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20대에겐 짜증 나도 뼈 때리는 이야기가 필요해요”
“지금 20대에겐 짜증 나도 뼈 때리는 이야기가 필요해요”
  • 안해준 기자 (homes@the-pr.co.kr)
  • 승인 2019.05.14 15:37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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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헬스커뮤니케이션 전문가 유현재 교수, 30대 돌아보며 ‘인생독썰’ 펴낸 이유

[더피알=안해준 기자] 헬스커뮤니케이션 전문가가 20대를 향해 불쑥 ‘독설’을 날렸다. 서강대 지식융합미디어학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더피알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하는 유현재 교수가 그 주인공이다.

“요즘 자기계발서는 다 긍정적인 이야기만 하더라고요. 그래서 지금 청년들에게 뼈 때리는 이야기를 해주자 싶었습니다. 의도대로 잘 썼는지는 모르겠네요.(웃음)”

 
헬스커뮤니케이션 전문가. 금강기획과 제일기획에서 카피라이터로 7년간 광고를 만들다 유학을 떠나 미국 조지아대학 매스컴 스쿨에서 석사 및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3년간 루이지애나 주립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했고 현재는 서강대학교 지식융합미디어학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사진: 더피알 DB
헬스커뮤니케이션 전문가. 금강기획과 제일기획에서 카피라이터로 7년간 광고를 만들다 유학을 떠나 미국 조지아대학 매스컴 스쿨에서 석사 및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3년간 루이지애나 주립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했고 현재는 서강대학교 지식융합미디어학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사진: 더피알 DB

사실 유 교수의 커리어 궤적을 보면 ‘샌님’과는 거리가 멀다. 대학 졸업 후 국내 굴지의 광고회사에 입사해 카피라이터로 7년간 일했다. 지금도 성격이나 외형을 보면 꼼꼼한 학자 스타일이라기보다 크리에이티브한 광고쟁이에 더 가깝다.

그런 그가 30대 초반 무렵 유학을 결심하고 미국행 비행기에 올라탔을 땐 주변에선 ‘독설’이 쏟아졌다. 하지만 남들이 만류한 선택과 도전이 지금의 유 교수를 있게 했고, 13년간 대학 강단에서 헬스컴을 가르치게 한 원동력이 됐다.

요즘 20대는 졸업 후 진로의 선택 폭이 너무도 좁고, 직업을 찾기보다 직장인이 되기 위한 스펙 쌓기에 열중하는 경향이 크다. 팍팍한 현실이 대한민국 청년들을 위축되게 만들고 있기에 유 교수처럼 30대 나이에 새로운 도전을 하는 건 솔직히 말해 언감생심이다.

하지만 유 교수는 “일단 무언가 시작했다면 이것저것 재기보다 월급날을 잊을 정도로 (몰입해서) 해 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생독썰>이란 책을 통해 전국의 청년들에게 그가 하고 싶은 잔소리를 들어봤다.

헬스커뮤니케이션 담당 교수께서 건강한 소통 대신에 20대 자기계발서를 내신 이유는 뭔가요?

예전에 기회가 돼서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이라는 프로그램에서 강연을 한 적 있어요. 미디어와 건강에 관한 내용이었는데 거기서 이야기한 것들이 반응이 좋았는지 출판 제의가 오더라고요. 이왕 쓰는 거 20대 초반에서 후반까지 자신의 삶이 아직 결정 안 된 친구들에게 기존의 자기계발서와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책 쓸 때 ‘B급’이란 키워드를 하나의 콘셉트로 잡았어요. 요즘 B급 감성, B급 정서 이런 말 많잖아요. A급보다 아래로 여겨지기도 하고, 남들과 다른 길을 가는 것을 특이하게 바라보는 시선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B급이라도 “뭐 어때? 내가 좋아하는 걸 하며 사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원래 책 제목도 ‘Why Not?’(뭐 어때)이었요. 제가 젊은 시절 여러 선택을 할 때 가장 많이 썼던 말이기도 해요. “엘리트가 아니면 어떻고, A급이 아니면 뭐 어때?”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이런 이야기가 ‘독썰’로 잘 녹아들었는지는 모르겠네요.(웃음)

근데 요즘은 위로와 힐링 콘셉트가 아니면 자칫 ‘꼰대의 잔소리’로 치부되기 십상입니다. 그만큼 청년들의 심신이 힘들다는 방증이기도 하고요.

사실 그렇죠. 제가 쓴 책이 청년들이 듣기엔 거북할 수 있어요. 하지만 저는 직장생활 7년, 그리고 13년을 교수로서 학생들을 만났습니다. 양쪽을 경험한 사람으로서 긍정적인 이야기만 하는 게 아니라, 보는 사람은 짜증 나도 뼈 때리는(직설적이란 의미) 쓰고 독한 이야기를 하자고 생각했어요.

7년의 직장 생활 후 30대 초반에 유학길에 오르셨어요. 무슨 용기로 그러셨나요?

처음에는 휴식이 목적이었습니다. 7~8년 가까이 만만치 않은 광고 카피라이터 일에 조금은 지쳤었거든요. 다행히 사측에서 배려해줘서 유학길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주변 반응은 걱정 반 욕 반이었어요.(웃음) 30대 나이에 갑자기 유학을 간다니 다들 미쳤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제 삶의 쉼표와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바로 실행에 옮겼죠. 저를 가장 많이 걱정하는 사람인 어머니께서도 다행히 이해해주셔서 가능하기도 했고요. 후회한 적은 없습니다.

유학 시절 갑자기 헬스커뮤니케이션 분야로 전향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지?

사실 원래 2년 정도 공부하고 다시 복직하려고 했습니다. 휴직 상태였거든요. 근데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난 후 지도교수가 찾아왔어요. “이왕 하는 거 박사까지 도전해봐라, 왜 안 되겠냐”며 제의를 하시더라고요. 그 제의에 박사학위까지 따게 됐습니다. 고민도 많이 했지만 ‘뭐 어때(why not?)’라는 생각으로 도전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사실 인생의 진로를 정하는 데 특별한 건 없는 것 같아요. 누군가를 만나 자신의 운명을 의심 없이 받아들이고 결정할 수도 있는 거죠. 때론 저처럼 쉽게 쉽게 정할 때도 있는 겁니다.(웃음)

말씀은 그렇게 하시는데 일반적인 시각에선 좀 대단해 보이세요. 자기계발을 위한 현실적 조언을 해주신다면.

당시엔 저도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거기다 30대 나이였잖아요. 그래서 저만의 플랜을 짰어요. 예를 들어 내가 여러 조건과 정보를 알아보고 2주 뒤에는 무조건 정한다는 규칙을 세웠습니다. 결정한 후에는 뒤도 안 돌아보고 선택한 걸 진행하죠. 오히려 고민을 많이 한다고 좋은 선택을 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학생들에게 ‘어려운 결정은 어렵게 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해줍니다. 때로는 단순한 게 도움이 될 때도 많아요. 특히 20대 때엔 더 그렇죠. 너무 많은 조건을 살피다 제풀에 지치는 친구도 많이 봤습니다.

요즘 저희 세대는(참고로 기자도 20대) 밤새고 격한 업무는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고 봐서 가급적 피하려고 해요. 교수님께서 몸 담으셨던 광고 분야도 마찬가지고요.

실제로 당연히 고생하는 것도 있어요. 하지만 적어도 카피라이터와 같은 직종은 최소 3년 정도는 일하면서 노하우가 쌓여야 어디서 뭘 하든 써먹을 수 있습니다. 꼭 광고 분야가 아니더라도 말이죠.

그런데 1~2년 해보고 힘들어서 나가는 친구들이 많아요. 퇴근 시간도 늦고, 일도 어려우니까요. 저는 워라밸도 좋고 한데, 조금 불합리하더라도 힘든 걸 받아들여야 할 때가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때론 디지털 시대에서도 이렇게 아날로그적인 방식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자신의 일에 있어서 월급날을 잊을 정도로 해 볼 수 있어야 해요. 그러면 진짜 본인이 좋아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 겁니다. 반면 매일 퇴근 시간과 주말이 오기를 기다린다면 진로를 바꿔야 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자신에게 맞지 않는 일일 수 있어요.

그래서 그런지 유튜버와 같이 적성을 바꿔 새로운 도전을 하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그런 선택은 당연히 응원합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빨리 파악하고 진로를 결정하는 방법은 좋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충분한 준비와 현실적인 판단이 필요해요. 요즘 젊은 친구들에게 핫한 1인 크리에이터, 물론 거창하고 좋죠. 그러나 그 이면에 실패한 크리에이터가 얼마나 많은지 알아야 합니다. 자신이 하려는 일에 대해 충분한 투자와 공부도 하지 않고 눈에 보이는 결과물에만 집착하는 선택은 안 좋아요.

그렇다면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기 위해선 어떤 마음가짐이 필요할까요.

요즘 청년들은 남 신경 쓰지 말고 좀 더 나댔으면 좋겠어요. 자신의 꿈을 위해선 소위 ‘싸가지’가 좀 없어도 됩니다. 좋아한다고 생각되는 일을 발견했다면, 주변 사람 눈치 보지 말고 그냥 도전했으면 해요.

또 자기가 뭘 원하는지 캐치할 수 있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좋습니다. 누구 때문에 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자신이 만족하면서 그 일을 하는지가 중요합니다. 극도의 이기주의가 필요한 거죠.

예를 들어 공무원을 하고 싶어도 왜 그 일을 해야 하는지, 부모님의 설득에 떠밀려서 하는 건 아닌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어요. 가족·친구들 신경 쓰지 말고 본인이 만족하는 일인지 생각하고 선택하는 결정이 많아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더피알 독자인 20대 청년들에게 독썰을 남기신다면.

인생 선배이자 형의 마음으로 존댓말 대신 편하게 얘기할게요. “고민할 수 있는 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다. 뒷걸음질만 치다간 도망갈 곳이 없다. 30대가 되면 더 어려워져. 광고·홍보 등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성공했다고 불리는 선배들의 특징이 뭐냐고? 간단해. 그 일을 좋아했고 대체로 저녁이 없는 삶을 살던 사람들이라는 것. 다 누리면 좋겠지만 결국 선택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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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2019-05-15 14:41:18
댓글을 보니 다들 왜 이렇게 꼬여있나. 사회생활 안 해본 티남. 짜증나더라도 할 소린 해야겠다는 저자 의도는 통한 것 같다

지성 2019-05-15 14:28:10
인생 선배이자 형의 마음이라고 존댓말을 생략하는 게 바로 꼰대의 마음가짐입니다. 게다가 반말로 한 조언이 워라밸을 포기하라니 시대를 읽는 데 실패하신 것 같습니다.

최찬우 2019-05-14 23:17:11
20대 청년입니다. 세대와 시대를 썩 잘 이해하신 분은 아니신 것 같습니다. 도서 판매가 잘 될지 잘 모르겠네요. 젊은 세대로서 아쉬운 인터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