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크리에이터 교육 현장 속으로
장애인 크리에이터 교육 현장 속으로
  • 안해준 기자 (homes@the-pr.co.kr)
  • 승인 2019.06.28 16: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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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 깨는 도전 돕는 용산장애복지관
전국서 문의…1기 프로그램 시작, 인권 교육도 병행
참가자들, 스스로 촬영하고 콘텐츠 제작 “어렵지만 재밌어요”

[더피알=안해준 기자] 영상을 편집해 올리고 자신을 좋아하는 구독자와 실시간으로 소통하고 의견을 공유한다. 영상 전문가나 방송사가 아닌 개인이 자유롭게 원하는 콘텐츠를 제작하고 업로드하는 1인 미디어의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1인 미디어 트렌드에 장애인들도 과감히 뛰어들었다. 구립 용산장애인복지관이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1인 크리에이터 양성 교육 프로그램을 개설한 것. 편견을 깨고 온라인에서 ‘크리에이터’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남들과 똑같이 세상과 소통할 준비를 하고 있다.

교육생 장성빈(가운데)씨가 강사와 함께 직접 영상을 편집하고 있다.
교육생 장성빈(가운데)씨가 강사와 함께 직접 영상을 편집하고 있다.

동영상 편집 경험자로서 교육생들이 수업을 잘 따라갈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비장애인도 다루기 어려운 프리미어 편집 프로그램을, 그것도 영문 버전으로 이용하기엔 무리가 있을 것이란 걱정이 있었다. 게다가 편집 작업은 정말로 ‘노가다’에 가까운 인내를 요한다.

하지만 이는 기자의 편견이자 기우였다. 참가자들은 강사의 설명을 듣고, 휴대폰으로 영상까지 찍으면서 내용을 익히는 데 여념이 없었다. 누가 들어오건 말건 자신이 원하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초집중 모드였다.

“매주 목요일과 금요일, 하루에 많게는 3시간 수업을 진행한다”는 복지사의 말에서 그들의 열정을 확인할수 있었다. 올해 처음 1인 크리에이터 교육이 시작됐지만, 서울뿐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참가 문의가 들어왔을 정도라고. 바쁜 ‘유튜브 선배’들의 스케줄에 맞추기 위해 인터뷰 전 간단한 프로그램 설명을 강한별 복지사와 서왕지 강사에게서 들을 수 있었다.

교육을 진행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신청자도 꽤 많았을 것 같은데요.

강한별 복지사(이하 강 복지사) 하루는 장애인분들을 보니 스마트폰으로 유튜브나 SNS 등을 통해 콘텐츠를 자주 보더라구요. 어떤 분은 이미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홍보하기도 했습니다.

복지관에서도 이런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는 사업을 진행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기획하게 됐어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사업 지원을 받고 발달장애인권익지원연대와 연계해 홍보했어요.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문의 전화로 관심을 보이셨어요. 현재 교육생 중에는 전북 전주와 강원도 원주에서 오시는 분도 계세요.

교육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요.

강 복지사 크게 미디어 교육과 인권 교육으로 나눠 진행하고 있어요. 미디어 교육은 영상촬영, 편집 등과 같은 기술적인 내용이고요, 인권 교육은 대인관계 맺는 것을 어려워하는 장애인분들을 위한 겁니다. 온라인에서 맞닥뜨리는 다양한 상황별 대처 방법 등을 심리지원센터의 도움을 받아 진행하고 있어요.

서왕지 강사(이하 서 강사) 교육생들이 남들과 똑같이 영상을 편집하고 올리면서 즐거움을 느끼게 만들자는 목표로 진행하고 있어요. 촬영은 휴대폰을 통해 찍고 있습니다. 다만 교육생마다 내용을 이해하는 속도가 달라 수업 진도를 맞추는 게 어려워요. 그래서 온라인 카페에 직접 찍은 강의 영상을 올리면서 진행하고 있어요.

교육시 특별히 초점을 두는 부분이 있을까요.

강 복지사 발달장애인 스스로가 영상을 촬영하고 자신을 표현하는 콘텐츠는 적은 편이에요.

그래서 발달장애인만을 위한 콘텐츠를 통해 온라인에서 당사자들끼리 정보를 공유하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어요. 나중에 비장애인 역시 이 콘텐츠를 접했을 때 그들의 일상 그대로를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서 강사 사실 우리 사회에서는 아직 장애인분들을 위한 이런 프로그램이 많지 않아요. 교육생들이 비장애인들처럼 SNS에 자신을 표현하고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게 된다면 그걸로도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편집 수업을 듣고 있는 교육생들
편집 수업을 듣고 있는 교육생들

별도로 인권 교육을 하시는 이유는 뭔가요.

강 복지사 발달장애인을 위한 콘텐츠를 구성하는 만큼 자기 이야기를 표현하는 것은 물론 타인의 이야기도 경청하는 방법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봤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는 것 자체를 꺼리는 교육생들이 있었어요. 목소리로만 출연하고 싶어 했죠. 하지만 다행히 지금은 인권교육 수업이 진행되면서 생각을 바꾸시고 받아들이는 분들이 많아졌습니다.

사회 인식 개선을 위해 준비하고 있거나 진행 중인 또 다른 프로그램이 있다면요.

강 복지사 2017년부터 장애인식 개선 강사 육성사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장애인 당사자들이 직접 강사로서 예술과 인성교육 등의 분야를 가르치면서 장애에 대한 사회 인식 개선에 앞장서는 프로그램이죠.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가 주체가 되어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그램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해 주신다면요.

강 복지사 교육생들이 직접 생각을 자신 있게 표현하고, 타인의 생각과 문화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계속 지원할 예정입니다. 발달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줄이고 비장애인과 말하는 ‘보통의 일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말이죠.

서 강사 올 12월쯤에는 교육생들이 만든 작품을 통해 발표회를 열 예정이에요. 그때까지 본인들이 원하는 영상을 완성하는 게 목표입니다.  

(왼쪽부터) 1인 크리에이터 교육생 서경석, 장성빈, 송가희씨
(왼쪽부터) 1인 크리에이터 교육생 서경석, 장성빈, 송가희씨

선생님들의 설명을 들은 후 곧장 인터뷰에 응한 교육생들을 마주했다. 서경석, 송가희, 장성빈씨가 그들.

“저는 이미 유튜브 계정이 있어서 구독자를 늘리고 편집 실력을 쌓으려고요.”

“지치지 않고 새로운 것들을 계속 도전해 보려고요.”

“수업을 듣기 위해 어머니와 함께 매주 전주에서 올라와요.”

매번 말로만 유튜브 시작해야겠다고 한 스스로가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수업 도중 시간을 내준 예비 유튜버 삼총사는 별도의 인터뷰실에서 기자에게 자신이 생각한 아이디어와 생각을 여과 없이 쏟아냈다.

단순히 재미를 위한 것이 아닌 진짜 좋아하는 분야에서 자신을 마음껏 표현하는 ‘크리에이터’에 도전 중이다. 구독자와 소통하기 위해 내세운 그들만의 킬러 콘텐츠는 무엇일지 궁금했다.

안녕하세요! 다들 개성이 넘쳐 보이세요. 한 분씩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서경석(이하 서) 안녕하세요. 용산구에 사는 서경석이라고 합니다. 저는 이미 유튜브를 하고 있어요. ‘잠만보’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입니다.

송가희(이하 송) 저는 마포구 송가희입니다. 꿈을 위해 계속도전하고 있어요.(웃음)

장성빈(이하 장) 저는 전라북도 전주에서 온 장성빈이라고 해요. 판소리를 전공하고 있습니다.

이미 유튜브를 하고 계신 분도 계시네요. 어떻게 교육에 참여하게 되신 거예요?

서 저는 걸그룹 관련 유튜버로 활동하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촬영이나 편집을 해야 하는데 더 잘하고 배우고 싶어서 신청하게 됐어요. 브레이브걸스의 팬입니다.(웃음)

송 사실 저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었어요. 그러다가 대도서관과 같은 유튜버들의 영상을 보면서 나도 배우면 비장애인들처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새로운 도전을 계속하고 싶어서 지원하게 됐어요.

장 저는 어렸을 적부터 다양한 방법으로 판소리를 알렸어요. 그래서 제가 하는 판소리를 영상을 통해 알릴 수 있을 것 같아 신청하게 됐어요. 매주 전주에서 올라와야 하지만 힘들지는 않아요.(웃음)

이제 교육을 10회 정도 진행했다고 들었어요. 지금 까지는 어때요? 어렵진 않나요?

서 재밌어요. 다만 영상과 목소리의 싱크를 맞추는 게 어려워요.

송 아직까진 전체적으로 무난한데 앞으로가 걱정이에요.(웃음) 편집이나 이런 부분을 엄청 뛰어나게 하지는 못할 것 같지만, 그래도 도전해 봐야죠!

장 편집 프로그램을 사용할 때 용어가 생소해요. 그래도 다른 교육생분들 덕분에 재밌어요. 한번은 휴대폰을 사용해 서로를 슬로우모션으로 찍어줬는데, 너무 웃겨서 더 재밌었어요.

서경석씨는 교육 전부터 꾸준히 유튜브 활동을 하고 있다.
서경석씨(가운데)는 교육 전부터 꾸준히 유튜브 활동을 하고 있다.

각자 만들어 보고 싶은 콘텐츠가 있을 것 같아요.

송 여행 영상을 생각하곤 있지만 사실 아무거나 상관없어요. 다방면의 영상을 만들고 싶어요. 지금도 다른 비장애인들은 여행, 맛집 투어, 게임 등등 다양한 분야의 콘텐츠를 만들잖아요. 저도 노력해서 그렇게 하고 싶어요.

서 저는 여행에 관련된 영상을 만들어 보려고요. 여행을 좋아해서 카메라고 찍으면서 돌아다니고 싶어요. 벌써 친구들과 여행 계획을 짜고 있어요.

장 (메모한 휴대폰을 꺼내면서) 저는 1인 콘텐츠에 판소리를 재미있게 해석해서 알리고 싶습니다. 또 남원이나 곡성처럼 판소리의 고장을 소개하고 투어하는 영상도 만들 겁니다. 아, 또 판소리 명창들의 동상 앞에서 그들과 가상 인터뷰도 진행하고 싶어요.(웃음)

유튜브는 대개 자신의 얼굴을 드러내고 하잖아요. 아직까지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어렵거나 불편하진 않으세요.

송 예전에는 싫었어요.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을 멀리하게 되고 제 얼굴을 드러내는 것이 불편했죠. 하지만 최근에 유튜브를 배우고 활동하게 되면서 다시 활발한 모습으로 변한 것 같아요. 우리도 비장애인처럼 똑같이 할 수 있다는 걸 말해주면서 사회 인식을 바꾸고 싶어요.

서 제가 운영하는 유튜브는 주로 녹화방송이 올라가는데요. 다행히 댓글이나 악플이 많진 않아요. 가끔 영상을 공개하면 안 좋은 말을 하는 분도 있지만,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해서 지금은 괜찮아요.

장 저는 초등학교 때부터 국악한마당이나 다큐멘터리에 출연했어요. 소리꾼이라는 장르 자체가 대중 앞에 자연스레 얼굴을 드러내야 하고, 발음으로도 어떤 사람인지 한눈에 알 수 있죠. 자격지심이 있다면 무대에 설 수 없어요. 그래서 항상 긍정적인 에너지로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노력해요.

유튜브 선배님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저도 의욕이 막 넘치네요.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송 저는 소위 인플루언서가 되는 것을 목표로 삼았어요. 콘텐츠를 만들고 광고도 어떻게 할지 계속 생각해 볼 거예요. 앞으로 계속 나아갈 기회로 생각하고 도전할 거예요.

장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면서 다양한 사람들이 전통음악과 국악을 더 사랑해주셨으면 좋겠어요. 판소리를 재밌게 알리고 싶어요.

서 제 유튜브의 구독자를 더 많이 늘리고 싶습니다.(웃음)

7인의 크리에이터 교육생들과 관계자들
7인의 크리에이터 교육생들과 관계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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