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스타일을 기획한다는 것
라이프스타일을 기획한다는 것
  • 원충렬 (maynineday@naver.com)
  • 승인 2019.07.11 14: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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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텔링1+1] 일부 이미지 캡쳐 넘어 ‘왜’에 대한 해답 제시해야
무인양품이 선보인 마이크로 하우스 ‘무지 헛’(MUJI HUT).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더라도 외형적 스타일 베끼기가 아닌 사람들이 왜 그렇게 살고 싶은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사진=일본 무인양품 홈페이지
무인양품이 선보인 마이크로 하우스 ‘무지 헛’(MUJI HUT).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더라도 외형적 스타일 베끼기가 아닌 사람들이 왜 그렇게 살고 싶은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사진=일본 무인양품 홈페이지
브랜드텔링 1+1이란.. 
같거나 다르거나, 깊거나 넓거나, 혹은 가볍거나 무겁거나. 하나의 브랜딩 화두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과 해석. 

[더피알=원충렬] 영화 기생충을 개봉 첫날 관람했다. 영화가 시작되기 전의 설렘은 자리에 앉자마자 사라졌다. 무슨 바람인지 그날따라 일반관이 아닌 프리미엄 상영관을 예약했는데, 하필 정중앙의 맨 앞자리를 선택했다. 맞다. 내 실수다. 극장 맨 앞자리에서 제대로 영화를 볼 기대를 했다니.

물론 나름의 이유는 있었다. 그곳은 이른바 최상의 안락함과 최고의 관람환경을 제공한다는 곳이고, 심지어 선택할 수 있는 좌석 자체가 몇 개 안 된다. 그러니 설마 맨 앞자리라고, 일반 상영관처럼 시야각이 엉망일 거란 생각은 하지 못했다. 리클라이너 의자를 최대한 뒤로 젖힌 채 배우들의 콧구멍을 보고 있는 기분을 느끼며 영화를 보게 될 줄은 몰랐던 것이다.

덕분에 영화의 대화 씬(scene)에서는 고개를 좌우로 돌려가며, 마치 옆자리에 앉아있는 것 같은 놀라운 몰입감을 경험하긴 했다.

분명 그 상영관은 영화관람 문화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선사하겠다는 목적으로 문을 열었을 것이다. 그래서 굳이 좌석수를 줄이고, 그만큼 티켓 가격도 높이고, (불 꺼지면 안 보이는) 인테리어도 고품격으로 했을 것이다.

내가 실망스러웠던 건 ‘극장’을 업(業)으로 삼는 곳에서 제안하는 프리미엄이 겉치레로 채워졌다는 느낌 때문이다. 아무리 편한 의자에 슬리퍼를 제공하고 웰컴 드링크를 주더라도, ‘관람환경’이라는 본질적인 것이 제대로 충족되지 못한 경험은 가치가 없다.

그러한 선별된 경험을 주고자 했던 공간이라면 시야각이 엉망인 좌석은 빼버리는 게 맞다. 극장에서의 영화관람이라는 행위에 있어, 누워서 보는 편안한 자세나 스마트폰 충전 따위가 영화로의 완벽한 몰입감의 가치보다 우선할 수는 없다.

나는 어떤 라이프스타일을 브랜드에 녹이는 기획이 결국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앞서 언급한 프리미엄 상영관이라면, 정말로 영화를 보는 취향이 (이를 어떻게 정의할지는 모르겠지만) 고급스러운 사람의 관람 방식에서 나와야 한다. 아마도 그 사람은, 맨 앞자리에 앉아 스크린을 보자마자 바로 상영관 밖으로 나올 것이다. 투덜대면서도 끝까지 보고 나온 나와는 다르게.

독서가 일상의 삶으로 더 확장되는 커뮤니티를 서비스하는 브랜드라면, 실제로 그렇게 잘 살아가고 있는 사람의 삶이 브랜드에 녹여져 있어야 한다. 또한 미니멀라이프를 추구하는 브랜드라면, 마찬가지로 미니멀리스트의 삶이 브랜드를 구성하는 요소들이고 제품이나 서비스의 시나리오일 것이다. 그래서 어쩌면 그 누군가의 삶을 카피한 것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가 아닐까하고 생각하게 된다. 정말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을 카피해서 제품과 서비스에 페이스트한 브랜드는 꽤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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