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때문에 사과한 충주시, ‘SNS 줄타기’는 늘 어렵다
사과 때문에 사과한 충주시, ‘SNS 줄타기’는 늘 어렵다
  • 조성미 기자 (dazzling@the-pr.co.kr)
  • 승인 2019.07.11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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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토크] 충주사과 홍보하려다 영주사과 시위 유발
고군분투하는 SNS 담당자들의 공통적 고민
충주시 유튜브에 올라온 사과문.
충주시 유튜브에 올라온 사과문.

[더피알=조성미 기자] 충주시의 유튜브 채널에 지난 10일 사과문 하나가 올라왔다. SNS 담당자가 충주사과를 홍보하는 과정에서 영주사과를 깎아내린 것이 문제가 됐기 때문이다. 재미를 추구하려다 자칫 무리수를 두게 되는 SNS 마케팅의 줄타기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일깨운 사례다. 

충주시 SNS는 페이스북 등에서 B급 이미지로 화제를 모으며 독특한 커뮤니케이션 화법을 구축해왔다. 중간에 담당자가 바뀌었음에도 특유의 스타일을 이어가며 지자체 SNS 활동의 좋은 예로 회자되며 유명세를 떨쳤다. 관련기사 바로가기

잘 나가던 충주시 SNS 활동이 입방아에 오르게 된 계기는 유튜브에 올린 하나의 영상이다. 유튜브상에서 인기를 끄는 언박싱 콘셉트로 충주사과를 홍보하는 내용이었다. 세 개의 사과를 두고 맛으로만 충주사과를 골라내는 것으로, 이 과정에서 당도가 미세하게 떨어진다거나 퍽퍽하다는 평가와 함께 영주사과인 것 같다고 발언한 것이 문제가 됐다.

사실 충주시 유튜브 콘텐츠는 홍보맨의 원맨쇼 형식으로 ‘아무말 대잔치’스러운 드립도 종종 등장한다. 때문에 홍보맨 화법에 익숙하거나 온라인 유머를 이해하는 이들은 웃으며 지나칠 수 있을 정도의 얘깃거리다.

하지만 영주에서 사과 농사를 짓는 이들의 반응은 크게 달랐다. 힘들게 길러낸 자식 같은 과일에 대한 나쁜 평가에 불쾌감을 느꼈다. 급기야 영주시 사과발전연구회에서는 충주시장의 사과를 요구하는 시위까지 벌였다.

결국 충주시는 해당 영상을 삭제하고 유튜브에 사과문을 올리게 됐다. 해당 콘텐츠가 비하의 의도는 없었다 하더라도 미처 생각지 못한 지점에서 오해가 발생했기에 그 부분에 대해 사과한 것이다. 

이처럼 콘텐츠를 만들다 보면 미처 예상치 못한 관점에서 전혀 다른 해석과 반응이 나타나기도 한다.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면 좋겠지만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100% 예방할 수는 없다. 결국 문제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는가가 더 중요하다. 홍보맨이 이번 ‘사과’ 사태를 거울삼아 향후 또 다른 논란을 만들어 내지 않도록 정비하고 관리해 나가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얘기다.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이 대세가 된 시대지만 개별 조직의 속을 들여다보면 고군분투하는 담당자들이 너무나 많다.

SNS 채널을 통해 소통해야 하는 타깃들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보고라인에서 수많은 크리에이티브가 좌절되기도 하고, 많은 부분을 담당자 개인기로 ‘알아서’ 하는 수준에 머무르기도 한다. 특히나 보직이 자주 바뀌는 공무원 조직에선 담당자 변경 후에도 꾸준히 활동을 이어가기는 결코 쉽지 않다.

홍보맨이 유튜브를 시작하게 된 것도 시장님의 ‘너 유튜브해’ 한마디였다. 내가 어떻게 하냐고 투덜거리면서도 3개월 동안 노래하고, 과수원 농활을 가고, 강제 야근도 하면서 1인 크리에이터처럼 콘텐츠를 생산했다. 그렇기에 이번 일로 대외 소통을 담당하는 홍보맨의 입지가 좁아지지 않기를 바란다. ▷관련기사: 여긴 어디? 난 누구? “소통하는 중입니다”

한편에선 영주시가 너른 마음으로 타지역 홍보맨의 도발(?)에 응해줬으면 어땠을까란 생각도 해보게 된다. 충주사과가 맛있는지 영주사과가 맛있는지 자웅을 가르는 콘텐츠로 협업했다면, 충주시의 SNS 팬을 비롯한 디지털 세상에서 영주사과를 더 효과적으로 홍보할 수 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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