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9-07-20 15:46 (토)
‘한국형 넛지’가 안 보인다
‘한국형 넛지’가 안 보인다
  • 유현재 hyunjaeyu@gmail.com
  • 승인 2019.04.11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현재의 Now 헬스컴] 정책홍보의 단골 소재, 현실적 접목 방안은?
넛지 바람이 불면서 국내에서도 각종 건강정책 홍보방안과 접목한 여러 아이디어가 제시되고 있다. 

[더피알=유현재] 최근 1~2년 새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선 ‘옆구리 찌르기’가 유행하고 있다. 행동경제학자 탈러 교수가 2017년 노벨상을 수상하면서 그의 저서 ‘넛지(Nudge)’가 새롭게 주목받은 결과다.

알려진 대로 넛지의 사전적 의미는 ‘팔꿈치로 살짝 찌르다’이다. 요즘은 ‘계몽의 종말’이라 할 만큼 이래라저래라 하는 말이 통하지 않으며, 아무리 소리쳐 설득해도 누군가의 행동이나 신념을 바꾸기가 어렵다. 그래서 스스로 행동을 변화하도록 슬쩍 찌르는 효과적인 방법을 고안해 커뮤니케이션 목표를 달성하라는 조언이 바로 넛지 전략이다.

사람들의 변화를 희망하는 전략커뮤니케이션(Strategic Communication)을 기획할 경우 간접적이지만 매우 자연스럽게, 동시에 대단히 치밀하게 시행해야 궁극의 성과를 이룰 수 있다는 주장이기도 하다.

넛지 바람이 불면서 건강정책 홍보 등 헬스커뮤니케이션(이하 헬스컴)과 관련된 일선 대행사와 정부기관들은 다양한 장소에서 넛지의 효용과 적용에 대해 논의하는 분위기다. 캠페인 계획을 발표하는 자리에도, 실행 방안을 이야기하거나 성과보고를 진행하는 상황에서도 넛지는 단골 소재다.

하지만 ‘넛지’라는 책에 적힌 엄청난 원리와 가능성이 헬스컴 분야에도 고스란히 실현되려면 한국식 접근이 필요하다. 성공적인 ‘한국형 넛지’를 위한 필자의 제언은 다음과 같다.

세 가지 제언

첫째, 연예인 등 이른바 셀럽을 더욱 효과적으로 운용하는 넛지다.

말해봐야 입 아프지만 우리나라의 ‘기-승-전-연예인’은 무시할 수 없는 현상이다. 각종 광고나 홍보 활동에서 연예인을 내세우는 콘텐츠가 셀 수 없이 많다. 건강 관련 소통에서도 연예인이 등장한다. 하지만 예산의 문제로 여타 커뮤니케이션 분야에 비해 절대량이 부족하다.

게다가 연예인을 기용했을 때에도 ‘연예인답지 않은’ 뻣뻣한 모습, 과하게 교육적인 이미지만을 연출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분명 핫한 인물을 섭외했는데 왠지 예능보다 다큐에 가까운 분위기라고 할까. 스타를 기용하면서도 ‘건강’에 부여되는 진지함을 과하게 고집하는 기획력의 문제라 판단된다.

둘째, 컬러감을 포함한 각종 시각적 자극을 제대로 활용하는 넛지다.

특히 스마트폰과 MMORPG(대규모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 등 현란한 아트웍에 익숙한 청소년들에게 전달하는 건강 콘텐츠마저 특유의 무겁고 계도적 분위기를 유지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학교폭력 근절이나 청소년 자살예방, 흡연예방을 다루는 공익광고나 웹사이트를 잠깐 구경해도, 과연 2019년을 살아가는 청소년 입장에서 넛지할 신박한 콘텐츠일까 의심되는 경우도 다수 발견된다.

반면 청소년이 빈번하게 출입하는 편의점에 장식된 담배광고들의 넛지 파워는 상당해 보인다. 성인 대상이지만 틀림없이 청소년에게도 노출되는 그 광고들의 면면을 보면, 현란한 애니메이션과 깜박거리는 LED 스타일 매체들, 입에 착착 감기는 재밌는 카피까지 이루 말할 수 없이 매력적인 넛지를 제공하고 있다. 더구나 광고들 대부분은 청소년이 자주 찾는 삼각김밥이나 초코릿 제품류 진열 매대와 지나치게 가까워 위치상의 넛지효과도 충분히 기대해 볼 수 있다.

끝으로, 디테일과 지구력이 추가된 넛지를 기대한다.

넛지는 말 그대로 자연스럽게 사람들을 변화시키고, 일단 사람들의 마음과 행동이 바뀌면 그 약효가 은근히 오래간다는 장점이 있다. 이를 건강 소통에 접목해야 한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서 진행되는 건강 캠페인 중에는 일회성 퍼포먼스에 그치는 경우도 많다.

홍보대사 제도가 그렇다. 나름 넛지를 노리며 너도나도 ‘OOO 예방 홍보대사’를 선정하고 건강실천 메시지와 생활방식 등을 확산시키려 한다. 그러나 디테일이 현저히 떨어진다. 홍보대사로 선정되는 날 행사 자리를 빛내며 사진 찍히는 것 말고 당사자가 계약기간 동안 실제로 뭘 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실제로 존재한다. 말 그대로 ‘대사’의 역할을 하려면 SNS에라도 관련 사안을 지속적으로 포스팅하는 작은 행동력을 요구해야 하는데 최소한의 가이드라인도 없는 셈이다. 그런 허울뿐인 대사에 조직의 자원이나 에너지를 들일 이유는 전혀 없다.

해외 성공법 답습 넘어서야

넛지는 미국을 포함해 많은 국가에서 성공 사례들의 기초 원리가 된 것으로 알려진다. 네덜란드에서는 남성 변기 가운데 파리를 그려 넣어 화장실의 위생과 보건 측면에서 성과를 얻었고, 씩씩하게 올라가면 음악이 흘러나오는 계단을 만들어 사람들의 운동량을 증가시킨 예도 있다. 텍사스에서는 유명인을 활용한 연중 캠페인이 대박 유행하며 주 전체의 위생 수준을 끌어올린 사례도 보고된 바 있다.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커뮤니케이션에 필요한 ‘넛지’

하지만 외국에서 혹은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사람의 책에 등장하는 원리라고 해서 한국에도 예외 없이 적용된다는 보장은 없다. 더욱이 ‘넛지’에 대한 말은 많은데 실제 활용하는 건강소통에는 다수의 허점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한국형 넛지의 리얼한 논의와 결정, 현명한 활용을 희망한다. 그래야 제대로 된 성과도 나온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