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인용했을 뿐이라고?”…슬기로운 오보 대처법 (2)
“그저 인용했을 뿐이라고?”…슬기로운 오보 대처법 (2)
  • 양재규 (eselltree92@hotmail.com)
  • 승인 2019.04.0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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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규의 피알Law] ‘카더라 통신’ ‘따옴표 저널리즘’ 횡행
기자들의 항변 = 소송전략? 사실관계 적시 판단 기준 따져봐야
기자들은 자신이 쓴 인용보도가 문제 되면 대체로 그와 같은 발언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쓴 것일 뿐, 그 발언 내용에 해당하는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적시한 것은 아니라고 항변한다. 이 경우 법은 어떻게 판단할까?

[더피알=양재규] 정치인, 고위 공직자, 대중스타와 같은 소위 공인들의 말은 그대로 기사가 된다. 발언 자체가 하나의 뉴스 가치가 있는 사회적 사건으로 여겨지는 것이다. 이 외에도 각종 사회 현안에 대한 당사자 인터뷰라든가, 관련 단체의 성명 또한 기사화되곤 하는데 이때 주로 사용되는 서술방식이 바로 ‘인용’이다.

인용보도에 관해서는 이른바 ‘카더라 통신’ 혹은 ‘따옴표 저널리즘’과 같은 오명이 따라다닌다. 그럼에도 인용이 사용되지 않는 기사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심지어 기자의 상당수는 따옴표 붙이지 않은 것을 오히려 문제시하며 인용을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보도 태도로까지 인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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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논쟁적인 인용보도에 있어서 기자나 취재원, 독자들이 쉽게 놓치거나 명확하게 인지하지 못하는 핵심 쟁점이 있다. 바로 인용보도에서 적시하고 있는 사실관계를 어떻게 확정하는지 여부다. 결론부터 미리 말하면 기사의 전체적인 맥락과 취지가 고려된다.

A가 “B는 살인자다”라고 말했다고 쓴 기사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우선, 이 기사에는 ‘A가 “B는 살인자다”라고 말했다’는 사실이 있다. 이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 경우에 따라서는 한 가지 사실이 더 적시돼 있을 수 있다. ‘B는 살인자’라는 사실이다.

논쟁은 이 지점에서 벌어진다. 기자들은 자신이 쓴 인용보도가 문제 되면 대체로 그와 같은 발언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쓴 것일 뿐, 그 발언 내용에 해당하는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적시한 것은 아니라고 항변한다. 그러나 피해자 입장에서 이러한 주장은 다분히 억지스럽다. 누군가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키면 어디 손가락만 보겠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달을 쳐다보기 마련이다.

인용보도 관련 소송에서 자주 등장하는 기자들의 항변은 사실상 소송전략에 가깝다. 받아들여지든 그렇지 않든 일단 주장하고 보는 것이다. 그렇게 해야 하고 또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 기자들의 항변대로 인용보도가 적시하고 있는 사실관계가 그와 같은 발언이 존재한다는 것에서 멈춘다면 언론사는 문제의 발언을 한 사람을 증인으로 내세움으로써 비교적 쉽게 법적 책임을 면할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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