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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40년 외길, 디지털 적응이 제일 힘들다”
“광고 40년 외길, 디지털 적응이 제일 힘들다”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9.05.13 13: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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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낙회 한국광고총연합회 신임 회장

[더피알=강미혜 기자] ‘공채 출신 최초 CEO’라는 화려한 수식어보다 주변의 소소한 평가가 김낙회 전 제일기획 사장에 대한 궁금증을 더 갖게 했는지 모른다. 동년배 인사들은 “참 괜찮은 양반”이라 했고 후배들은 “닮고 싶은 선배”라 입을 모았다.

그런 그가 한국광고총연합회 신임 회장으로 선·후배, 동료 앞에 오랜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수년 전 정중하게 인터뷰를 거절한 이력이 있던 터라 “더피알 창간 9주년이니 축하는 해주셔야 하지 않느냐”고 만남을 설득했다. 스스로 “평생 ‘을’로 살아왔다”고 이야기하지만 대화 내내 신사의 품격이 느껴졌다.

40년간 한 우물을 판 광고인이다. 서강대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1976년 제일기획 공채 2기로 입사했다. 광고기획팀장과 삼성비서실 임원, 부사장을 거쳐 2007년 공채 출신 첫 CEO직에 올라 2012년까지 제일기획을 이끌었다. 서강대 아트&테크놀로지 초빙교수로 있으며 지난 3월 한국광고총연합회 회장으로 취임했다. 사진: 성혜련 기자
김낙회는... 40년간 한 우물을 판 광고인이다. 서강대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1976년 제일기획 공채 2기로 입사했다. 광고기획팀장과 삼성비서실 임원, 부사장을 거쳐 2007년 공채 출신 첫 CEO직에 올라 2012년까지 제일기획을 이끌었다. 서강대 아트&테크놀로지 초빙교수로 있으며 지난 3월 한국광고총연합회 회장으로 취임했다. 사진: 성혜련 기자

그간 어떻게 지내셨어요.

2012년 말에 제일기획에서 은퇴했는데요. 어깨 짐 내려놓고 참 좋았던 게 하고 싶은 일만 하고 하기 싫은 일은 안 해도 된다는 것이었어요.(웃음) 그야말로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자유롭게, 그러면서도 꽤 바쁘고 재미있게 보냈어요. 책 두 권 쓰고 취미인 사진 찍으러 다니고 간간이 학교 강의도 했습니다. 특히 3년 동안 최전방에서 철책선 지키는 GOP 부대원들을 대상으로 병영콘서트를 했던 봉사활동이 기억에 남습니다. 얼~마나 시간이 빨리 가는지 몰라요.(웃음)

제일기획이란 익숙한 조직에서 경영하던 것과 달리 이제는 많은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조율해야 하는 역할을 맡으셨습니다. 파악은 좀 하셨어요?

이제 막 업계 분들을 만나는 중이라 아직 잘은 몰라요. 다만 광고업계가 변화를 겪으면서 좀 침체돼 있고, 각 회원단체들도 각자의 애로사항이 있는 것 같습니다. 서로 다른 입장으로 의견을 내비치기도 하고요. 가장 중요한 건 단합입니다. 4차 산업혁명의 키워드가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이지 않습니까. 내 울타리만 지키려 하면 공멸하는 길로 가는 겁니다. 전체 파이를 키워야 자기 몫도 늘어나는 것이기에 기존 울타리를 깨고 상호 협력해서 공생하자는 이야기를 해 나가려고 해요.

‘디지털 퍼스트’가 혁신의 구호처럼 퍼져나가면서 광고회사 위기론이 오래전부터 계속돼 오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시는지요.

돌이켜 보면 위기는 항상 있었어요. 80년대 언론통폐합 당시 코바코(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가 생기면서 광고회사의 설자리가 위태하다는 루머가 있었고, 광고회사 몫의 수수료가 줄면서 심각한 타격을 예상하기도 했습니다. 1·2차 오일쇼크 당시에도 혼란이 컸어요. IMF땐 두 말할 것도 없고요. 어떻게 보면 지금껏 쉬운 적이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디지털 광풍’이 불면서 소위 ‘멘붕’이 온 거죠. 광고 생태계가 완전히 바뀌어버렸으니까요. 온라인 부서를 만들거나 디지털 인력을 채용하고 M&A(인수합병) 등을 통해 조금이라도 더 일찍 디지털 경쟁력 제고에 나서지 않은 회사들은 진짜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변화에 대응하면서 획기적으로 시스템을 바꾸지 않으면 앞으로도 점점 더 어려워질 거라 봅니다.

숱한 위기를 지나온 40년을 돌이켜보면 제일 적응하기 힘든 순간은 언제였습니까.

디지털입니다. 다른 외부적 변화는 우리가 조직과 시스템을 정비하고 조금 더 노력하면 그래도 견딜 수 있는 부분이었는데 디지털은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어버린 거예요.

제가 2007년도에 제일기획 사장이 되고 해외 출장을 다니면서 현지 그루(Guru)들을 많이 만났는데요.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이야기가 디지털이었어요. 대비 안 하면 죽는다는 거죠. 당시 제가 생각하는 수준을 훨씬 넘어서 업계가 뒤집어질 정도의 영향력을 예견하고 있었습니다. 빨리 안 움직이면 큰일 나겠더라고요. 그래서 그때부터 제일기획에 디지털본부를 만들고 전 직원을 대상으로 디지털 교육을 필수로 이수하게 했습니다.

기획이나 마케팅, 제작하는 인력뿐 아니라 매체관리와 총무, 프로모션에 있는 사람들도 다 포함시켜 디지털 DNA로 무장하자고 독려했어요. 디지털 인력도 새롭게 뽑고 했는데 그럼에도 조직 전체의 변화가 쉽지 않더라고요. 디지털이란 새로운 기술을 잘 모르니까요. 결국 선택한 길이 M&A였어요. 미국과 영국 등에서 디지털 기술과 인력을 확보한 회사를 하나하나 인수하며 새로운 피 수혈에 나섰습니다. 다방면에서 노력했는데도 아직도 디지털 DNA는 쉽지 않은 것 같아요.

김낙회 회장은 광고 외부적으론 디지털 적응에 대한 어려움을, 내부적으론 광고인의 의식 변화를 크게 체감한다고 이야기했다. 사진: 성혜련 기자  

제일기획 공채 2기로 입사해 사장에 오르기까지 참 많은 직함과 업무를 거치셨는데요, 개인적으로 어떤 점에서 진짜 달라졌다고 느끼시나요.

제가 76년도에 제일기획에 입사했으니 우리나라 압축성장의 40년 역사와 같은 배를 타고 온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큰 행운이었고 덕분에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광고만 놓고 봐도 흑백TV 시절 아날로그 광고부터 시작해 지금의 SNS나 디지털 광고까지 경험해 봤으니까요. 그 사이 광고인의 사회적 지위(status)가 참 많이 달라졌어요. 처음 광고계 입문했을 땐 ‘사-농-공-상-광(고)’라고 할 정도로 대접이 형편없었지요. 심지어 잡상인 취급을 받기도 했고요.(웃음) 근데 지금은 광고한다 하면 전문가라는 인식이 생겼으니 얼마나 좋아졌어요.

반면 광고인들의 의식은 조금 아쉽습니다. 예전엔 ‘광고쟁이’라 하면 특유의 열정이 있었어요. 하루 이틀 밤새는 것쯤은 가뿐하게 생각하고 힘들어도 정말 즐겁게, 어떻게 보면 미친 사람들처럼 자기 일을 했는데 요즘은 그냥 직장인 같아요. 소확행이나 워라밸 같은 가치가 사회 전반에 걸쳐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다방면에서 의식이 변화한 듯도 하고요. 모든 광고인들이 다 그렇진 않겠지만 전체적인 느낌이 그래요.

직장인의 모습을 띄어서 그럴까요, 혹자는 한국 광고가 시장 규모에 비해 크리에이티브는 떨어진다는 지적도 합니다.

저는 좀 다른 견해를 갖고 있습니다. 제일기획이나 이노션 등 국내 광고회사들이 ‘광고의 올림픽’이라 불리는 칸광고제(칸 라이온즈 국제 크리에이티브 페스티벌)에서 최고 영예인 그랑프리를 비롯해 여러 굵직한 상을 받으며 이미 글로벌로 상당한 인정을 받고 있습니다.

사실 오래 전 국제무대에서 정말 창피했던 일이 있었는데요, 1990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IAA(세계광고대회)에 참석했을 당시에요. 오프닝 세리머니 하는 첫날, 행사장 입구에 비치된 애드버타이징에이지(AdAge)를 보니 ‘한국은 광고 모방왕국’이라는 기사를 구체적 사례까지 들어가며 특집으로 내놓은 거예요. 망신도 그런 망신이 없었죠. 귀국 후에 방통위 주관 대책회의를 하면서 업계가 모방이나 저작권, 초상권에 소홀했던 점을 깊이 반성했어요. 그 일을 계기로 광고계가 완전히 바뀌었고 크리에이티브의 질도 획기적으로 좋아졌습니다. 물론 우리나라 광고 크리에이티브가 아직 최상급에 올라섰다고 얘기할 순 없겠지만 결코 글로벌 경쟁력에서 밀린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는 과거에 비해 ‘힘 있는 광고’가 사라져가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했다. 제일제당 다시다 하면 ‘그래, 이 맛이야’가 떠오르고 삼성전자의 ‘또 하나의 가족’, KTF 시절 ‘해브 어 굿 타임(Have A Good Time)’, ‘쇼(SHOW)’ 등 일관성을 갖고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가져가는 광고를 보기 어려워졌다는 것.

말씀을 듣고 보니 요즘은 딱 떠오르는 광고 캠페인이 없네요.

기본적으로 TV매체 광고가 줄어드니까요. TV 물량이라든지 비용이 온라인·모바일 쪽으로 옮겨가는데, 디지털 광고는 타깃을 세분화해서 여러 버전으로 쪼개 선보이고 소비자 반응을 보면서 리얼타임으로 수정, 송출하잖습니까. 그러다 보니 장기적으로 끌고 가는 캠페인을 진행하기가 더 어려운 상황이 된 거예요.

최근 접한 광고들 중에서 ‘아 이건 괜찮다’ 하는 사례는 없으세요?

현직에서 떠난 뒤 세세하게 잘 보지 않아 답이 어렵지만 굳이 꼽는다면 SSG닷컴의 ‘쓱’ 광고라고 할까요? 기업이나 브랜드가 갖는 어려운 과제를 잘 풀어냈다고 봅니다. 실제 SSG닷컴은 부르기도 어렵고 소비자가 기억하기도 쉽지 않은 이름인데 한 번에 쓱~하고 해결한 거니까요. 경쟁관계에 있는 수많은 쇼핑몰 중에서 차별점을 쉽게 쓱~ 어필했고요. 참 괜찮은 아이디어였던 것 같습니다. ▷관련기사: ‘쓱’ 광고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요새는 마켓컬리 광고가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새벽배송이라는 USP(Unique Selling Proposition)를 반복하면서 전지현의 세련되고 멋있는 라이프스타일을 잘 연결시킨 것 같아 나름대로 기억에 남습니다. ▷관련기사: 마켓컬리의 TV광고 물량공세, 이유 있었다

잘 만든 광고는 있어도 해외처럼 사회 이슈에 목소리를 내는 광고는 왜 보이지 않을까요? 젠더갈등이나 난민수용 같은 민감한 이슈를 터치하는 상업광고는 우리나라에선 전무합니다.

누구나 인정할 만한 보편적 가치, 예컨대 환경보호나 휴머니티를 말하는 브랜드는 많지만 시각이 갈리는 첨예한 이슈를 다루기는 어렵습니다.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라면 설령 상업광고에서 나와 다른 생각을 이야기하더라도 크리에이티브로 이해하기도 하고, 좋다 나쁘다 서로 담론 하는 기회로 삼을 수도 있는데 현재 우리나라는 너무 극단적으로 갈라져 있어요. 현실적으로 기업이나 브랜드가 광고적으로 예민한 이슈에 관여하는 것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죠. 앞으로도 쉽지는 않을 거라 봅니다.

*“프로는 자존심을 버릴 줄 알아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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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shishi3 2019-05-13 16:42:11
글로벌 광고발전에 헌신해 오신
광고 전문가~이시고 저는 이분이
CEO 중의 CEO 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