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건설은 왜 서울신문 지분을 인수했나?
호반건설은 왜 서울신문 지분을 인수했나?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9.06.25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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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소유 19.4% 전량 매입, 공영신문사에 민간 오너기업 손 뻗어
노조 강한 반발, “끝내는 경영권 쥐려 할 가능성 크다”
공영신문사인 서울신문 지분 19.4%를 호반건설이 인수했다. 출처: 서울신문

[더피알=강미혜 기자] 호반건설이 서울신문 3대 주주가 됐다는 소식이 언론계 화제다.

정부지분과 사원주 위주의 공영신문사에 민간 자본이 대거 들어갔다는 점에서 실제 지분율 그 이상의 의미심장한 변화라는 해석이 나온다. 갑작스런 지배구조 변동에 서울신문 노조를 비롯한 조합원들은 공동 성명서를 내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호반건설은 25일 포스코가 보유한 서울신문사 지분 19.4%를 전량 매입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호반건설은 기획재정부(30.49%)와 우리사주조합(29.1%)에 이어 3대 주주로 자리하게 됐다.

포스코 입장에서 서울신문은 일종의 ‘계륵’이었다. 공기업이었기에 서울신문 민영화 과정에서 정부 우호주로 지분을 인수했지만 배당 등 주주로서 실익은 사실상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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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의 영업수익 개선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2018년 10월 정기평가에서 “신문광고 시장의 매력도 저하와 업계 내 높은 경쟁강도 등을 감안할 때 영업수익성 개선은 용이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현금창출 능력 대비 차입부담은 과중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한 바 있다.

실제 서울신문은 올해 1분기에도 매출 150억원에 15억원 가량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이와 관련, 서울신문 고위직을 지낸 언론계 한 중진은 “포스코는 서울신문 지분을 인수할 필요가 없었던 회사다. 정부가 증자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떠안게 된 측면이 있다”며 “포스코는 늘 (서울신문을) 정리하고 싶어했는데 이번에 호반과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팔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신문 지분구조 

서울신문 홈페이지 게시 그래프 활용 

그렇다면 호반건설은 당장의 주주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서울신문에 왜 투자했을까.

호반건설 측은 “중장기적인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매입을 결정했다”고 밝히지만 언론계 안팎에선 “언론 파워를 소유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입을 모은다.

서울신문은 정부가 지분을 보유한 유일한 신문사로, 발행부수에 비해 정부와 지자체, 주요 공공기관 등의 구독률이 높다는 특수성이 있다.

한 중견 기자는 “기본적으로 건설업은 정부 정책 및 규제에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에 대관 등을 중시한다”며 “호반이 서울신문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다 해도 주주로서 간접적 영향력은 행사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 대관 접촉이나 유사시 보호막으로서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기자는 “지금은 호반이 경영권을 행사할 수 없는 수준의 지분율이지만, 공적 성격의 신문사에 민간으로서 처음으로 지분참여를 한 이상 주요 주주로 부상할 가능성은 열려 있다”며 “그렇게 되면 서울신문 경영방침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봤다. 

사장 선임 등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서 캐스팅보트가 될 수도 있다. 이런 그림이 현실화될 경우 신문사 경영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클 수밖에 없다. 

서울신문 구성원들도 이 점을 우려하고 있다.

서울신문 노조와 11기 우리사주조합은 긴급성명을 통해 “호반건설사가 20%도 채 안 되는 언론사 지분만 갖고자 자금을 투자할 이유는 없다”며 “포스코를 시작으로 기획재정부나 우리사주조합, KBS 등 나머지 지분을 매입해 끝내는 경영권을 쥐려 할 가능성이 크다”고 반발했다. 

아울러 “호반건설이 구성원들의 뜻과 무관한 공격적 M&A를 이어간다면 서울신문에 어떤 혼란이 생길지는 불 보듯 뻔하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신문 편집국 한 기자는 “호반건설 인수 소식에 어리둥절할 뿐”이라며 “직원들 특히 노조는 멘붕이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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