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위기 인사이트] 경찰 폭행 영상과 SNS 성지순례
[금주의 위기 인사이트] 경찰 폭행 영상과 SNS 성지순례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9.05.24 19: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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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에 공개, 확산되며 ‘여경 무용’ 논란 낳아
젊은층 중심 내제된 젠더갈등 기폭제로…‘눈치 없는’ SNS 이벤트 설화 키워

매주 주목할 하나의 이슈를 선정, 전문가 코멘트를 통해 위기관리 관점에서 시사점을 짚어봅니다.

'대림동 경찰 폭행'이란 제목으로 온라인상에서 확산되며 '여경 무용' 논란을 낳은 동영상. 화면 캡처
'대림동 경찰 폭행'이란 제목으로 온라인상에서 확산되며 '여경 무용' 논란을 낳은 동영상. 화면 캡처

이슈 선정 이유

온라인에 공개된 영상 하나로 젠더갈등이 불붙었다. ‘경찰 폭행’이란 사건의 실체보다 ‘여경 무용’이라는 자극적 해석이 난무하고 있다. 이 와중에 경찰청은 SNS 채널 홍보를 위해 2행시 이벤트를 진행해 성지순례를 당하고 있다. 새로운 사회문제가 된 젠더이슈, 그리고 여론을 읽지 못하는 홍보활동에 대한 깊이 있는 점검이 필요하다.

사건요약

지난 15일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대림동 경찰 폭행’이라는 제목의 동영상이 퍼져나갔다. 취객이 경찰관의 뺨을 때리며 난동을 부리는 과정에서 여성 경찰의 대응이 도마 위에 올랐다. 논란이 확산되자 구로경찰서(사건 발생지가 구로동이었음)는 원본영상을 공개하고 보도자료를 배포해 사실관계를 바로 잡으려 노력했지만 여전히 비판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21일 경찰청이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이용자 참여를 유도하는 [ㅇㅈ은 뭐다] 이벤트를 진행해 빈축을 샀다.

현재상황

젠더갈등과 막말분출의 기폭제가 돼버렸다. 단편적 장면에 근거해 ‘여경 무용론’을 주장하는 의견과 함께 조롱성 콘텐츠가 봇물을 이루는 상황. 비난을 견디다 못한 당사자 경찰관 2명은 악성 댓글을 작성한 네티즌들을 고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 페이스북에서 진행한 2행시 이벤트도 시쳇말로 ‘폭망’했다. 의도와 달리 해당 게시물 아래로 수백건의 악성 댓글이 달렸다.

주목할 키워드

젠더갈등, 공공소통, 온라인여론, SNS 이벤트

전문가

이재철 피알와이드 대표, 이종혁 광운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해당 사건 이후 진행된 경찰청 2행시 이벤트 게시물 아래로 달린 수많은 조롱성 댓글들. 화면 캡처
해당 사건 이후 진행된 경찰청 2행시 이벤트 게시물 아래로 달린 수많은 조롱성 댓글들. 화면 캡처

코멘트

이재철 대표 : 특수한 상황과 동떨어진 경찰청의 SNS 활동에 대한 문제를 지적할 수 있다. 기업에선 부정적 이슈나 위기가 발생하면 예정된 프로모션, 이벤트가 있다 해도 취소하기 마련이다. 해봐야 좋은 소리 못 들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경찰청은 일선 경찰에 대한 부정적 논란이 이는 시기에 계획된 온라인 이벤트를 그대로 진행해 댓글창을 ‘조롱의 장’으로 만들어버렸다. 관료적이고 기계적인 판단이 작용했다고 보인다.

조직의 커뮤니케이션 활동에 있어 역풍을 예상하지 못한다는 건 전략가 또는 위기관리 전문가가 없다는 방증이다. 물론 현재 논란이 되는 구로경찰서 이슈가 본청과 관련된 건 아니지만, 일반 공중은 경찰을 대표하는 조직과 일선 경찰을 일원화해서 바라볼 수밖에 없다. 젠더갈등으로 비화돼 온라인 공간을 뒤덮은 사태의 심각성을 경찰청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오히려 불필요한 논란을 더 키웠다.

조직은 페이스북 등 SNS 채널을 가벼운 소통 수단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 유사시엔 대변인으로서 기능해야 하기에 경찰청 역시 커뮤니케이션 측면에서 경찰청장을 대신한다는 생각으로 임해야 한다. 경찰청에서 운영, 관리하는 모든 채널은 일관된 하나의 목소리를 내야 하며 상황에 맞게 하나의 목소리로 변주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주지했으면 한다.

2행시 이벤트에 대해서도 첨언하자면 제발 분위기 파악해서 하시라. ‘우리는 우리 갈 길 가자’라고 말할 수도 있는데 정해진 길을 가더라도 역풍까지 고려한 전략에 근거해야지, 단순하게 생각하면 지금처럼 공연히 잡음만 일으킨다. 사회 분위기, 이슈 성격, 여론 동향을 파악해 할 것과 안 해야 할 것을 명확하게 리스트업해 놓아야 한다. 모든 말짓기 캠페인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상황과 맥락에 맞지 않는 말짓기는 또다른 말을 낳기에 경계하자는 뜻이다.

이종혁 교수 : 단순한 경찰 이슈가 아닌 우리 사회에 만연한 성(性) 갈등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 논란을 촉발시킨 해당 영상을 보면 경찰을 ‘여경’으로 분류하게끔 만드는 완벽한 프레임에 놓여 있다. 그 때문에 젊은층을 중심으로 내재돼 있는 성(젠더)갈등이 다시 한 번 폭발하는 계기가 됐다.

앞으로 젠더갈등은 세대갈등과 이념갈등 못지않게 개개인의 일상을 파고들어 공동체를 분열키는 사회문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정 부처, 기관만의 문제로 치부할 게 아니라 저출산, 고령사회와 마찬가지로 국가적 선결과제로 삼고 하루라도 빨리 정책적으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젠더갈등을 특히 더 심각한 문제로 보는 건 우리 사회를 이끌어갈 10대, 20대 사이에서 첨예한 대립 양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세대갈등은 세월이 가면 세대가 바뀌면서 자연히 치유될 가능성이 있고, 양극화에 따른 경제적 갈등은 오랫동안 다듬어온 여러 정책으로 보완해가고 있지만 젠더갈등은 준비가 하나도 안 된 전혀 새로운 의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부 차원에서 현상의 본질을 정확하게 짚어 젠더갈등을 사회적 갈등 조정을 위한 주요 과제로 삼아야 할 것이다.

공공소통에 있어 ‘성인지 감수성’의 중요성도 절대 간과해선 안 된다. 모든 정책홍보와 공공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기획, 진행함에 있어 성차별이나 갈등을 촉발할 수 있는 요소가 없는지 세밀하게 검토해야 한다. SNS 활동도 평소 이용자(국민)와의 관계 증진을 목적으로 하더라도 사회적 맥락을 제대로 파악한 상태에서 이뤄져야 한다. 가령 경찰 이슈가 생기면 경찰청 공식 페이스북은 방문 가능성이 높은 제1의 채널이 되니 이슈관리 차원에서 접근하고 운영해야 한다.

문제의 본질은 아니지만 경찰청의 SNS 이벤트(2행시 짓기)의 경우 실무적 판단이 아쉽다. 소통을 전략적 관점에서 하지 못했다. 게다가 부적절하다고 판단한 듯한 일부 댓글을 삭제해 부정적 반응을 키웠다. 대응 자체가 세련되지 못해 불필요한 논란을 낳았다는 점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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