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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를 딛게 하는 ICT 활용법
장애를 딛게 하는 ICT 활용법
  • 조성미 기자 dazzling@the-pr.co.kr
  • 승인 2019.04.19 09: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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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택시’ ‘소리찾기’ 등 일상 돕는 프로젝트
비장애인과 동등한 서비스 소비자로 인식돼야

[더피알=조성미 기자] 목소리만으로 집안의 사물을 제어하고 터치 몇 번만으로 제품을 주문하는 시대다. 이러한 기술의 진보가 비장애인에게 편리함을 주는 것을 넘어 장애인들의 생활 속 장벽을 깨는 형태로도 진화하고 있다.

2019년 4월을 살아가는 현재도 ‘장애’는 우리 사회에 너무나 큰 장벽이다. 장애를 지녔기에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막연한 추측, 무조건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라는 고정관념이 팽배하다. 하지만 기술이 그들의 세상을 넓혀주고 있다. 단순히 도움의 손길을 뻗는 것을 넘어, 기술적 보조를 통해 무엇이든 스스로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청각장애인 택시기사를 위해 소리를 시각과 촉각으로 바꿔주는 ‘조용한 택시’를 제작했다. 이 프로젝트는 청각장애인 아버지를 둔 딸의 실제 사연에서 기획됐다. 택시 운전을 하며 경적이나 사이렌 소리를 듣지 못해 다른 운전자들과 오해를 빚기도 하고, 시각정보에만 의존하다 보니 남들보다 더 피로도가 높아지는 안타까운 상황을 개선해 보자는 취지다.

여기에는 2017년 현대자동차 R&D 아이디어 페스티벌에서 대상을 수상한 ATC(Audio-Tactile Conversion·청각장애인을 위한 차량 주행 지원 시스템) 기술이 접목됐다.

이렇게 탄생한 조용한 택시는 다른 운전자들과 소통이 가능하도록 주행 중 다양한 청각 정보를 알고리즘을 통해 시각화해 전방표시장치(HUD·Head Up Display)로 노출시키거나 운전대에 진동과 빛을 다단계로 발산시켜 운전자에게 전달한다.

특히 경찰차, 소방차, 구급차의 사이렌은 물론 일반 자동차의 경적 소리까지 구분해 HUD에 각각의 이미지를 접근하는 방향 정보와 함께 표시한다. 또 운전대에선 진동과 다양한 컬러의 발광다이오드(LED)가 소리 정보를 운전자가 시각과 촉각으로 인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

SK텔레콤도 청각장애 택시기사를 위한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택시기사와 승객 간 의사소통을 돕는 솔루션 ‘고요한택시’를 운영 중인 사회적 기업 코액터스와 함께 청각장애인 전용 티맵택시 앱을 출시한 것.

이 앱은 택시기사-고객 간 메시징 기능과 고요한 택시 배차 시 알림 기능 등 청각장애 택시기사들의 영업 활동에 필요한 기능을 추가했다. 앞으로도 실제 영업 활동에서 불편한 점을 수용해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갈 계획이다.

SK텔레콤 측은 “청각장애인도 새로운 분야에서 일자리 확보 기회를 얻는 것은 물론, 월 평균 수입을 높일 수 있어 장애인 가정의 가계에 크게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이번 전용 앱 출시는 SK텔레콤이 추진하고 있는 사회적 가치 창출 노력의 일환으로, 향후에도 티맵택시를 통해 사회적 약자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첨단 ICT를 나누는 이통사들

KT의 경우 통신을 기반으로 장애인들의 자립과 재활을 돕는 활동을 해외로 확장해 나가고 있다. 우선 UAE 샤르자의 코르파칸 지역에 장애인 맞춤형 스마트팜을 열었다.

글로벌 1호 스마트팜이기도 한 이곳은 약 600㎡(180평) 규모로 장애인에게 최적화된 시설과 첨단 ICT를 적용했다. 증강현실(AR) 글라스를 통해 외부에 있는 관리자가 현장에 있는 작업자에게 원격으로 실시간 교육을 하거나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 내·외부 센서를 통해 모든 시설을 PC나 모바일 앱으로 원격 제어하고,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는 것도 가능하다.

캄보디아에선 청각장애 재활센터인 ‘KT 꿈품교실’을 열었다. 꿈품교실은 캄보디아 프리엉동 병원에 전용회선을 구축해 한국과 원격 진료가 가능한 시스템을 도입, 환아들의 재활치료와 사후관리를 지원한다.

특히 연세의료원의 언어치료사 교육을 통해 현지 전문가를 육성하고, 프놈펜 시내에서 떨어진 지역에 거주하는 아동을 위한 찾아가는 재활치료 수업을 진행함으로써 캄보디아 청각장애아동의 ‘소리찾기’ 사업을 계속할 계획이다.

2003년부터 국내 저소득층 청각장애인의 재활을 위해 꾸준히 소리찾기를 전개해온 KT는 “음성을 전달하는 통신업의 본질을 살린 활동을 통해 지구촌 청각장애아동들이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며 “KT그룹의 ICT 역량을 활용해 국내외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임직원 봉사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가겠다”고 밝혔다.

캄보디아 프리엉동 병원에 마련된 청각장애 재활센터 ‘KT 꿈품교실’모습.
캄보디아 프리엉동 병원에 마련된 청각장애 재활센터 ‘KT 꿈품교실’모습.

LG유플러스는 스마트홈 서비스를 통해 장애인의 생활을 편리하게 만드는 데 노력하고 있다.

지체장애인에게는 음성명령으로 장애인 콜택시 호출과 지하철 역사 내 교통약자 편의시설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시각장애인 전용 콘텐츠를 제공하는 인공지능 서비스도 론칭했다. 또 음성명령을 통한 IoT 가전 원격제어 기능으로 장애인의 삶의 질 향상에 앞장서고 있다.

이러한 방향성을 영상 캠페인으로도 공유하고 있다. 2016년 청각장애인 바리스타의 실제 이야기로 호평을 받았던 것과 더불어 지난해에는 시각장애인 엄마의 육아 스토리와 척수장애인 아빠의 이야기를 전달했다. 이에 대해 LG유플러스는 “빠르고 앞선 기술만큼 그 기술을 우리 주변에 소외된 이웃과 함께 누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널리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세상을 바꿀 아이디어 찾기

기업들이 자사가 보유한 첨단기술을 폭넓게 적용할 방법을 강구하는 것과 더불어, 사회에 보탬이 될 새로운 아이디어 발굴에도 앞장서고 있다. 장애에 따라 필요로 하는 기술도 다른 만큼 다양한 생각을 모아 사각지대를 줄이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창의적인 조직문화 확산을 위해 실시하고 있는 C랩(Creative Lab) 프로그램을 통해 저시력 시각장애인들이 더 잘 볼 수 있게 도와주는 시각 보조 애플리케이션 ‘릴루미노(Relúmĭno)’를 공개했다.

시야가 뿌옇고 빛 번짐이 있거나 굴절장애와 고도 근시를 겪는 시각장애인이 글자나 사물을 볼 때 보다 뚜렷하게 볼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사용도 쉽다.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해 VR을 통해 시각보조를 받는 방식이다.

삼성전자는 단순히 개발에 그치지 않고 저시력 시각장애에 대해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영화 <두 개의 빛: 릴루미노>를 제작하기도 했다. 또한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과 무용공연 등에 초청, 저시력시각장애인들의 릴루미노 체험을 통해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다.

개발진들은 실제로 저시력 시각장애인의 릴루미노 체험기가 더없이 유용한 자산이라고 말한다. 피아니스트 노영서 씨와 협업을 통해 ‘다초점 기능’을 추가한 사례를 들며 릴루미노팀의 이찬원 씨는 “요즘도 릴루미노 사용자의 체험 후기에서 많은 아이디어를 얻는다”며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기기를 활용하는 사람들과 만날 때도 잦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 그룹의 ICT 기업인 현대오토에버는 취약계층의 모바일 생활 개선을 위한 대학생 참여 아이디어 공모전을 주최한다. 작년 4월부터 올 2월까지 진행된 두 번째 앱 개발 콘테스트에서는 시각장애인의 셀카 촬영을 가이드해주는 ‘SELFER’, 수화번역 앱 ‘수화’, 청각장애인 발음 교정 커뮤니티 서비스 ‘보리’, 장애인 스포츠 관련 정보를 모아놓은 ‘운동장’ 등 총 40개의 아이디어 중 7개가 실제 앱으로 제작, 구글 플레이를 통해 유통되고 있다.

올해는 지역 밀착형 앱 지원 강화, 제작 지원금 상향, 교육 강화 등 사업을 확대해 2019년 콘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의 IT전문 기업 신세계아이앤씨는 사회적경제기업 지원사업 ‘미니콘테스트’를 2015년부터 진행 중이다. 지난해엔 장애인 여행 콘텐츠 기업 어뮤즈트래블이 지원기업으로 선정됐다. 이 회사는 현재 장애인이 여행 중 불편을 겪지 않도록 턱없는 도로, 엘리베이터, 장애인 화장실 등 이동 관련 데이터를 모아 앱(APP)을 개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경계선급 지능과 경증자폐성 발달 장애 아동청소년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협동조합 매일매일즐거워도 같은 시기 지원을 받게 되면서 통합교육환경을 제공하는 플랫폼 ‘올치’의 개발을 완료했다. 지금은 자생적으로 지속 가능한 플랫폼으로 자리 잡는 과정에 있다.

신세계아이앤씨 관계자는 “기업의 사회적 가치 실현의 일환으로 다양한 공헌 활동을 통해 사회적 약자 지원과 사회적 문제해결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기업들의 활동에 대해 홍윤희 협동조합 무의(장애를 무의미하게) 이사장은 “멘땅에 헤딩하고 있던 소셜벤처, 스타트업에 투자 또는 지원으로 힘을 보태고 있다”며 “장애인 취약 계층의 배려 차원이 아닌 장애인도 동등한 서비스 소비자로 바라보면 일회성 지원이 아닌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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