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식전빵’ 만드는 기획자입니다
저는 ‘식전빵’ 만드는 기획자입니다
  • 김영균 (kyg@thesmc.co.kr)
  • 승인 2019.04.22 10:5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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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기획자의 이야기
김영균 더에스엠씨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1본부 이사
식전빵이라 불리던 콘텐츠는 지금도 식전빵이라 불리는 것이 맞을까. 
식전빵이라 불리던 콘텐츠는 지금도 식전빵이라 불리는 것이 맞을까.

언젠가 광고계에 잔뼈 굵은 ‘선배’가 우리의, 나의 일에 빗대 ‘식전빵’이라고 표현했던 적이 있다.

나는 소셜미디어 콘텐츠를 만드는 10년차 기획자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는데, 지난 10년을 되돌아보면 매년 새로운 강산이 생겼고 이를 넘어왔던 것 같다.

글과 사진으로 이뤄진 블로그가 소셜미디어의 전부였던 시대가 있었다.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무렵이 그랬다. 이후 트위터라는 ‘최신’ SNS가 나오고 몇몇 기업들이 활용하곤 했지만 대부분은 자신들의 블로그를 ‘소셜 허브’라는 이름으로 사용했다.

10여년이 지난 지금 삼성전자 뉴스룸은 구글에서 ‘뉴스’로 분류된다. 이제 소셜미디어가 ‘소셜’이라는 이름을 떼어내고 미디어가 돼버린 것이다.

‘유튜브 미디어’ 시대라는 말도 2019년 현재 페이스북 미디어라는 말보다 쉬이 들을 수 있는 이야기다. 모든 것들의 변화는 언제나 고객이 콘텐츠를 소비하는 공간에 맞춰 변화했다. 블로그에서 소셜미디어, 그리고 유튜브로 이어지는 현상이 이를 대변해준다.

사람들은 기업이 만들어내는 디지털 콘텐츠를 보며 정보를 얻기도 하고, 울고 웃으며 희로애락을 느낀다. 소셜미디어 콘텐츠는 ‘디지털 미디어’이자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익숙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 모든 변화가 미디어, 광고 시장 속에서 10년이 채 안 된 시기에 일어난 일이다. 그렇다면 ‘식전빵’이라 불리던 콘텐츠는 지금도 식전빵이라 불리는 것이 맞는 것일까.

애석하게도 여전히 그렇다는 생각이 든다. 플랫폼과 고객의 니즈는 변화했지만, 많은 기업의 디지털 콘텐츠는 소셜미디어 시절에 유행하던 ‘ASAP(As Soon As Possible·가능한 빨리)’과 ‘저렴한 비용’이라는 고질병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긴 시간 동안 조직에 새겨진 프레임이자 인식의 한계인 것이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고객은 이미 디지털과 모바일에 모여 있음에도 기획자들은 “제 꿈은 TVC, IMC 캠페인입니다”라고 이야기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그곳에 돈이 모여들기 때문이다. 메뉴판 가장 하단, 비싼 메뉴에는 여전히 메이저 미디어들과 콘텐츠가 나열돼 있다.

하지만 시대에 따라 시장은 여전히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순간에도 변화는 일어나고 있다.

15초의 USP(unique selling point·고유 강점)를 담은 TVC에서 3분짜리 고객 이야기와 가치를 담은 드라마형 광고나 본질에 집중한 UPS(User Problem Solving·사용자 문제 해결) 콘텐츠가 실제 고객을 움직이는 시대다. 그렇기에 더욱 시선을 디지털과 모바일에 집중해야 할 때이다.

그 예로 얼마 전 회사에서 만든 영상 콘텐츠를 본 고객이 상품을 구매했고, 예쁘지도 않았던 ‘식전빵’ 같은 해당 영상 콘텐츠는 ROAS(Return On Ad Spend·광고 비용에 대한 회수) 300%를 기록했다. 또 3분짜리 드라마타이즈 형태의 광고는 광고 전문 사이트인 TV CF에서 크리에이티브 1위를 기록하며 500만뷰 이상을 기록했다.

언젠가 부들부들한, 김이 모락모락 나는 식전빵을 트러플 오일에 찍어 먹었을 때, 그 날 먹은 코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맛이었던 때가 있다.

나는 여전히 식전빵을 만드는 디지털 콘텐츠 기획자이고, 고객의 기억에 남을 수 있는 최고의 식전빵을 만들어내고 싶다.

굳이 스테이크를 굽는 일을 하지 않아도 괜찮다. ‘식전빵 맛집’이라 멋들어지게 가게를 차리면 그것 나름대로 멋있지 않을까?

나는 콘텐츠를 만드는 기획자다. 더에스엠씨

*제작자의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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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돼 2019-04-23 11:27:01
깊은 고민의 곰탕같은 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