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체험관’서 이통3사의 킬러콘텐츠를 만나봤다
‘5G 체험관’서 이통3사의 킬러콘텐츠를 만나봤다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19.04.05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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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스포츠, 여행 등 다양한 VR·AR 중심
실감나는 가상현실 눈앞에 펼쳐져
이동통신 3사의 고객용 5G 체험관.
이동통신 3사의 고객용 5G 체험관.

[더피알=문용필 기자] 세계 최초 5G 시대가 열리면서 시장 선점에 나선 국내 이통3사의 5G 마케팅전도 한층 가열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단말기가 널리 보급되지 않은 만큼 일반인들에게 5G의 실체는 아직 가물가물한 것이 사실이다. LTE의 20배 속도라고는 하지만 얼마나 빠른지, 또 실생활에서는 얼마나 유용하게 쓰이는지 쉽게 와 닿지 않는다. 이통사들이 일반인들을 위한 ‘5G 체험관’을 잇따라 열고 있는 이유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했던가. 이들 체험관을 찾아 3사의 5G 콘텐츠를 직접 체험해봤다. 결론부터 말하면 VR이나 AR 등 고화질 콘텐츠를 끊김없이 더욱 실감나게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것만은 분명하다.

현실로 느껴본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SK텔레콤은 전국 30여개 주요 매장에서 ‘5GX 프리미엄 체험관’을 운영하고 있다. 이 중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곳을 찾았다. 기존 매장 안에 설치된 만큼 공간은 협소했다. 평일 오후 시간대에 방문한 탓인지 대기 중인 고객도 없었다.

체험존을 위해 따로 배치된 직원은 눈에 띄지 않았지만 방문 목적을 밝히자 매장 관계자는 흔쾌히 장비 세팅에 나섰다. 규모는 작아도 AR과 VR 콘텐츠를 경험하는 데는 무리가 없었다. 위생을 위한 VR용 마스크도 구비돼 있었다.

SK텔레콤 체험관에서는 AR글라스를 착용하고 증강현실 게임을 즐길 수 있었다.
SK텔레콤 체험관에서는 AR글라스를 착용하고 증강현실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체험관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AR글라스 ‘매직리프 원’이었다. SK텔레콤과 국내 독점 계약을 맺은 글로벌 AR업체 매직리프의 야심작이다. 300만원이 넘는 고가 장비임을 알고 있는 탓에 조심스럽게 착용했다.

글라스를 쓰자 매장 바닥에 건물이 한 채 세워져 있었다. 새총으로 앵그리버드를 날려 건물 부수기에 나섰다. 안경을 안 쓴 상태인지라 초점이 맞지 않았다는 점만 빼면 신기한 경험이었다.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의 AR게임은 결코 먼 이야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SK텔레콤은 ‘포켓몬 고’의 제작사 나이안틱과 손잡고 해리포터 AR게임을 선보일 예정이다. ▷관련기사: ‘5GX 개막’ SKT, 올해 VR콘텐츠 1000편 쏟아낸다

VR체험존에서는 다양한 콘텐츠를 둘러봤다. 가장 인상적인 콘텐츠는 골프레슨이었다. 레슨 프로가 마주보고 설명할 때는 그리 신기할 것도 없었지만 1인칭 시점으로 화면이 전환되자 마치 연습장에 선 듯했다. 나도 모르게 어드레스 자세를 취했다.

VR로 감상하는 웹툰은 애니메이션과 스마트 웹툰의 경계선상에 걸쳐있다. 모든 캐릭터들이 움직이는 것은 아니지만 특별히 터치나 스와이핑을 하지 않아도 웹툰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 편했다. 여기에 꽤나 실감나는 더빙까지... 거대 물고기가 불쑥 나타나는 장면은 조금 무섭기까지 했다. 저녁 메뉴로 고등어조림을 생각한지라 서둘러 감상을 마쳤다.

지인과 함께 가상공간에서 같은 콘텐츠를 볼 수 있는 소셜 VR 기능이 포함돼 있는 점도 특색 있었다. 하지만 ‘5G 친구’가 없는지라 이를 체험해보지 못한 건 아쉬움으로 남았다.

다만 간접 경험은 가능했다. 대세 걸그룹 트와이스의 영상을 선택하자 극장으로 텔레포트 했다. 스크린에서 상큼하게 노래하는 ‘트둥이’들에게 팬들이 열광하고 있었다. 마치 멀티플렉스의 3면 스크린관에 와 있는 느낌이 들었다. 극장 의자가 체험존에 마련돼 있었으면 더 좋을 뻔 했겠지만.

유니폼 입지 않아도 야구장 한 가운데

KT는 최근까지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5G 체험관을 운영했다. KT 본사와 크게 떨어져있지 않은 지점에 대형 돔을 마련하고 내부를 5G 세상으로 꾸몄다. ▷관련기사: 5G 시대 KT, 요금제&네트워크로 승부

내부에 들어서자 가장 눈에 띈 것은 HMD를 쓰고 팔을 붕붕 휘두르는 사람들이었다. 모니터에는 배터박스에 들어선 타자들의 그래픽이 떠 있었다. 개인적으로 야구를 좋아하는 지라 저절로 발길이 향했다.

안내직원의 도움을 받아 타석에 섰다. 상대편 투수가 정면으로 응시하고 있었다. 콘트롤러를 배트 삼아 열심히 허우적거려봤지만 휘두르는 공은 번번이 파울라인 밖으로 향했다. 홈런은 달랑 하나. 민망했지만 5G를 체험해볼 수 있는 ‘좋은 게임 이었다’는 감상을 남겼다.

KT 체험관에서 야구게임을 체험하는 관람객들.
KT 체험관에서 야구게임을 체험하는 관람객들.

체험관 내 전시된 디바이스들도 살펴봤다. 갤럭시S10과 V50 등 출시를 앞둔 5G 단말기들이 진열돼 있었다. 이 중 한 대를 골라 유튜브를 구동시켜봤다.

영상은 KT의 광고. 재생 전 다소의 로딩시간이 필요한 LTE 단말기와는 달리 순식간에 영상이 플레이됐다. 끊어짐도 전혀 없었다. 다만, 현재 사용 중인 단말기가 최신제품이라 그런지 웹 구동속도에서는 큰 차이를 느낄 수 없었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몰린 곳은 ‘방탈출 게임’이었다. 한눈에 봐도 중년나이대인 남성들이 줄을 서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기자 차례가 다가오자 안내직원이 황당한 질문을 던졌다. “초능력이 있으신가요?” 답은 정해져 있는 만큼 “넵”이라고 뻔뻔하게 답했다. KT의 5G 슬로건인 ‘당신의 초능력’을 은연 중에 홍보한 셈이다.

입장을 앞두고도 직원은 ‘초능력’을 외쳐줄 것을 요청했다. 소심한 목소리로 요구에 응하고 비장하게 입장했다. 하지만 복잡한 퍼즐은 없었다. 사물인터넷과 VR, 360도 영상 등 안내자의 기술 설명만 잘 들으면 다음 방으로 가는 키패드 번호를 알아내는 데 무리가 없었다.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로봇카페. 안내직원이 메뉴를 묻자 오렌지 주스를 주문했다. 로봇팔이 쓱 움직이더니 주스를 따랐다. 사람의 손길만큼 속도가 빠르지는 않았지만 목을 축이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안타깝게도 기사가 나가는 지금은 이 체험관이 문을 닫았다. 

아이돌과의 가상데이트에 ‘심쿵’

LG유플러스(이하 유플러스)는 서울 강남역 인근에 ‘일상로5G길’이라는 이름의 팝엄스토어를 운영 중이다. 2개 층에 걸쳐 꾸며졌는데 뷰티샵과 스포츠 펍, 극장, 식당에 이르기까지 여러 체험존이 마련돼 있다.

각 존마다 콘셉트는 차이가 있지만 VR과 AR 콘텐츠 중심이라는 점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몸을 쓰는 체험존은 거의 없었다. 유플러스의 5G 마케팅 전략이 콘텐츠를 중심으로 짜여져 있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 아이돌 스타 차은우와 청하를 내세워 ‘간접 체험’을 강조한 광고와도 맥이 닿아있다.

기자는 에이핑크 손나은과의 VR데이트를 경험했다. HMD를 착용하고 컨트롤러를 누르자 공원에서 피크닉을 즐기는 손나은이 방긋 웃으며 말을 건넸다. ‘이건 가상현실이고 나는 취재 중’이라는 굳건한 신념(?)이 있었지만 젓가락으로 김밥을 집어주자 하마터면 입을 벌릴 뻔했다.

스포츠펍 체험존에서 감상한 치어리더 댄스도 꽤나 실감났다. 왜 LG트윈스가 아닌 ‘잠실 라이벌’ 두산베어스 치어리더인지 의아하면서도 야구장 응원석에 앉아있다는 느낌만은 물씬 들었다. 청하의 ‘벌써 12시’를 소화하는 치어리더의 ‘스웨그’ 넘치는 동작이 디테일했다. 유플러스가 VR 콘텐츠에 상당히 공을 들였음을 알 수 있었다. ▷관련기사: ‘5G X 야구’, 이통3사 3색전

LG유플러스의 AR 콘텐츠.
LG유플러스의 AR 콘텐츠.

워라밸이 절실한 직장인 입장에서는 바캉스 존에서의 체험이 가장 크게 와 닿았다. 세부 바닷가를 달리는 요트 위로 순간 이동했다. 무거운 산소통을 매지 않고도 스쿠버 다이빙을 즐길 수 있었다. “어머머, 이거 뭐야.” 옆자리에 앉은 다른 체험객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들렸다.

‘AR 레스토랑’ 존에서 AR콘텐츠도 체험했다. 영상을 선택한 후 스마트폰을 비추자 가수 홍진영이 식탁 위에서 흥겹게 춤을 췄다. 하지만 이미 ‘포켓몬 고’에 몰입해본 경험이 있어서일까. VR콘텐츠에 비해 그리 신기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다만, AR을 360도를 구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진일보했다는 평가는 가능하다. 뻔한 TV 중계화면과는 달리 여러 각도에서 타자의 자세를 관찰할 수 있는 프로야구 콘텐츠도 야구팬의 입장에서는 흥미로운 광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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