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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 5G’가 진짜 의미 없는 타이틀일까?
‘세계 최초 5G’가 진짜 의미 없는 타이틀일까?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19.04.05 12: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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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시장 주도권·지속성 있는 브랜딩 가능해져
반도체, 철강공법 등서 남긴 ‘세계 최초’ 타이틀, 업계 패러다임 바꿔
국내 이동통신 3사가 5G 상용화 서비스를 세계 최초로 시작한 가운데 4일 서울 강남구의 한 백화점 관고판에 5G를 알리는 광고가 나오고 있다. 뉴시스
국내 이동통신 3사가 5G 상용화 서비스를 세계 최초로 시작한 가운데 4일 서울 강남구의 한 백화점 관고판에 5G를 알리는 광고가 나오고 있다. 뉴시스

[더피알=문용필 기자] 국내 이동통신 3사와 정부가 합심해 세계 최초 5G 상용화라는 결실을 맺었다. 이를 두고 타이틀에 너무 연연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지만 과거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를 얻은 국내 기업들의 위상, 그리고 5G가 갖는 남다른 의미를 생각한다면 온당치 않은 평가다.

국내 이통 3사는 지난 3일 오후 11시 5G 휴대폰 개통을 실시했다. 이에 따라 세계 최초로 5G 서비스 상용화 사업자가 됐다. 삼성전자의 갤럭시S10도 세계 최초의 5G 휴대폰으로 ICT 역사에 남게 됐다. 앞서 이통 3사는 지난해 12월 1일 지구상에서 처음으로 5G전파를 쏘아올린 바 있다.

결과적으로 한국은 5G 상용화와 관련한 거의 모든 최초의 타이틀을 가져왔다. 2G 통신시장을 주도한 CDMA(코드 분할 다중 접속) 기술을 지난 1996년 세계에서 첫 번째로 상용화 한 이래 23년만의 쾌거다.

‘세계 최초 5G’라는 수식어는 그 자체만으로 상당한 자부심과 상징성을 주지만 국내 이통사들이 글로벌 이동통신시장의 헤게모니를 쥐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의미도 된다. 실제로 과거 국내 기업들이 따낸 굵직굵직한 세계 최초 타이틀이 이를 증명한다. 아예 산업군 자체의 패러다임을 바꾼 경우도 있다.

삼성전자는 1992년 64MB D램을 세계에서 처음 개발해 글로벌 반도체 강자로 우뚝 섰다. 70~80년대 미국과 일본기업이 주도하던 시장의 주도권을 가져온 것이다. 이후 삼성전자는 256MB D램과 512MB D램 등 후속제품을 잇따라 개발해내며 세계 최고의 반도체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는 현재도 유효한 이야기다.

세계 최초 256MB D램 개발 소식을 1면에 보도한 경항신문 1994년 8월 30일자 지면. 출처: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포스코는 지난 2007년 세계 최초의 파이넥스 설비를 준공했다. ‘제철’하면 떠오르는 용광로 없이도 쇳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세계 철강사를 바꾼 획기적인 사건이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준공식에 참석할 정도로 국내외 업계의 큰 관심을 모았다.

LG전자에도 세계 최초의 타이틀을 가진 제품이 있다. 2011년 출시한 의류관리기 트롬 스타일러다. 의류는 물세탁을 하거나 드라이클리닝을 해야 한다는 편견을 깨버렸다. 세탁의 개념 자체를 바꿔버린 제품인 셈이다.

비슷한 관점에서 보면 동서식품의 케이스도 들 수 있다. 동서식품은 지난 1976년 세계에서 처음으로 커피믹스 스틱을 개발했다. 인스턴트커피의 간편성과 휴대성을 높은 이 제품은 지속적인 리뉴얼을 거쳐 지금까지도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세컨드 브랜드’는 기억하지 않는다

일각에선 우리 기업들이 세계 최초 타이틀에 너무 목을 매는 것 아니냐는 쓴소리도 나온다. 상징성 보다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내실을 기하는 게 더욱 중요하다는 시선이다.

이번 5G 상용화에 대해서도 비슷한 지적이 이어졌다. 당초 5일로 예정됐던 상용화 시점이 3일 밤으로 갑자기 변경된 탓이다. 개통대상도 각 사의 1호 가입자에 한정됐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미국 통신사인 버라이즌이 11일이었던 상용화 시기를 4일로 앞당겼기 때문. 이에 이통 3사는 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개통시기를 재조정할 수밖에 없었다. 새로운 비즈니스 생태계가 펼쳐지는 시점에서 이니셔티브를 놓치지 않기 위한 결정이었다.  

실제 제조업이나 콘텐츠 사업 등 향후 공격적인 제휴를 통해 글로벌 B2B 시장으로 나아가야 할 이통 3사에게는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 하나만으로 브랜딩 선점효과에 적잖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상률 유나이티드브랜드 대표는 “퍼스트(first)와 베스트(best) 중 대중들이 더욱 많이 기억하는 것은 퍼스트”라며 “후발주자라면 차별화를 위해 다른 (마케팅) 방향을 신경 써야 하지만 최초는 그 자체만으로도 (브랜드의) 지속성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한국이 첫 5G 상용화 국가가 될 것이라는 점은 이미 글로벌 무대에서 충분히 예측되고 있었다. 최근 진행된 KT와 SK텔레콤의 5G 론칭 기자간담회에 댜수의 외신기자들이 모인 것은 이를 방증하는 장면이다. 국내 이통사들이 5G 기술의 선도주자임을 인정한 셈이다. ▷관련기사: 5G 시대 KT, 요금제&네트워크로 승부

이러한 상황에서 만약 버라이즌에 실질적인 최초 타이틀을 뺏겼다면 자칫 김이 샐 뻔했다. 오히려 정부와 기업들이 합심해 방어를 잘 했다는 평가가 합당하다는 이야기다. 기지국 망과 단말기 등 상용화를 위한 만반의 준비가 갖춰져 있었던 만큼 ‘졸속 대응’이라고 지적할 수도 없다.

무엇보다 5G가 현재 ICT 산업에서 갖는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자율주행, 로보틱스에 이르기까지 차세대 ICT 산업의 핵심기술 근간에는 미친 속도와 저지연성 등 5G의 장점들이 자리 잡고 있다. 세계 최초로 5G 상용화를 이뤘다는 점은 국내 기업들의 기술력을 글로벌 무대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중요한 잣대가 될 전망이다. 이것만 봐도 세계 최초 5G라는 수식어를 얻어내기 위한 노력은 전혀 아깝지 않았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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