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언론은 ‘한국 5G’를 못 잡아먹어 안달일까
왜 언론은 ‘한국 5G’를 못 잡아먹어 안달일까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19.04.15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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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토크] 상용화 2주차에 5G 커버리지 비판기사 쏟아져
글로벌 경쟁력 관점서 균형 있는 보도 아쉬워
이동통신 3사는 5G 커버리지 확보를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 사진은 네트워크 구축 현장을 살펴보는 황창규 KT회장. KT 제공
이동통신 3사는 5G 커버리지 확보를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 사진은 네트워크 구축 현장을 살펴보는 황창규 KT 회장 모습. 

[더피알=문용필 기자] 요즘 주목을 끄는 IT뉴스들을 보면 한 가지 특징이 있다. 이동통신 3사의 5G 서비스에 대한 지적이다. 5G가 터지지 않는 지역이 많을 뿐더러 서비스 지역에서도 속도가 안 나온다는 기사들이 연일 쏟아지고 있다. 몇몇 매체들은 기자들이 직접 현장에 나가 속도를 체크하는 체험형 기사까지 내보내며 비판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맞다.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5G 서비스를 상용화하기는 했지만 아직 전국망을 구축했다고 하긴 민망한 수준이다. KT와 SK텔레콤이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는 커버리지 지도를 보면 이를 알 수 있다. 지방으로 눈을 돌려보면 거의 대부분의 지역이 커버리지에서 벗어나 있다. 5G 기지국이 집중된 수도권에서도 군데군데 빈 곳이 눈에 띈다.

그런데 이통 3사의 5G 마케팅은 얼마나 현란한가. 당장 눈앞에 가상세계가 펼쳐지고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처럼 어디서든 증강현실을 경험할 수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마케팅의 이상과 커버리지의 현실이 다소 괴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LTE폰보다 훨씬 비싼 5G폰을 구입하고도 제대로 된 속도를 즐기지 못하는 소비자들의 불만을 전하는 건 언론의 당연한 책무인지도 모른다.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따기 위해 열을 올린 정부와 이통 3사에게 내실을 기하라는 충고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관련기사: ‘세계 최초 5G’가 진짜 의미 없는 타이틀일까?

하지만 언론들의 시각이 너무 커버리지에만 치우친 것 같다. 5세대를 의미하는 5G는 이제 상용화 된지 2주가 채 지나지 않았다. 이통사들이 손을 놓고 있는 것도 아니다. 커버리지를 늘리기 위해 오늘도 기지국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한 5G 전파는 직진성이 강해 LTE에 비해 더욱 촘촘한 망을 요구한다. 완전한 전국화가 되려면 시간이 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제대로 된 커버리지를 구축하고 상용화를 선언했으면 어땠냐는 반론도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전국 5G 커버리지 망을 완벽하게 갖춘 나라는 단 한 곳도 없다. 국내 이통사에 이어 5G 상용화를 시작한 미국 버라이즌도 일리노이와 미네소타 일부에서만 서비스를 개시했다.  

5G는 커버리지만으로 논할 수 없다.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자율주행 등 상상을 현실로 바꾸는 차세대 ICT 기술의 핵심요소다. 누구보다 빠르게 5G 상용화를 이뤄낸 대한민국이 향후 글로벌 ICT 주도권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고 볼 수 있다. 세계 최초의 5G 단말기도 우리 기업인 삼성전자의 작품이다. 5G를 단순한 이동통신 망으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 

게다가 이미 5G 후발주자들의 거센 추격은 시작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연설을 통해 “미래의 강력한 산업에서 다른 어떤 나라가 미국을 능가하는 것을 허락할 수 없다”면서 “5G 경쟁은 반드시 이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올해 말까지 미국은 전국 92개 5G 거점을 보유할 것이다. 한국은 48개를 갖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세계 최초 상용화를 선언한 한국을 견제하는 뉘앙스가 짙게 배어있다. 중국과 유럽 ICT 선진국들도 가만히 있지만은 않을 것이다.

아무리 언론의 중요 기능이 비판이라지만 유력매체들이 앞 다퉈 자국 기술 깎아내리기에만 몰두한다면 오히려 해외 경쟁자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꼴이 되지 않을까 염려된다. 소비자 권리에 대한 중요성 못지 않게 국내 이통사·제조사의 글로벌 경쟁력과 노력을 정확히 짚어보고, 이를 국민에게 정확하게 전달하는 균형적 보도도 필요하다. 

상용화 선언은 글로벌 5G 경쟁의 끝이 아니라 시작임을 우리 언론들이 좀 더 자각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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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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