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의 ‘삼성 때리기’, 130년 품격이 의심스럽다
WSJ의 ‘삼성 때리기’, 130년 품격이 의심스럽다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19.04.22 15: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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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토크] 유튜브 영상 통해 갤럭시폴드 비아냥
객관적 팩트나 분석보단 개인 유튜버식 블랙코미디만 가득
삼성전자 갤럭시폴드를 희화화한 월스트리트저널 영상의 한 장면. 유튜브 캡쳐
삼성전자 갤럭시폴드를 희화화한 월스트리트저널 영상의 한 장면. 유튜브 캡쳐

[더피알=문용필 기자] 지난 19일 유튜브에 'This Was Supposed to Be a Samsung Galaxy Fold Review(이것은 삼성 갤럭시폴드 리뷰라고 여겨졌다)'라는 제목의 영상 하나가 올라왔다.

리뷰면 리뷰지 왜 ‘Supposed to Be’라는 표현이 들어갔을까.

영상을 플레이해 보면 이유를 쉽게 알 수 있다. 통상적인 제품 리뷰가 아닌 갤럭시폴드에 대한 비아냥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영상에서 코멘트 하는 여성은 최근 갤럭시폴드를 둘러싼 결함 논란과 관련해 제품을 희화화하는 데 열을 올린다. “당장 뭔가를 접고 싶다면 이걸 접으라”며 종이와 목도리, 접의식 의자, 핫도그를 보여준다.

그러면서 “이 제품을 사지 말라. 접지도 말라”며 “뭔가를 벗기고 싶다면 이걸 벗기라”며 바나나와 오렌지, 접착식 메모지를 내세웠다. 갤럭시폴드의 화면 보호막을 벗기면 결함이 생길 수도 있다는 점을 비꼰 셈이다.

과도한 표현은 영상 말미에 극치를 달린다. 핫도그처럼 갤럭시폴드의 두 화면 사이에 소시지를 끼워 넣은 것이다. 마치 미국 코미디 프로그램 SNL을 보는 듯하다. 제품에 대한 불만을 ‘모욕’에 가까운 표현법으로 드러낸 것이다. 

그런데 영상이 게재된 계정 이름이 낯익다. 다름 아닌 월스트리트저널(이하 WSJ). 영상 속 갤럭시폴드 까내리기에 몰두하는 여성은 WSJ의 테크칼럼니스트인 조안나 스턴이다.

실제 해당 영상은 WSJ의 웹사이트에도 실렸다. ‘우리는 당신(삼성전자)의 베타테스터가 아니다’라는 제목을 단 스턴의 칼럼과 함께. 심지어 WSJ 사이트에서 ‘가장 많이 본 동영상’ 1위에 올랐다. 유튜브 상에서도 22일 오후 기준 57만회의 조회수를 넘어섰다.

만약 일반 유튜버나 리뷰어가 올린 영상이라면 설령 비웃음만 있더라도 그러려니 했을 것이다. 그들의 목적은 화제를 일으켜 조회수를 높이고 구독자를 늘리거나 광고수익을 올리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차세대 스마트폰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 받는 삼성전자의 폴더블폰이라면 ICT에 관심 있는 유저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WSJ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세계적인 지명도를 갖고 있는 유력 언론이다. 그것도 글로벌 양대 경제전문 언론이다. 갤럭시폴드 결함 논란의 사실유무를 떠나 WSJ쯤 되면 비아냥이 아닌 팩트와 분석으로 이야기했어야 한다. 

이런 생각을 비단 기자만이 갖고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유튜브상에 올라온 댓글에는 WSJ에 대한 비판이 가득하다.

한 네티즌은 “That was the worst review of this device(이 제품에 대한 최악의 리뷰였다)”고 지적했다. “This video was a waste of time. Lame!(이 영상은 시간낭비였어. 설득력 없는!)”이라고 꼬집는 댓글도 눈에 띈다. “Whoever is in charge of this video should be fired!(이 영상의 책임자가 누구든 해고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이도 있다.

더 나아가 삼성의 라이벌인 애플 편을 들어주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심 어린 시선도 있다. 미국의 유력매체들이 앞다퉈 ‘갤럭시폴드 때리기’에 나섰을 때 제기된 의문이기도 하다. 애플은 현재 폴더블 폰은커녕 아직 5G폰도 발표하지 않은 상태. 명실공이 ICT 선도국이라는 미국의 체면에 상처가 될법한 대목이다.

만약 이런 추측이 맞는 거라면 분석이 아닌 풍자가 가득한 WSJ의 영상은 매체의 공신력까지 의심할 수 있는 사안이다. 130년 역사의 품격이 이런 비아냥 섞인 영상 하나로 무너져 내려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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