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와 슛’ 커뮤니케이션
‘패스와 슛’ 커뮤니케이션
  • 안홍진 (bushishi3@naver.com)
  • 승인 2010.06.24 09: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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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홍진의 노뮤니케이션

“타고 있던 승객이 모두 내릴 때까지 기다리세요. 먼저 타시면 오프사이드 반칙입니다-행복열차 100배 즐기기”. 며칠 전 출근길에 전철을 탔다가 눈에 확 띈 서울메트로 광고문귀다. 초등교 3학년때 골목축구 시작, 6학년땐 수유리 韓電 성인 축구연습장 풀코스 돈내기 시합, 중고교때도 공부 안하고 틈만 나면 축구, 군대 3년과 삼성에서도 시합선수로, 제대후에도 지금도 조기축구를 가끔 즐기는 필자의 축구매니어 스토리다.

푸른 잔디의 멋진 축구장에 비키니차림의 엄청난 미인이 골프채를 들고 스윙연습을 부탁한다. 동시에 조금 떨어진 그 옆에선 원숭이가 축구공을 패스하며 함께 놀자고 한다면? 나는 원숭이와 볼 패스를 주고 받으며 행복을 찾겠다. 그만큼 축구를 사랑한다. 볼을 주면 발로 차는 한 살 어린아이에게도 ‘패스’의 본능은 있다. 버스를 타나 전철을 타나, 집에서나 어딜가든 핸드폰으로, 인터넷으로 ‘패스할 곳’을 찾는데 모두 다 열중이다. 잠시라도 그냥 있으면 핸드폰이 녹슬 것처럼…. 10살부터 100살까지 생존한다고 가정하자. 연령대별로 가중치를 두고 패스의 숫자를 계산해 보니 약 37만건의 패스를 한다. 최소 하루 10번 이상 패스를 주고 받는다는 계산이다.

패스없는 죽은 축구는?

지난주 점심을 함께 한 베이징 특파원 출신 중국통인 허민 기자(부장)는 “중국축구는 패스가 없다. 그게 문제라는 얘기를 중국내 축구 전문가들도 비판한다. 팀워크가 없고 조직력을 상실한 축구”라고 말했다. 이어 “남미 선수들은 유소년시절부터 ‘Pair Play’ 개념, 즉 2:1 또는 1:1 혹은 3:1 쌍쌍이 패스를 하도록 훈련받는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하다”고도 했다. 중국선수나 우리나 패스훈련이 부족하다는 것. 아르헨티나와 한국전에서 아르헨티나는 558번, 한국은 359번의 패스를 했다고 한다. 차이는 199개. 당연히 경기에서 진다. 롱패스, 숏패스건 패스의 질도 중요하다. ‘불량패스’가 많으면 더 많이 뛰어야 하고 에너지가 그만큼 떨어진다.

일본전을 앞두고 네덜란드 선수들이 “저녁은 초밥으로 하겠다”고 하자, 일본 네티즌들이 풍차는 입으로 돌리는 게 아니다”며 리턴패스를 했다. 영국이 두 경기 모두 무승부로 끝나자, 자국민들이 선수 사기를 빼앗는 야유 ‘패스’를 보냈다. 골게터 루니는 “오늘 영국팬들은 우리에게 가장 충성스런 응원을 했다”고 비꼬는 ‘백패스’를 했다. 그리스전에서 쓸데없는 반칙으로 퇴장당한 나이지리아 카이티 선수에겐 자국민들이 ‘살해위협’ 이메일을 보냈다니, ‘자살’ 골이나 넣고 헛발 슛팅 하라는 ‘나쁜 패스’ 신호다.

연락을 바라는 패스를 해도 리턴 패스(답장) 안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리턴패스하면서 끝부분에 이름을 안적는 사람은 더 많다. 마치 주민등록증에 주소만 있고, 이름없는 사람처럼 말이다. 잘 아는 사람의 95%는 내 핸드폰에 이름을 저장해 놓는다. 당연히 ‘패스’해 오는 분 이름을 부르며 친절히 받는다. 마치 유치원 아이가 방과후 집 현관에 들어서며 ‘엄마~’ 하고, 따스한 품에 안기듯 말이다.

이 세상은 ‘패스’ 주고받는 스타디움

이 세상은 거대한 ‘축구’의 패스 스타디움이다. 그 ‘패스’가 삶의 방식이다. 패스를 하고 슛을 쏘고 파울을 범한다. 물론 파울이 심하거나 두번 넘게 하면 퇴장(감옥)이다. 인터넷, 전화, 핸드폰의 소통은 곧 ‘패스’다. 친구에게 관심과 흥미와 애정을 ‘패스’ 한다. 이메일, 그리고 요즘 나온 SNS 뉴미디어까지 매시간, 매일의 ‘패스교환’. 간단한 문장을 주고받는 숏패스, 내용 일부를 재전송하는 백패스, 답장하는 리턴패스, 고민과 갈등에 빠지는 ‘헤딩’ 패스….
고객, 친구, 친척들, 선후배, 지인 등 어떤 ‘선수’에게도 똑같은 룰이 적용된다. ‘패스’엔 많은 감정이 들어간다. 패스할 상대를 생각하면 천억개의 뇌세포가 반응-호르몬 분비-‘생화학적’ 행동으로 옮겨진다. ‘패스’가 감성을 가득 담고 있는 이유다. 그래서 불량패스는 단합을 저해한다. 감동과 칭찬과 감사의 패스를 많이 하자. 말, 표현에서, 섬세하고 다듬어진 패스인지 성의없는 패스인지 드러난다. 상대방의 상황에 맞는 패스를 하자. 키가 크면 높게 패스, 작으면 낮게 패스속도와 각도, 타이밍을 그만큼 배려해 주면 좋다.

당신의 ‘환상적 패스’ 경험은?

남아공에서 날아온 엄청난 에너지 ‘패스’. 우리 선수단의 16강 진출 쾌거. 선수 자신들과 국민들에겐 기쁨의 엔돌핀을 ‘패스’해 주었다. 당신은 상대에게 환상적인 ‘패스’였어! 멋졌어!할 정도의 ‘패스’를 몇번 해보았나? 인생은 하루하루 ‘패스살이’ 아닐까. 지난주 일요일 학원에 간 아들에게 처음으로 핸드폰 문자패스를 보냈다. “더운데 힘내라, 호웅아~! 아빠가 힘내라!는 ‘응원’ 문자메시지 패스. 짜~짜 짝짝~!” 했더니 바로 “아빠, 걱정마~! 에어컨 빵빵해~고마와요!”라는 리턴패스가 날아왔다.

“와우 멋지다. 즐거웠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마음으로 축하한다. 고맙다”라는 패스를 하자. 상대방이 패스 받기, 기분 좋게 만든다. 패스를 잘해주면 나도 기분이 좋을 것이다. 이메일 답장은 곧 패스다. 하루 30번 패스 오면 30번 리턴패스(답장)하는 편이다. 참석여부를 묻는 패스는 반드시 리턴패스 한다. 디지털시대에 이메일, 전화 리턴패스(답장)도 개인의 경쟁력이다. (리턴)패스는 그 사람의 인간미이며, 그 사람의 브랜드(brand)다. 그게 모여 그 나라의 국민성과 문화를 나타낸다.

‘협박 패스’ ‘구두쇠 패스’

“이 메시지를 읽은 후에는 24시간내 반드시 한사람 이상에게 돌려라. 건드리지 말고 그대로 보낼 것! 없애버리가나 안 돌리면 저주 받을 것이다”이런 인터넷 메시지를 받은 적이 있을 것이다. 나는 그대로 지인에게 패스했다. 워낙 겁이 많은 나는 시한폭탄을 내게 패스한 그 ‘축구선수’ 얼굴을 떠올리고 싶지 않았다. 영원히 ‘끊기지 않는 패스’일 거다.
상대에게 전화를 하고 한번 울리면 바로 끝는다. 그러면 상대가 “전화했니?”, 궁금해 그 전화번호를 누르며 걸어온다. 전화비를 친구가 물게 하는 것, 이런 건 ‘패스미스’라고 해야 할지 ‘자린고비 패스’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파울인가? 이런 경우는 좀 낫다. 외롭고 따분할 때, 수신인 이름을 적지 않고 다수의 친구에게 멀티수신 기능써서 “뭐해?”라고 묻는 메시지를 보내면, 그중 시간여유가 있는 친구가 ‘Call’ 해오는 것. 허공으로 날리는 ‘불특정 패스’ 라고 해야겠다.

일상의 패스-경이로움으로 반겨라!

생일인 친구 메시지를 하루 지나서 확인하는 경우, 이것은 패스미스다. 다시 리턴패스(답장)를 해야 한다. “늦게나마 축하한다”고. 나이가 들어 고교동기의 부모 ‘부고 패스’를 많이 받는것 같다. 10반까지 있었으니 모르거나 친하지 않은 경우, 난처하다. 살다보면 원하든 원하지 않든 ‘패스’를 받아야 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빛의 속도로 변한다는 디지털시대. SNS 등 뉴미디어 같은 패스의 도구(하드웨어)는 무섭게 발전하지만, 패스(Pass)의 ‘마음자세’(소프트웨어)는 그대로다. 상대의 패스를 귀로 듣거나, 눈으로 보면 그저 그런 평범한 패스가 된다. 일상의 패스를 감사 가득한 마음으로 받아 보자. “당신이 이제 금방 받은 패스를 어제와 같은 당연한 패스라고 여기면 인생이 재미없고 활력이 없어진다. 커뮤니케이션에서 오는 패스를 경이감이나 감사함으로 느껴보라~! 그러면 삶이 에너지로 넘치고 심장이 두근두근 거릴 것이다”라고 한 사람은 필자가 다니는 성당 주임신부 얘기다.

만약 ‘패스’가 없다면?

우리생활에, 주변 환경에 패스가 없다면…? 꽃은 우리에게 아름다움을 패스해 주고, 꿀벌은 달콤함을 패스해 준다. 격려, 우정, 사랑…인간에겐 풍요로움의 패스가 넘쳐난다. 하지만 살면서 좋은 패스만 오지 않는다. “월요일 걸려오는 핸드폰 전화의 90%는 부탁하는 거야. 패스받기 난처해 죽겠어.” “고객과 업무를 위해 한주일 고민하고 월요일 출근했는데, 부탁하는 사람은 첫 날부터 원치않는 패스를 해대니…”L그룹 계열사 CEO 친구로 부터 들은 얘기다.

한달 전쯤 10살 아래 직장직원한테 받은 이메일 패스 경험 이야기다. 내 행위를 비꼬고, 내게 충고하는 패스였다. 꾹 참고 내가 잘못한 부분은 사과(리턴패스)했지만, 그는 아직 리턴패스가 없다. 그가 잘못한 부분은 내가 점잖게 충고하는 리턴패스를 해주었는데도 말이다. 나는 인내하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살면서 어처구니 없고, 예의없고, 이기적인 패스도 받지만, 긍정적으로 해석해 받아들이려 노력한다. 무척 힘이 들 때도 많다.

“안좋은 패스가 온 것은 내탓이오!”하지만 어느 누구의 패스도 나에게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없다. 패스의 해석은 오직 내가 하는 것! 유머 넘치는 사람을 통한 화해의 패스, 통큰 마음씨를 가진 사람의 양보 패스, 순수한 봉사정신을 발휘하는 희생 패스, 절친한 친구의 도움 패스, 그리고 용서할 줄 모르는 사람을 안아주는 용서의 패스는 모두 내 마음에 달렸다.

내게 ‘합격’하라는 그 패스(Pass) 아닌가? (*세계 어느 나라나 ‘Pass’의 발음은 다르나, ‘합격’의 뜻이라는 의미는 같다) 때론 기분 나쁜 패스도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소통-그것이 ‘패스’의 노뮤니케이션(nomunication)이다.

당신은 이제 환상적 패스를 할 준비가 되었는가?

안홍진

삼성그룹 22기 공채입사

삼성물산 판매및 마케팅팀 근무

삼성구조조정본부 홍보팀 이사, 상무

삼성전자 홍보팀 상무

그레이프 PR & 컨설팅CCO(현)

()온전한 커뮤니케이션 공동대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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