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로 장애와 공존하는 이케아, 칸을 놀래키다
기술로 장애와 공존하는 이케아, 칸을 놀래키다
  • 엔자임헬스 양수정, 정희정 본부장 (thepr@the-pr.co.kr)
  • 승인 2019.07.17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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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칸 라이언즈 헬스 참관기
엔자임헬스 PR본부 양수정 본부장/디지털본부 정희정 본부장

봉준호 감독의 황금종려상 수상으로 뜨거웠던 2019년의 칸. 그 열기를 이어 개막한 칸 라이언즈 페스티벌에 엔자임헬스의 직원 두 명이 다녀왔다. 현기증이 날 정도로 빨리 변화하는 기술의 시대에 살고 있지만, 헬스 커뮤니케이션의 중심에는 언제나 ‘인간(사람)’이 위치해 있다. 올해 칸 라이언즈 헬스 역시 수많은 크리에이티브와 기술 혁신 사례들이 쏟아져 나왔는데, 역설적으로 그 중심에는 ‘다양성’과 ‘포용’을 바탕으로 한 따뜻한 인간애로 가득했다.

칸 라이언즈 페스티벌 현장. 엔자임헬스 제공
칸 라이언즈 페스티벌 현장. 엔자임헬스 제공

데이터와 정보가 넘쳐나는 디지털 세계에서 기업들은 언제 어디서나 누구든 기업이 전하고자 하는 정보에 접근할 수 있기를 원한다. 실제로 페이스북 비디오에 캡션만 달아도 정보 노출이 10% 증가하고, 공유가 26% 증가하며, 댓글도 29%나 더 달린다고 한다. 브랜드 웹사이트의 접근성만 높여도 돌아오는 이익이 약 7조 달러(한화 약 8258조원)에 달한다고 하니, 우리 기업들도 정보 접근성에 대해서는 한 번쯤 고민해봤을 것이다.

그럼에도 정보 접근성 확장에 있어 시각장애인 등 마이너리티(소수자)는 주요 고려 대상이 아닌 듯하다. 미국에서의 조사에 따르면 웹사이트의 70%는 아직 어린이, 노인, 시각장애인 등 일명 소외계층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Enable Everybody or Reach Nobody: Why Accessible Brands will Win(모두 가능하거나 아무에게도 접근 안 함: 액세스가 가능한 브랜드가 승리하는 이유)> 세션에서 발표를 담당한 다니엘라 씨(애플 & UN 접근가능성 컨설턴트)는 접근성 향상이 단순히 어린이, 노약자, 시각장애인과 같은 소외계층만을 위한 것이 아니며, 결국에는 모두를 위한 것임을 잊지 말라고 조언했다.

#장애의 선을 넘다

이런 상황에서 기술의 발달은 소외 계층, 특히 장애인의 ‘접근성’을 증진 시킬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일반 캔 음료 뚜껑에 점자가 새겨져 있다. 그 뜻은 무엇일까? 맥주에는 맥주라고, 주스는 주스라고 적혀있을 것 같지만 모두 ‘음료’라고 한다. 콜라를 마시고 싶어 캔을 집었지만 주어진 정보는 단지 ‘음료’라는 것밖에 없는 것이다. 시각장애인들의 정보 접근성이 얼마나 낮은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자 우리의 현주소이다.

그럼 다른 질문을 해보자. “시각장애인이 풍경화를 그릴 수 있다?”“시각장애인은 색깔을 구별할 수 있다?”등에 얼마나 동의하는가? 과거에는 이 질문에 ‘노(No)’라고 얘기했지만, <AI Empowering the Blind Community(AI로 시각장애인 커뮤니티 강화)>라는 세션에서 소개된 기술만 놓고 보면 ‘예스(Yes)’라고 해도 무방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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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5G 통신, AI, 디바이스의 진보를 통해 시각장애인이 사물이나 공간을 확인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을 때 고글처럼 생긴 웨어러블 장비를 착용하거나, 스마트폰 카메라로 보고자 하는 공간이나 물체를 비춰 스트리밍하면 되는 시대가 왔다.

앱을 연결하면 에이전트 또는 AI가 지도를 대신 검색해주고, 스트리밍을 통해 전달되는 정보를 확인해 도움을 필요로 하는 시각장애인에게 어떻게 할지 알려준다. 얼핏 화상통화의 연장으로도 보이지만 기술개발 회사에서는 영상을 통해 수집된 정보를 3D로 인식해서 응용할 수 있다고 한다.

라이언즈 헬스 'AI Empowering the Blind Community' 세션 현장. 엔자임헬스 제공
라이언즈 헬스 'AI Empowering the Blind Community' 세션 현장. 엔자임헬스 제공

첨단 기술이 아닌 ‘적정기술’을 활용해 장애인의 접근성을 높인 사례도 있다. 가장 돋보인 캠페인은 이케아(IKEA)의 공유 가능한 장애인용 어플리케이션이었다. 이 프로젝트는 <기업>과 <제품>, <인식 증진> 부문에서 대상과 2개의 금상을 수상해 3관왕에 올랐는데, 특히 시상식에 캠페인의 장애인 모델이 깜짝 등장해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기도 했다.

장애로 인해 일반인들과 조금 다른 방식으로 물건을 이용해야 하는 사람들은 우리 주변에 언제나, 전 세계 어디에나 존재한다. 이런 분들을 위해 이케아는 이스라엘의 접근성(Accessibility) 관련 단체와 협력해 가정용 가구에 적용할 수 있는 ‘Add-on’이라는 어플을 제작했다.

‘ThisAbles’라는 캠페인 타이틀에서부터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한 번에 와 닿았다. 이케아는 자사 제품 소비자가 더이상 장애로 인해 불편하게 앉아 있거나 서 있어야 하는 상황이 없도록 가구에 부착할 수 있는 부품들을 만들었다. 단추나 지퍼 손잡이를 더 키우거나, 문에 부착해 팔로도 문을 열 수 있도록 한다던가, 소파 다리에 끼워 소파의 높이를 높여주는 방식이다. 얼핏 사소해 보이지만 이런 어플리케이터가 있기 전까지는 장애인은 고가의 맞춤 제작가구나 전문 가구를 사야 했을 것이다.

특히 이 3D 설계 도안은, 오픈소스로 전 세계에서 다운로드 받아 3D 프린터로 만들어 사용할 수도 있다. 사용법은 유튜브 채널에도 올라가 있으니, 주변에 불편을 겪고 계신 분들이 있다면 알려주셔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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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티브 금기를 넘다

<Health & Wellness(건강과 잘살기)> 부문 통합 캠페인 금상과 필름 크래프트 은상으로 2관왕을 차지한 ‘Viva La Vulva(여성 만세)’ 캠페인은 여성의 성기에 대한 사회적 금기, 그로 인해 건강마저 위협받는 현실을 정면으로 마주한다. 여성청결제 브랜드 ‘Essity’에서 시작한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는 여성 성기를 터부시하고 ‘품위’라는 미명 하에 기존 미디어에서 콘텐츠가 삭제되어 버리는 현실을 조명했다. 또한 포르노 등으로 왜곡·해석되는 여성의 성기에 대해 커뮤니케이션할 권리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이런 ‘금기의 문화’ 속에서 주체이자 당사자인 여성은 무지 혹은 당혹스럽다는 이유로 생명과도 직결되는 자궁경부암 검진의 기회마저 놓치거나 져버리게 된다는 것. 이에 Viva la vulva 프로젝트는 최대한 다양한 상황, 채널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여성의 성기를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칸 라이언즈 헬스 강연회와 수상작들은 “크리에이티브에 한계는 없다”는 진리를 다시 한번 일깨워줬다. 까다로운 규제와 증거 중심의 커뮤니케이션으로 창의력을 발휘하기 힘든 분야로 알려진 헬스케어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다양한 제약 조건을 극복하고 나온 크리에이티브이기에 오히려 더 밝게 빛났는지 모른다. 또한 그 결과물들이 소외계층을 아우르는, 사람을 향한 따뜻한 포용과 다양성을 담고 있기에 더 가치 있었을 것이다.

인간을 향해 진화하는 커뮤니케이션, 차가운 기술의 발달 속에서도 헬스 커뮤니케이션은 결국 따뜻한 인간애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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