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대통령이 보였다
오랜만에 대통령이 보였다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9.05.10 16:01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취임 2주년 생방송으로 진행한 단독 대담
커뮤니케이션 측면서 5가지 인상적

“대통령이 안 보인다.”

[더피알=강미혜 기자] 얼마 전 지인들과의 모임 중 나온 얘기였다. 외교, 경제 분야에서의 지지부진한 상황과 ‘동물국회’의 기막힌 장면들을 보면서 국정 최고 지도자인 대통령의 리더십이 좀처럼 부각되지 않는 데 대한 의아함 내지는 안타까움의 말이었다.

그로부터 이틀 뒤, 보란 듯이 대통령이 국민 앞에 섰다. 문재인 정부 출범 2주년을 맞아 마련된 KBS와의 대담을 통해서다. 문 대통령은 여러 현안에 대한 기자의 날선 질문을 1시간 20여분 동안 쉴 새 없이 받으며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문재인 정부 출범 2년을 맞아 문 대통령이 KBS와 생방송으로 단독 대담을 가졌다. 방송 화면 캡처
문재인 정부 출범 2년을 맞아 문 대통령이 KBS와 생방송으로 단독 대담을 가졌다. 방송 화면 캡처

이날 대담에 대한 해석과 평가는 시각에 따라 엇갈린다. 하지만 커뮤니케이션 측면에서 봤을 때 크게 5가지 대목이 인상적이었다.

첫째, 80분 간의 긴 인터뷰를 라이브로 소화했다.

한 번이라도 인터뷰를 해본 사람이라면 안다. 생방이 얼마나 긴장되고 힘든지를. 말 한 마디, 표정 하나도 의도와 달리 해석되기 쉬우니 부담은 배가 될 수밖에 없다. 그것도 기자들이 돌아가며 한두 질문을 하는 회담이 아닌 질문과 답변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일대일 대담 형식이다.

문 대통령은 기자 물음에 원고 없이 즉석에서 답변했다. 웬만한 자신감이 아니라면 시도조차 하기 힘든 일이다. 사전에 참모진과 함께 치열하게 준비하고 고도로 훈련받았음은 불문가지다.

둘째, 불편한 주제와 질문, 단어까지 서슴없이 나왔다.

한 마디로 서로가 눈 가리고 아웅하지 않았다. 최고지도자에 대한 예우보다 국민 시각에서 궁금증을 해소하려는 양자의 노력이 엿보였다.

더구나 대담 4시간 전에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쏘았다. 문 대통령 입장에선 상당히 곤혹스러운 돌발 이슈다. 국민 이목이 집중되는 중대 사안에 대해 기자는 에두르지 않고 첫 질문으로 응수했다.

또한 ‘독재자’ ‘인사검증 실패’ 등 현 정부를 향한 날선 비판도 가감 없이 끄집어냈고 대통령 역시 의연하게 답했다.

기자의 태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대통령이 섬겨야 하는 국민의 대표 자격 아닌가. 포털뉴스 댓글란만 봐도 온갖 비난과 막말, 억측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그 정도의 불편함은 허심탄회한 수준이다.

송현정 KBS 기자(왼쪽)가 문 대통령과 여러 현안을 놓고 질문과 답변을 이어갔다. 방송 화면 캡처
송현정 KBS 기자(왼쪽)가 문 대통령과 여러 현안을 놓고 질문과 답변을 이어갔다. 방송 화면 캡처

셋째, 중견 여성 언론인이 대통령 대담자로 나섰다.

직업적 역량은 성별로 가늠할 수 없다. 규정되거나 구분되어서도 안된다. 그럼에도 여전히 우리 사회 곳곳에선 남성 중심적 문화가 짙게 배어있다.

언론계도 다르지 않다. 방송뉴스 진행만 해도 남성 앵커에 훨씬 무게감이 실린다. 이번 대담을 진행한 언론인 앞에 굳이 ‘여성’이란 수식어를 붙여 의미를 부여하게 되는 이유다.

연륜이 묻어나는 표정과 말투, 대통령 앞에서도 움츠러들지 않고 가감 없이 질문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은 자못 신선했다.

넷째, 공영방송을 단독 채널로 삼았다.

지금까지 대통령 인터뷰는 회견 형식이 대부분이었다. 특정 언론에만 기삿거리를 주게 되면 본의 아니게 ‘물 먹는’ 언론들이 반발하기에 ‘기계적 공평함’을 유지해야 했다. 여러 기자들이 돌아가며 질문권을 가지는 회견은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기는 쉽지 않은 구조다.

그런데 이같은 대언론 관행을 깨고 한 방송사와만 단독 인터뷰를 했다. 공영방송 KBS가 청와대의 선택지였다.

KBS는 정치적 독립성과 자율성을 확보하지 못해 ‘어용방송’이란 꼬리표와 함께 “수신료가 아깝다”는 힐난까지 감수해야 했다. 안팎에서의 긴 진통을 거쳐 공영방송 위상을 회복하려는 시점에서 KBS와 대통령의 단독 대담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운영하는 방송’의 존재 이유를 상징적으로 나타냈다.

마지막으로 이번 대담으로 집권 3년차를 맞은 대통령이 보였다.

2년 전만 해도 셔츠 차림의 대통령, 커피 한 잔을 손에 든 대통령만 봐도 국민 다수가 그 이름을 연호했다. 격의 없이 소통하는 문 대통령의 모습은 촛불에 담긴 민의의 대변자로서 기대감을 갖게 했다.

하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달라졌다. 허니문의 달콤함은 진작 사라지고 지지자 못지않게 늘어난 비판자들이 문재인 정부의 중간성적표를 놓고 갑론을박하고 있다. 국론은 분열됐다. 

많은 국민이 대한민국이란 배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궁금해 하고 있다. 이런 때 선장이 직접 방향성을 설명하며 때로 긴장한 표정으로, 때론 답답한 심정을 드러내며 대화를 이어갔다. 독재자라면 절대 보지 못할 모습이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팬심 2019-05-13 14:02:01
인터뷰 하면 했다고 욕하고 안하면 안한다 욕하고 음모론과 온갖 정치적 해석만 난무하는 가운데 드물게 공감 가는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