통해 새로운 시선의 변화를 탐구한다.

나우는 “인스타그램(@nau.magazine)을 통해 디지털 매거진 형태로 우리 브랜드가 지닌 생각, 가치관과 비슷한 사람들의 콘텐츠를 우리만의 방식으로 큐레이션했다”며 “‘지속가능한 패션’이라는 브랜드 정체성에 대해 좀 더 입체적으로 이야기하기 위해 우리의 채널을 매체화시키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배달의민족은 매거진B와 협업해 2018년 3월 소금을 시작으로 음식을 소재로 한 잡지 ‘매거진F(MagazineF)’를 출간했다. 일종의 실험이다. 배달의민족 측은 “그동안 고객들과 즐겁게 노는 듯 한 문화적 팬덤을 만드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며 “한편으로는 ‘매거진F’를 통해 배민 서비스의 본질이라 할 수 있는 ‘음식과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배민이 매거진F를 만들면서 중요하게 생각한 건 맛집 소개나 광고성 정보같은 단편적인 내용의 지양이다. 대신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을 본질적인 이야기를 담고자 한다.

매거진F 창간호 ‘소금’ 편.
매거진F 창간호 ‘소금’ 편.

독일 필기구 브랜드 라미도 브랜드 매거진 ‘라미 스펙스(LAMY specs)’를 국내에 유통하고 있다. 제호는 ‘specification(설명서)’의 약자로, 라미의 디자인과 기능성을 주제로 다양하고 깊이 있는 콘텐츠를 담아낸다.

2018년 3월 시작해 연간 3회 발행되는 타블로이드 매거진 라미 스펙스는 협업 디자이너들이 디자인한 라미 제품을 증강현실 스캔 이미지로 제작해 매거진 곳곳에 배치한다. 매거진과 동일한 이름의 앱을 다운받아 실행하면 3D 애니메이션과 이미지, 영상 등으로 재미를 더한 브랜드 경험을 할 수 있다.

직방은 지난 1월 ‘디렉토리(Directory)’라는 이름의 브랜드 매거진을 펴냈다. 이 잡지는 매일을 여행하듯 살면서 혼밥과 혼술을 즐기고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는 삶에 대한 수집본이다. 방에서 방으로 옮겨 다니는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2000년대生)의 일상을 담고 있는 디렉토리를 통해 직방은 집을 구해주는 플랫폼을 넘어 주거 문화를 제안하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한 걸음 더 내딛었다.

직방 측은 “디렉토리에 소개되는 삶의 모습이 누구나가 추구하는 가장 이상적 형태는 아니지만, 제한된 예산 안에서 자신만의 우선순위에 따라 취사선택한 주거형태”라면서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진정한 집의 가치에 대해 되뇌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직방 디렉토리 창간호와 모바일 웹진 화면.
직방 디렉토리 창간호와 모바일 웹진 화면.

좁고 깊게…독립출판과 협업

무엇보다도 브랜드 매거진의 콘텐츠 퀄리티가 좋아지고 있다. 과거에는 브랜드의 일방적인 홍보 문구가 주 내용이라 무료로 줘도 몇 페이지 읽지 않고 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면, 최근에는 고객들이 일부러 찾아 읽기도 하고 실제 서점에서 유료로 판매가 되기도 한다.

이러한 성장동력 중 하나로 독립출판사들과 협업을 꼽을 수 있다. 우승우 대표는 “과거에는 회사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팀을 꾸리거나 매거진 전문 회사에 외주를 맡겨 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며 “최근에는 기존에 발간되는 매거진의 콘셉트와 특성을 파악해 자신의 브랜드와 가장 잘 어울리는 매거진과 콜라보레이션해 만든다”고 전했다.

실례로 디지털로 발행되던 나우매거진은 부엌을 발행하는 독립출판 로우프레스를 만나면서 지금의 모습을 구축했다. 나우매거진의 남윤주 콘텐츠 디렉터는 “SNS 매거진에 우리와 같은 라이프스타일을 갖고 우리의 가치를 이해할 수 있는 인터뷰이를 찾는 과정에서 부엌팀을 만났다”며 “우리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을 식재료를 통해 답을 찾아내고 있는 그들과 함께 라이프스타일로 풀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매거진F는 매거진B와 자매지처럼 느껴질 정도로 기본 골격이 비슷하다. 매거진B는 의식주에 정보를 더한 ‘의식주정(衣食住情)’으로 전 세계에서 찾은 균형 잡힌 브랜드를 한 호에 하나씩 소개하는 방식으로 독자적 색깔을 만들고 있다. 매거진F 역시 하나의 식재료를 여러 각도에서 바라보는 폭넓은 시선, 깊게 파고 들어가는 탐구 정신, 여러 분야에 걸친 취재 방식이 감각적인 편집 디자인 위에 얹힌다.

디렉토리를 함께 만드는 볼드피리어드는 지금 현재를 살고 있는 아버지들을 위한 라이프스타일 잡지 ‘볼드저널’을 발행하고 있다. 일과 가정의 균형을 지키며 창의적으로 삶을 꾸려가는 아버지들의 콘텐츠를 통해 깊은 울림을 던지는 이들과 함께 1-2인 가구의 삶을 가장 진솔하게 담아내고 유니크한 주거문화 잡지를 고민하고 있다.

독립서점 ‘땡스북스’와 나우매거진의 협업 전시 모습.
독립서점 ‘땡스북스’와 나우매거진의 협업 전시 모습.

사실 지금의 브랜드 저널리즘은 디지털에서 많은 부분이 이뤄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립출판사들과 손잡고 브랜드 매거진에 집중하는 이유가 있다.

류정화 대표는 “브랜드의 이야기를 할 때 마케팅에서 출발하는 경우, 직접적인 매출이나 리드 생성(Lead Generation) 등 단기적인 ROI(투자수익률)를 내려하기 때문에 트래픽을 빨리 모을 수 있는 포털의 블로그나 소셜미디어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반면 “브랜드 매거진은 고객들에게 자사의 독자적인 가치를 전달하는 데 아주 효과적”이라며 “브랜딩 관점에서 지니는 뚜렷한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배민도 인쇄매체로 구현된 브랜드 매거진만의 매력을 언급했다. 배민 관계자는 “배달의민족은 SNS나 유튜브 같은 디지털 채널에서 활발하게 소통하고 있지만, 디지털이 해야 하고 디지털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는 것처럼 손으로 잡히는 물건만이 할 수 있는 역할과 고유의 매력이 있다”며 “누구나 잘 만들어진 종이책을 갖고 싶어 한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라고 했다.

매거진 자체가 고객 경험이라는 우승우 대표는 “매거진에 담긴 전체적인 스토리 구성이나 사용하는 이미지는 물론 구성 방식, 폰트, 종이 재질 등 고객이 경험하는 브랜드와 관련한 모든 것을 전달하는 요소”라며 “또한 일정 주기마다 일관성을 갖고 지속적으로 콘텐츠를 축적, 브랜드가 말하는 화두를 꾸준하게 아카이빙 할 수 있다는 점과 구독을 기반으로 고객과 꾸준하게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점 역시 인쇄 매거진의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디렉토리의 경우 웹진 형태로 온라인과 모바일에서도 볼 수 있지만 가독성 등을 따졌을 때 인쇄매체가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또한 손에 잡히는 결과물이 있을 때 가능한 2차 콘텐츠도 있다. 나우 측은 “‘책’이라는 매체가 있으니 강연이나 북콘서트와 북토크, 전시 등 외부에서 많은 의뢰가 들어온다”며 “오프라인 행사가 많아지며 단순히 브랜드 얘기가 아니라, 우리가 지향하는 가치에 대해 공론화할 수 있는 또 다른 기회가 만들어진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018 UN 총회주간 매거진 '뷰티 인사이드'.
2018 UN 총회주간 매거진 '뷰티 인사이드'.

지속가능한 이야기로 지속가능한 브랜드 관리

국내에서는 브랜드 매거진이 걸음마 단계지만 다양한 성장가능성을 보여준다. 2018년 9월 일주일간의 UN 총회 주간에 참석했던 아모레퍼시픽 CSR팀, 나우 마케터 그리고 로우프레스가 현장 이야기를 디지털 콘텐츠로 제작한 데 이어, ‘뷰티 인사이드(Beauty Inside)’란 매거진으로 출판된다. 펀딩을 통해 완성된 이 책은 지난 25일부터 독립서점 등에서 판매되고 있다.

기업에서 UN 총회에 참석한 것도 독특하지만, 뷰티와 패션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더 많은 사람이 지속가능한 삶에 대한 영감을 얻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는 점이 이색적이다.

류정화 대표는 “국내보다 글로벌 마케팅 차원에서 브랜드 매거진은 더 필요하다”며 “글로벌 에이전시가 아닌 전 세계 프리랜서 작가들과 함께 워드프레스 블로그로 간단하게 영문 온라인 브랜드 매거진 운영을 권하고 싶다”고 했다.

남윤주 디렉터는 “요즘 이야기 되는 브랜드 팬덤은 브랜드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결국 생각을 좋아하면 브랜드도 좋아지게 된다”며 “브랜드가 가진 애티튜드(태도)나 취향을 잘 녹여 소장가치가 있는 것이 브랜드 매거진”이라며 이것이 지속가능한 브랜드 관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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