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는 괄목 성장, 홍보는…”
“한국 경제는 괄목 성장, 홍보는…”
  • 강주영 (kjyoung@the-pr.co.kr)
  • 승인 2010.06.24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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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인터뷰]PR 석학 칼 보탄 교수

‘어떻게 PR해야 성공할까.’ ‘커뮤니케이션을 잘 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진정한 PR인이란?’… PR인들의 공통된 고민이다. 그러나 해결책을 찾기란 쉽지 않다. 어디서든 속 시원한 대답을 얻어내긴 어렵다. 세계 PR학계 거장으로 알려진 칼 보탄(Carl H. Botan) 미국 조지메이슨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가 지난 6월 21일 서강대 마태오관 리셉션홀에서 ‘통합적 커뮤니케이션 경영, PR 3.0을 겨냥하다’란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 참석했다. 이날 ‘전략적 커뮤니케이션과 PR(Strategic Communication and Public Relations 2010)’에 대해 강연해 70여명의 참석자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세미나에 앞서 보탄 교수와 PR 및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부드러운 인상과 다정한 말투를 넘어 자신감 넘치는 강렬한 눈빛에 ‘PR계 권위자’다운 카리스마가 느껴졌다.

강주영 기자


“PR is strategic communication.”
보탄 교수는 “PR은 곧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이라고 했다. PR은 커뮤니케이션의 한 부분으로 대중과의 ‘소통’이란 목표 아래 전략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얘기다. 요즘 같은 정보화 시대에서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의 영역은 상당히 넓다. PR 외에도 마케팅이나 정치 커뮤니케이션, 건강 캠페인(Health Campaigns), 공공외교(Public Diplomacy) 등을 포함한다. 보탄 교수는 특히 PR하는 데 있어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한국 기업과 PR인들이 이에 대해 알길 희망했다. 이번에 한국을 찾은 목적도 여기에 있었다.

커뮤니케이션 잘 해야 기업이 산다

“Organizations are the product of the process of communication. By that I mean that all human organizations exist because there was communication between people that allowed agreement on goals, division of labor, and the like.”

보탄 교수에 따르면 조직은 커뮤니케이션 과정의 산물로, 모든 조직은 공동의 목표를 추구하는 사람들끼리 커뮤니케이션하기 때문에 존재한다. 다시 말해 조직원들 간 커뮤니케이션이 잘 돼야 기업이 산다.

“커뮤니케이션 없이 기업은 돌아가지 않는다”고 밝힌 보탄 교수는 “일부 기업은 여전히 PR을 언론 매체와 관계를 형성, 유지하는 작업이라거나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광고 효과를 거두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PR은 그 이상이다. 간단해 보이지만 어려운 작업으로, 클라이언트가 대중과 제대로 소통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라고 PR에 대해 정의했다.

보탄 교수는 “한국 문화는 미국 문화와 다르기 때문에 한국 PR의 현주소를 조명하고 이에 대해 조언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한국이 그동안 경제적으로 성장한 데 비해 홍보에 있어서만큼은 여전히 성장 초기 단계인 것 같다”고 평했다.

그는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최고경영자의 역할’을 꼽고 그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모든 기업이나 조직의 최고 PR담당자(CCO)는 최고경영자나 회장처럼 단체를 대표하는 사람이다. 이들은 고객과 경쟁사, 정부, 주주 등과 소통하는 주요 인물이기 때문에 최고 PR 담당자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의 최고경영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그들의 주요 업무 중 하나가 PR 관련 업무로, PR에 관여하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는다는 것. PR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대표자가 PR에 신경을 써야한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부분이다.

보탄 교수는 “한국의 많은 경영자들이 PR에 대해 매일 같이 고민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들은 리더십을 바탕으로 PR 담당자들과 소통해야 하며 직원들로부터 신뢰를 얻어야한다. 이것이 리더의 자질”이라며 “PR 담당자들 역시 직원들과 내부적으로 원활히 소통해야한다”고 조언했다.

CEO가 PR에 신경 써야 신뢰 얻어

“PR trend is certainly toward more use of social media but the value of these is hard to calculate. PR is always about publics so you start effective social media work the same way you start any other effective PR, by hiring someone who understands publics. A good PR person can learn social media but a good social media person may never understand what PR is about since they do not tend to understand publics strategically.”

최근 전 세계에 불어 닥친 ‘소셜미디어 PR 열풍’에 대한 질문에 보탄 교수는 자신을 소셜미디어 전문가가 아니라고 밝히면서도 “소셜미디어가 일종의 PR 트렌드로 여겨지고 있지만 그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 측정하기 어렵다”고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때때로 소셜 네트워킹 사이트의 방문자 수가 소셜미디어 PR 효과를 측정하는 데 사용되지만 이는 정확한 측정 기준이 될 수 없다고.

방문자가 누구인지, 방문 목적은 무엇인지 등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는 데다 한 방문자가 한 사이트에 여러 번 방문했을 수도 있고 잘못 찾아와 방문자 수를 높일 수 있기 때문. 해당 사이트가 방문자에게 원하는 정보를 어느 정도 제공했는지에 대해서도 알아내기 어렵다는 점 등도 그 이유에 속한다.

따라서 소셜미디어를 기업 PR에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각 매체의 특성을 잘 알아야하며, 이에 앞서 대중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는 게 그의 의견이다. 이를 위해 소셜미디어 전문가의 영입도 고려해볼 사안. 단, PR 담당자가 소셜미디어를 배울 수는 있으나 소셜미디어 전문가가 PR에 대해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소셜미디어에 강한 PR인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주문이다. 반면 소셜미디어는 PR의 도구일 뿐 여기에만 너무 집중하지 말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PR업계에 소셜미디어 혁명이 일어난 데는 아이폰을 내놓은 애플(Apple)의 영향도 크다.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사내 정보를 외부에 알리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애플은 아이폰 4G의 출시를 앞두고 새 스마트폰에 대한 정보 유출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지만, 지금껏 정보 보안에 크게 신경 쓰는 기업으로 알려졌다. 정보가 밖으로 새나가는 것을 원하지 않아 언론 등 외부 접촉에 지극히 배타적인 애플의 태도는 대중과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하지 않는 것으로도 분석된다.

이와 관련해 보탄 교수는 “애플에 대해 자세히 연구해보지 않아 뭐라 설명하기 어렵다”고 말을 아끼면서도 “애플은 자사 정보를 대중에게 잘 공개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지만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에 대항할 만한 자리에 올랐다. 마이크로소프트에 적대적인 소비자들의 마음을 잘 이끌고 있는 것 같다. 포지셔닝에 성공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전략적 커뮤니케이션 필요

“A good PR person is one who works to understand publics first and foremost. And a PR person must understand their own organization and be able to explain how PR contributes in terms the organization can understand.”

보탄 교수는 PR인이 갖춰야할 덕목으로 ‘대중에 대한 이해’를 우선으로 꼽았다. PR인들은 주로 대중을 상대로 일하기 때문이다. 이밖에 자신이 속한 조직과 자신의 업무에 대해서도 정확하게 이해해야 한다는 점을 잊지 않았다.
끝으로 그는 “한국이 세계 무대에서 존경 받는 위치로 빠르게 이동할 것이라 생각한다”“기업 홍보 외에도 마케팅이나 정부, 공공기관 등 다양한 PR 영역 속에서 전략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보탄 교수의 한국 방문은 이번이 두 번째. 지난 2007년 서강대 홍보아카데미가 같은 주제로 개최한 전략적 커뮤니케이션 관련 세미나에 처음 참석한 바 있다. 그는 “친절한 한국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받았다”“한국 음식을 좋아한다. 여느 미국인들과 마찬가지로 불고기와 너무 맵지 않은 비빔밥을 특히 더 좋아한다”고 한국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이번 세미나를 성공적으로 마친 보탄 교수는 다음날인 6월 22일 싱가포르로 향했다. 국제커뮤니케이션협회(International Communication Association)가 주최하는 컨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그는 싱가포르에서 전략적 커뮤니케이션과 지구 온난화에 대한 사회적 이슈에 대해 논의할 예정. 한국에서의 강연 시간이 20여분 밖에 되지 않았던 점을 아쉬워하며 한국 PR인들과 다시 만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길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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