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창가’보다는 냉철함 필요한 때
‘죽창가’보다는 냉철함 필요한 때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19.07.15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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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토크] 조국 수석의 SNS 소통, 국민 단결보단 논란 야기한 듯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뉴시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뉴시스

‘되자하네 되고자하네. 다시 한 번 이 고을은 반란이 되자하네. 청송 녹죽 가슴에 꽂히는 죽창이 되자하네’

[더피알=문용필 기자] 동학농민운동을 소재로 한 노래 ‘죽창가’의 일부다.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할 법한 이 노래가 15일 언론을 통해 소개됐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이틀 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언급했기 때문이다. 조 수석은 “SBS 드라마 ‘녹두꽃’ 마지막 회를 보는데, 한참 잊고 있던 이 노래가 배경음악으로 나왔다”며 유튜브 링크까지 걸었다.

얼핏 보면 드라마 삽입곡에 대한 단상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언론은 이를 의미심장하게 바라봤다. 일본군을 상대로 사투를 벌인 동학농민운동 관련 노래를 거론한 시기가 미묘했기 때문이다. 경제제재조치에 나선 일본정부에 맞서 우리 국민들이 뭉쳐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조 수석은 최근 페이스북에 일본 경제제재 관련 게시물들을 잇달아 올리고 있다. 지난 12일에는 황상진 한국일보 논설실장의 칼럼을 게재했는데 제목은 ‘이 뼈저림, 잊지말자’다.

이 글에서 황 논설실장은 “우리 정부와 국민을 농락하는 아베 정권의 졸렬함과 야비함에는 조용히 분노하되 그 에너지를 내부 역량 축적에 쏟아야 한다. 이념과 정파를 떠나 구호가 아닌 실질적 극일(克日)을 도모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베 정권의 노골적인 반한(反韓) 행보에 분노하지 않을 대한민국 국민은 아마 거의 없을 터다. 일본정부의 조치 이후 국민들 사이에서 확대되고 있는 일본제품 불매운동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관련기사: 日정부 경제보복에 ‘재팬 브랜드’ 이미지 타격

하지만 이번 일은 단지 감정적으로만 대응할 순 없는 문제다. 외교적 노력은 물론이거니와 언제 다시 반복될지 모르는 일본정부의 경제제재에 충분히 대비해야 한다. 우리 기업들의 피해 최소화를 위한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 불매운동 등 국민들의 감정적인 반일정서야 충분히 가능하지만 정부는 보다 냉철한 판단으로 이 상황을 돌파해야 한다.

조국 민정수석이 지난 13일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물. 화면 캡쳐
조국 민정수석이 지난 13일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물. 화면 캡쳐

조 수석도 예외는 아니다. 청와대 수석비서관 신분인데다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참모다. 우회적이라고 해도 SNS를 통해 자칫 감정표출로 비쳐질만한 언행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

정치권에서도 비슷한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일례로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15일 불교방송에 출연해 “노래 부르고 페북하고 이런 것들이야 지금 공감은 가지만 전략가들이 할 일은 아니지 않느냐”고 일침했다. 여야가 힘을 합쳐 상황 돌파에 나서야 할 시기에 조 수석의 게시물은 오히려 분란을 야기한 모양새가 됐다.

지적하고 싶은 점은 이 뿐만이 아니다. 일본과의 무역분쟁은 통상과 외교의 영역이다. 민정수석의 업무와는 거리가 멀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외교부 등 대책을 세울 정부조직이 엄연히 갖춰져 있다. 청와대 내부에도 국가안보실장과 경제수석이 있다. 자신의 영역도 아닌데 조 수석이 굳이 논란이 될 만한 게시물로 여론에 오르내리는 건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아 보인다.

일본의 몽니에 맞서 국익을 지켜야 한다는 ‘뜨거운 가슴’은 좋다. 조 수석의 마음은 헤아리고도 남음이 있다. 그러나 재차 강조하건대 냉철한 판단이 선행돼야 사태 해결을 위한 묘수를 마련할 수 있다. 조 수석을 비롯한 청와대, 정부 인사들의 행보와 메시지가 보다 묵직하게 다가오길 바란다. 그래야 국민들의 마음도 보다 단단하게 뭉쳐지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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