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지방선거에서 패배한 한나라당의 선거 결과를 놓고 책임 추궁이 뜨겁다. 당 대표와 대통령실장의 사퇴에 이어 총리는? 청와대 수석비서관은? 등으로 파장이 이어지며 ‘4말5초’의 세대교체론 마저 등장하고 있다. 주요 언론의 보도와 여론조사 등에서 나타난 피상적인 면만을 파악하고 보고하다가 정작 중요한 밑바닥에 흐르는 민심을 읽지 못한 죄일 게다.
지난 6월 2일 오후 1시경 서울 강남구의 한 투표소에 들어섰는데 아내가 하는 말 “아니, 젊은 사람들이 투표를 참 많이 하네요. 지난 번 대선 때처럼(노풍이 불었을 때)….” 이 예측은 저녁 6시 방송 3사의 출구조사 발표로 입증되었고 이어진 개표방송에서 확인되었다. 언론들은 이 바람을 일으킨 진원지 중 하나로 트위터를 비롯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의 활약을 꼽았는데, 유명인이나 일반인들이 트위터를 통해 팔로어들에게 투표참여를 독려했고 젊은 유권자들의 투표참여 열기가 고조되면서 15년 만에 가장 높은 지방선거 투표율과 함께 선거판세까지 뒤집는 이변을 연출한 것이다.
‘The PR’ 창간호에서 특집으로 기획했던 트위터(Twitter) 등 소셜미디어의 영향력이 정치에 까지 미쳤고 우리들 바로 눈앞에서 펼쳐지는 현상을 목격한 것이다.
선거판세 뒤집은 ‘침묵의 다수’
이러한 현상에 대해 M신문의 한 기자는 지방선거에 나타난 ‘침묵의 나선이론’을 인용해 설명했는데, 그럴 듯하다. 침묵의 나선이론은 독일의 노엘 노이만 교수가 제안한 커뮤니케이션이론으로 자신의 의견이 사회적으로 우세하면(주류이면) 자신의 의견을 더욱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반면, 소수라고 생각되면 침묵을 지키는 경향이 있다는 이론이다.
이번 선거와 관련시켜 보면 모든 언론들이 ‘천안함’이라는 주류 어젠더를 확대 재생산하는 동안 생각이 다른 소수들은 침묵하고 있다가 선거라는 분화구를 통해 그들의 의견을 표출시킨 것이다. 선거 직전의 여론조사 응답률이 20%였는데, 침묵을 지킨 80%가운데 상당수가 투표장을 향했으니 여론조사 결과와 커다란 차이가 날 수 밖에 없었고, 정부와 여당은 물론 정치 고수들조차 예측하지 못한 결과를 가져왔다는 분석이다.
프레이밍(Framing)이론, 혹은 틀짓기 이론이라고도 불리는 이 이론은 언론매체가 어떤 사회적 이슈를 보도할 때 특정부분을 강조하거나 축소 또는 배제함으로써 독자적인 관점을 구축하는 현상을 이론화한 것인데, 6.2선거에서 여당과 주요 미디어들이 천안함 사건을 안보 차원에서 많이 언급했지만, 이러한 북풍은 오히려 전쟁불안에 대한 공포로 이어져 젊은 층들은 민주당의 “전쟁이냐 평화냐?” 구호에 민감하게 반응했으며, 입대를 앞두고 있거나 군대에 갈 예정인 젊은이들은 물론 그들의 부모들까지도 안정과 평화를 원하는 민심을 투표에 표출한 것이다. 즉 이 이론에 대한 역효과가 나타난 것은 아닌지.
정보·문화·세대간 격차 스스로 깨야
21세기에 들면서 등장한 디지털 기술이 사회 구성원들 간의 격차를 확대시킨다는 정보격차 이론(Information Gap Theory)이 현실화되고 있다. 인터넷 사용에서 비롯된 이 현상은 향후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20, 30대 모바일족들과 스마트폰이 없는 스마트 폰맹족들과의 정보 격차, 문화 격차로 이어져 세대간의 격차(Generation Gap)를 형성할 것이다.
얼마 전 저녁자리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두 대학교수가 폰의 신기한 점과 편리한 점을 서로 자랑하며 소개하는 바람에 나머지 참석자들이 머쓱해지고 구매의욕을 부추긴 적이 있었다. 몇 년 전 모 대학교수로 있는 친구가 앞으로도 장장 30년을 더 살아야 하는데 벌써부터 인터넷이나 모바일 등을 포기하고 신세대들과 담을 쌓는다면 남은 인생이 더욱 삭막해 질 것이라는 충고를 한 적이 있다.
50, 60대 은퇴자나 컴맹, 스마트 폰맹 들에게 고하고 싶다. 돈 몇 푼 아끼려다 신세대들과 담쌓지 말라고. 그리고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모르는 것은 죄가 아니니 자식 같은 젊은이들에게 모르는 것은 묻고 배워서 남은 인생을 주눅들지 말고 열심히 후회 없이 살자고. 작가 이외수나 나이 든 CEO들도 트위터나 스마트폰 박사들로 인정받고 있는 것 보라고.
국가나 사회의 뉴미디어 도입정책에 따라 사회구조와 환경이 달라진다는 커뮤니케이션 정책결정이론이 있다. 다행히도 우리는 IT와 뉴미디어 도입이 빨라 방송과 통신 인프라가 잘 갖춰진 환경에서 살면서도 가끔씩 불편함을 얘기하지만, 이런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후진국들과의 격차는 날이 갈수록 확대될 것이다.
IPTV, 3D TV, 구글TV, 아이폰, 아이패드, 갤럭시폰이라는 용어들이 낯설지 않은 구세대들이 되어 보자. 50, 60대들이여! 컴맹, 스마트 폰맹 탈출을 위해 담뱃값, 술값을 아끼고 주머니 속의 비상금을 털어 인터넷 교육이나 스마트폰을 사는 데 투자할 의향은 없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