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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는 자존심을 버릴 줄 알아야”
“프로는 자존심을 버릴 줄 알아야”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9.05.15 16: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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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낙회 한국광고총연합회 신임 회장

▷“광고 40년 외길, 디지털 적응이 제일 힘들다”에 이어...

[더피알=강미혜 기자] 김낙회 회장은 제일기획 사장 시절부터 ‘블로그 하는 CEO’(admankim.com)로 유명했다. 블로그 소통은 ‘광고인 김낙회의 세상보기’란 이름으로 지금도 이어오고 있다.

김낙회는... 40년간 한 우물을 판 광고인이다. 서강대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1976년 제일기획 공채 2기로 입사했다. 광고기획팀장과 삼성비서실 임원, 부사장을 거쳐 2007년 공채 출신 첫 CEO직에 올라 2012년까지 제일기획을 이끌었다. 서강대 아트·테크놀로지 초빙교수로 있으며 지난 3월 한국광고총연합회 회장으로 취임했다. 사진: 성혜련 기자
김낙회는... 40년간 한 우물을 판 광고인이다. 서강대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1976년 제일기획 공채 2기로 입사했다. 광고기획팀장과 삼성비서실 임원, 부사장을 거쳐 2007년 공채 출신 첫 CEO직에 올라 2012년까지 제일기획을 이끌었다. 서강대 아트·테크놀로지 초빙교수로 있으며 지난 3월 한국광고총연합회 회장으로 취임했다. 사진: 성혜련 기자

시간을 쪼개 콘텐츠로 자기 공간을 꾸려가는 게 쉽지 않은 일인데, 회장님께 블로그는 어떤 의미인가요.

제가 해온 일이 커뮤니케이션, 즉 소통이잖아요. 그래서 소통의 폭을 넓혀 세상 이야기라든가 경영활동, 일상소재 등을 통해 사람들과 직접 대화 나누는 것이 좋겠다 생각해서 시작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조금 부실해졌어요.(웃음) 시간과 정성을 들여 쌍방으로 소통하는 게 정말 쉬운 일이 아니네요.

블로그에 ‘광고만 바라보고 살아온 김낙회’란 표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자부심이 느껴지더라고요.

한눈팔지 않고 40년간 오롯이 광고만 했으니 ‘애드맨 킴(adman Kim)’이라고 붙인 거죠. 다른 사람들도 다른 건 몰라도 광고만 바라보고 살아온 김낙회라는 점만은 인정해 줄 것 같아서요.(웃음)

수십 년간 커뮤니케이션 분야에 몸담아도 유독 이 업계는 전문가가 잘 대접받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광고뿐 아니라 홍보도 전문분야로 인식되기보다 ‘나도 할 수 있는 건데 안 하는 거야’하는 인식이 큽니다.

저는 가끔 광고하는 사람을 의사로 비유해요. 기업이나 브랜드가 갖고 있는 문제를 보면 암 3기, 4기처럼 심각한 경우도 있어요. 이때 정확한 진단과 처방이 필요합니다. 진단의 영역은 ‘왓 투 세이(what to say)’에 해당돼요. 문제를 정확히 진단해서 타깃과 콘셉트 등의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수립합니다. 그런 다음 처방을 위한 ‘하우 투 세이(how to say)’는 제작의 영역이지요. 문제 해결을 위한 전체적인 설계를 구상하고 실행하는 거죠. 광고 전략과 크리에이티브가 시너지를 잘 내야 치료 효과도 높아지는데 그 일은 전문가들이 제대로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근데 요즘 커뮤니케이션 분야에 관여하는 사람들이 조금만 해도 어느새 ‘나 전문가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요. 그런 점에 대해 시시비비를 따지자는 건 아니고 단지 업계 사람들, 실제로 일하는 종사자들끼리라도 서로의 분야만큼은 존중하고 인정하는 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김낙회 회장은 디바이스와 테크놀로지가 달라졌을 뿐 광고의 본질은 바뀌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는 이제 디지털 시대 광고에 대한 고정관념과 인식을 바꾸는 노력을 할 때라고 이야기했다. 사진 : 성혜련 기자
김낙회 회장은 "평생을 을(乙)로 살아왔다"고 하면서도 자신의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을의 비범함'을 이야기했다. 사진 : 성혜련 기자

요즘은 사회 모든 관계가 갑을(甲乙)로 정의되고 있습니다. 에이전시 종사자는 을로서 위상이 많이 하락한 것 같습니다. 이 부분에 대한 회장님 견해가 궁금합니다.

20년도 더 된 일이지만 아주 인상 깊었던 장면 하나가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일본에 신조문고(新朝文庫)라는 출판사가 있는데요, 그들이 문고판 100권 단행본을 제작하며 광고 촬영차 한국을 방문했을 때에요.

프리랜서 카피라이터와 아트디렉터, 광고주, 광고회사 담당자 네 명과 함께 저녁 식사하는 자리였습니다. 나이가 지긋한 광고주의 술잔을 먼저 채워주려 했더니 그 분이 하시는 말씀이 “노(No), 이또이 선생(카피라이터)이 먼저다. 일본에서도 굉장히 선망 받는 전문가시다”고 말씀하시더군요. 정말 나이와 소속을 상관하지 않고 전문가를 예우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때 그 팀이 ‘지식인의 여름휴가’라는 카피로 제작한 광고가 그해 말에 카피 상을 받더군요.

각자의 전문영역을 존중하고 인간적으로도 배려하는 모습에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던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클라이언트들도 멋진 결과물을 위해 같이 일하는 에이전시 파트를 고용관계가 아닌 파트너십으로 대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지난해 이른바 ‘물컵 사건’은 광고계를 넘어 사회 전체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업계 후배들의 고충을 접하며 김 회장은 “마음이 착잡했다”면서도 “클라이언트를 비롯한 다른 사람 이야기는 안 하는 게 도리고 그것을 평생의 신조로 삼아왔다”며 말을 아꼈다.

갑(甲) 비위 맞추기 싫다는 이유로 요즘 젊은층 사이에선 에이전시 기피 현상이 심해지고 있습니다. 개선을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저는 40년 동안 광고를 했으니 평생을 을로 살아온 격입니다. 요새 ‘인싸, 아싸’ 이런 얘기 많은데 스스로를 늘 아웃사이더라고 생각했어요. 좋은 학교를 나온 것도, 능력이 출중한 것도 아니었으니까요. 왠지 나는 늘 부족한 사람 같았어요. 어떻게 보면 열등감이죠. 그런데 그런 열등감이 저를 지금 이 자리까지 올 수 있게 이끈 것 같습니다. “김낙회 경쟁력하면 열등감!”(웃음) 실제로 그렇습니다.

생각해 보세요. 수많은 광고주를 만나고 설득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어려운 점이 많았겠어요. 매 순간을 지나며 해온 다짐을 은퇴 후 책으로 묶어냈는데 그게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지킬 것인가>입니다. 한 마디로 ‘을의 비범함’, ‘을로 잘 사는 법’에 관한 이야기에요. 자존심은 버리되 자부심만큼은 지키자는 겁니다. 프로가 그런 거잖아요. 상황에 따라 자존심은 굽힐 줄 알되, 일에서만큼은 자존감을 발휘하는 것. 잘못한 점에 대해선 잘못했다고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정말 자존감 있는 사람입니다. 잘못을 숨기는 건 헛된 자존심이죠.

결국 에이전시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어떤 인식을 갖느냐에 따라 달라져요. 어떻게 보면 FBI도, 로펌도, 맥킨지 같은 경영 컨설턴시도 다 에이전시에요. 을이죠. 근데 그들은 전문성에 대한 남다른 프라이드나 사명감이 있습니다. 커뮤니케이션 업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도 솔루션을 제공해주는 사람으로서 자부심을 가져야 해요. 남들이 뭐라 하든 나는 전문가라고 자기 최면을 걸어보는 거예요.

김낙회 회장은 특히 젊은 광고인들이 중앙 무대에서 클로즈업될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 성혜련 기자
김낙회 회장은 특히 젊은 광고인들이 중앙 무대에서 클로즈업될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 성혜련 기자

광고총연합회 중책을 맡으셨는데 앞으로의 계획은 어떠신가요.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잘 듣고, 수렴하고, 결집해서 광고 산업 활성화를 위해 정책적으로 제언할 건 무언지, 제도적으로 개선할 부분은 없는지 살피려고 합니다. 정부 유관 기관 관계자들과도 긴밀히 소통해야겠죠. 궁극적으론 광고 산업이 좀 더 활성화되는 데 조금이라도 힘을 보탰으면 좋겠다는 것이 첫 번째 목표입니다.

또 하나는 총연합회에서 하는 조사나 연구 등 발간사업, 글로벌 광고인재 양성을 위한 광고아카데미, 대학생광고대회, 대한민국광고대상 등 기존 사업을 좀 더 개선시켜 나갈 계획이고요. 특히 젊은 광고인들이 중앙 무대에서 활기차게 클로즈업 될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대선배로서 후배들에 전하고픈 이야기가 있다면.

‘광고는 죽었다’라고 하는데 저는 앱솔루틀리 노(Absolutely No)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광고는 죽지 않는다, 다만 영역이 넓어질 뿐이다’고 생각해요.

미국에서 텔레비전이 처음 등장했을 때 광고의 메카라고 불린 메디슨 애비뉴(Madison Ave.)에선 난리가 났었어요. 신문·잡지 광고, 포스터 등으로 먹고 살았는데 TV 때문에 시장이 다 고사할 거라는 암울한 전망이 많았습니다. 근데 결과는 어땠나요? 정보 전달 중심의 인쇄광고에서 이미지 중심의 영상광고로 가며 오히려 광고 시장이 훨씬 더 커졌어요.

마찬가지로 지금은 디지털이다 모바일이다 얘기하면서 광고가 다 죽었다 하는데 디바이스와 테크놀로지가 달라졌을 뿐 본질은 바뀌지 않습니다. 제품 가격과 디자인, 성능, 심지어 유통까지 다 비슷한 지금 시대에 차별화는 결국 광고적 아이디어에서 나옵니다. 그런 일은 광고인들이 잘 할 수 있는 일이지요.

이제는 (달라진) 광고를 광고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봐요. 디지털 시대 광고에 대한 고정관념, 나쁜 인식을 바꾸는 노력을 할 때입니다. 후배들이 용기와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제가 전도사 역할을 하겠습니다.(웃음)

마지막으로 창간 9주년을 맞은 더피알에도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어려운 시기지만 9년간 참 잘해왔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말 중에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이 있어요. 나날이 새롭게 변화하면서 더피알이 나날이 더 발전했으면 합니다. 지금처럼 커뮤니케이션 업계를 위해 등불이 되어주고 나침반 역할을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더피알도 더 광고해 주실 거죠?”

인저리 타임에 슬쩍 얹은 추가 질문에 ‘광고인 김낙회’는 큰 웃음으로 답변을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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