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직홍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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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리자 (admin@the-pr.co.kr)
  • 승인 2010.06.24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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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기환의 홍보 한마디

오랜 기간 동안 언론 홍보를 하면서 주변에서 간혹 받는 질문이 있다.

“우리 회사는 아무리 찾아 봐도 홍보 소재가 없습니다”라거나 “아니, 이런 것도 신문, 방송에 소개될 수 있나요?” 하는 말 들이다. 그러나 비홍보맨이 볼 때 평범한 소재도 일단 홍보맨의 손에 들어가면 얼마든지 좋은 홍보거리로 둔갑하게 된다. 정말 마술처럼 예상외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곤 한다. 필자도 지난 20여 년간 그러한 경우를 적지 않게 경험한 바 있다. 다음은 2000년 초, 유통회사를 계열사로 둔 어느 그룹의 홍보임원으로 막 부임했을 때의 경험담이다.

주로 중저가 패션용품을 판매하는 대형 할인점으로 지금은 거의 모든 유통기사에 포함되고 있지만 당시에는 사정이 달랐다. 오픈한 지 5년이 지나가는데도 신문 유통 면에 회사 기사는 커녕 점포의 쇼핑 단신 기사 조차 언급되는 일이 거의 없었다. 언론사 유통 담당 기자들에게 철저히 외면 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알아보니 심지어 점포를 한 번이라도 방문해 본 기자들이 전무한 상태였다.

사태를 확인하고 그 원인도 파악했으니, 해결책은 분명했다. 유통 담당 기자들로 하여금 점포를 방문케 해서 취재를 할 동기를 부여하면 되는 것이다. 우선 그 유통회사 및 점포의 특성에 관한 홍보자료를 신속히 그러나 알차게 만들었다. 그 다음 그것을 들고 언론사 순회 방문에 나섰다. 일선 기자들을 설득하기에 앞서, 유통 담당 데스크들의 인식을 변환시키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홍보 3대 원칙

필자의 설명을 들은 데스크들 대부분은 담당 기자들에게 한 번 가보라고 권유를 했다. 그러나, 늘 시간에 쫓겨 허덕이는 유통기자들인지라, 특별한 취재 목적도 없이 기사거리가 될지 아닐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한나절을 허비(?)해 서울 노원구에 있는 그 점포를 방문한다는 것은 아무리 데스크의 권유가 있었어도 매우 힘든 일이었다.

해서 필자는 반드시 지켜야 하는 대원칙을 스스로 정했다. 첫째, 기자를 점포로 무조건 모시고(?) 가야 한다.(百聞이 不如一見 이니까) 둘째, 기자들에게 방문하기를 참 잘했다는 느낌을 줘야 한다.(뭐니뭐니해도 맞선을 볼 때는 첫 인상이 중요한 법이다) 셋째, 어렵게 방문한 김에 취재까지 하게 만들어야 한다.(기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기사거리이다)

일단, 그 동안의 친분을 무기(?)로 데스크를 통해 기자들의 점포 방문 일정을 어렵게 잡았다. 그러나 이런 경우, 평소 시간 여유가 없는 기자들이기에 대부분이 갑자기 급한 일정이 생겼다는 핑계로 방문을 연기하는 것이 십중팔구 일 것이라고 판단한 필자는 사전에 대책을 마련해 놓았다.

방문하기로 약속한 날, 언론사가 되었든, 출입처가 되었든 간에 그 근처에서 기자와 같이 가기 위해 미리 대기하는 것이다. 1시간 전부터 건물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고 하면 대부분 거절을 하지 못하리라는 생각에…. 그것도 그룹 홍보실이 아닌 유통점포의 간부직원이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오늘을 위해 특별히 멀리서(?) 직접 차를 몰고 왔다는 이야기를 하면…. 이른바 한국인 특유의 동정심을 유발케 한 것이다. 지성이면 감천이다.

일단 방문은 100% 성사되었다. 이젠 기자로 하여금 스스로 취재를 하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해야 한다. 기자가 점포를 방문하고부터는 준비된 다음 스케줄이 한치의 오차도 없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1층 현관에서 기다리고 있던 점장의 정감 어린 환영의 인사, 각 층을 돌아 볼 때마다 숙달된 조교(?)의 능숙한 설명, 그리고 홍보실에서 준비한 완벽한 홍보자료 및 싱싱한 기사거리 등. 한 가지 더 있다. 마침, 그 점포를 방문한 유통회사 대표와의 우연한(?) 만남 주선. 사전에 인터뷰 약속도 없었으니 피차 부담없이 얘기를 나눌 수 있고, 또 기자에게는 그냥 점포 구경만 하고 가려 했는데, 회사 대표도 만났으니 뜻밖의 성과가 있었다고 느끼게 하고….

대성공 거둔 ‘아니 벌써’ 작전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이후 그 유통회사 및 점포 기사가 과거처럼 외면당하지 않고, 하나 둘 유통면에 실리기 시작한 것이다. 자주는 아니더라도 간간히 대표의 인터뷰도 나오고 말이다. 그러다 보니 욕심이 생겼다. 유통 기사를 보면 글로 된 상품 소개 기사는 조그만 해도 사진은 그야말로 대문짝 만하다. 그래서 착안해낸 아이디어 하나가 소위 ‘아니 벌써’ 작전이었다.

우선 과거 2년간 신문에 보도된 유통 기사 및 사진을 시기별로 구분해 보았다. 이를 통해 해마다 추석 며칠 전에 추석관련 상품기사가 나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늦어도 언제까지는 자료를 배포해야 한다는 것도 파악하게 되었다. 설날, 초등학교 입학일, 발렌타인데이, 수능시험일, 졸업일 등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작은 유통회사가 대형 유통회사와 동일한 소재로 경쟁을 해서는 백전백패일 것은 불을 보듯 했다. 그것도 사진 기자들이 취재하기 쉬운 도심이 아닌 변두리 유통점포로 사진기자들을 오게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였다. 그래서 나온 것이 ‘시간차 보도자료 배포’였다. “그렇지! 신문사는 어차피 계절과 명절을 미리 알리는 사진이 필요하니, 우리는 다른 유통회사들이 보도자료를 내는 시점보다 1주일만 빠르게 내자.”

결과는 역시 대성공이었다. 그렇게 해서 도하 10여 개의 신문들이 일제히 그 유통 점포의 이름이 명시된 커다란 컬러 사진 기사를 보도한 것이다. “아니 벌써 크리스마스”(11월 초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품 판매 사진),“성큼 다가온 여름”(5월의 어느 낮 온도 높은 날, 빙수기 판매 사진),“일찍 찾아온 장마”(유난히 비가 많이 왔던 초여름 어느 날, 아로마 향초 판매 사진 등)…. 홍보는 기적은 아니지만 최소한 마술(magic)인 것이다.

 

문 기 환 khmoon@saturnpr.co.kr

새턴PR컨설팅 대표
(주)대우 홍보팀장(1990~1999)
이랜드그룹 홍보총괄 상무(2000~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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