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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2시간 근무 해보니…광고쟁이들의 “좋아요” “싫어요”
주 52시간 근무 해보니…광고쟁이들의 “좋아요” “싫어요”
  • 조성미 기자 dazzling@the-pr.co.kr
  • 승인 2019.07.16 09: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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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필요한 회의 사라지고 압축적으로 일하는 문화 조성 중
회사 바깥에서 생각과 일, 업무로 존중 받지 못해…상대적 박탈감 증대

[더피알=조성미 기자] 7월 1일부터 300인 이상의 광고회사에도 주 52시간 근무제가 적용됐다. 대부분 대기업에 속해 있는 인하우스 광고회사인 만큼 1년의 유예기간 동안 제도를 정비하고 시범운영을 통해 제도 안착에 힘써왔다.

▷함께 보면 좋은 기사: 52시간제 코앞 광고계, ‘3D 업종’ 오명 벗을까

시간으로 맺고 끊음이 불가능한 크리에이티브를 발휘해야 하는 현업 광고인들의 체감온도는 어떨까? 52시간이 시행되고 있는 광고회사 제작부서에 소속된 이들의 속내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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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달라진 점은 지리한 회의가 없어졌다는 거예요. 예전에는 어차피 야근하니까 저녁 먹고 와서 슬슬 이야기해 보자는 일이 많았어요. 하지만 퇴근시간에 임박해 회의를 잡거나 불필요한 미팅을 갖는 것은 지양하는 분위기가 조성됐어요. 또 답이 없는 상황에서 회의실에 앉아 모여있기보다 의사결정만 할 수 있도록 압축적으로 회의하는 방식으로 달라지고 있어요.”

“대체휴일이 당연해졌습니다. 한 달 단위로 근무시간을 관리하는데, 주말에 근무하거나 피티가 끝나면 눈치 보지 않고 대체휴일을 사용합니다. 아무래도 회사 분위기가 중요한데요. 관리자의 KPI(핵심성과지표)에 시간 관리가 포함되다 보니 오히려 독려하는 분위기가 조성됐습니다.”

“한 시간 단위로 시간을 운용할 수 있어서 일에 지장을 주지 않으면서도 시간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근무시간이 초과돼 휴가를 내고 싶어도 미팅이나 회의가 잡혀있으면 불가능하잖아요. 미팅이나 촬영으로 인해 초과근무 시간이 발생하면 늦게 출근하거나 일찍 퇴근하는 식으로 시간을 조절합니다.”

“일이 없는데 눈치 보느라 남아 있지 않아도 됩니다.”

안좋아요

“연차가 되는 AE들은 그나마 낫지만, 잡무가 많은 막내들은 공식적으로는 업무종료한 상태로 남은 일들을 처리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강제적으로 정해진 시간 내에서만 책상에 앉아 일할 수 있게 되니 회사에서 쫓겨나 일을 눈치 보면서 해야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업무량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제도를 따라야 하는 현실적인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 전에도 책상에 앉아 아이디어를 떠올리지 않았지만, 52시간을 넘으면 안 되니 종종 다 함께 밖에 나가 일하곤 합니다. 게다가 집에서 일하는 경우에는 근무시간으로 인정받지 못해요. 답답한 회사에 박혀 있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려 노력 중입니다.”

“크리에이티브력을 발휘하는 업의 특성이 깡그리 무시되는 느낌입니다. 생각이란 것도 주 52시간 안에서 해결하라는 발상 같아요. 워라밸이란 목적 하에 개인이 자유롭게 일하는 스타일까지 재단 당하는 기분이라 업무에 몰입해야 하는 입장에선 불쾌합니다.”

“대기업 광고주들의 경우 그들도 52시간을 적용받기 때문에 광고회사의 52시간도 지켜주지만, 여전히 6시 즈음 업무를 요청받습니다. 사회 전반에서 52시간 근무가 정착돼야 할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광고 일 자체가 정해진 시간 안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잖아요. 다른 회사는 신규인력 채용이나 업무량 조정도 이뤄졌다는데… 회사 제도나 운영방식에도 미흡한 점이 아직 있지만, 일을 줄이거나 사람을 늘리는 것에 대한 부분이 시급한 것 같아요.”

“현장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회사 규모별 단계적으로 52시간 시행을 한 것은 알지만, 갈수록 커지는 상대적 박탈감은 어쩌나요? 300인 이상 기업은 원래도 급여나 복지 수준이 높은데, 개인시간까지 보장 받으니 동종업계 종사자로서 이건 뭔가 싶습니다.”

“스스로 일하는 방식에 대해 많이들 고민하고 있습니다. 업무량은 같지만 시간이 줄어든 만큼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것에 대해 생각하는 것 같아요. 생각보다 잘 안착되고 있는 것 같아 ‘더 빨리 시행했으면 좋았을 걸’이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되겠어?’라는 분위기가 많았는데 생각보다 잘 지켜지더라고요.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누구보다 스스로 제도의 안착을 고대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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