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MBC 아나운서들
위기의 MBC 아나운서들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9.07.19 18:56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직장내 괴롭힘 방지법 첫 타자로 입길
손정은 SNS 글 ‘불쏘시개’로…개개인 돌출 발언 자제돼야
MBC 16,17 사번 해직 아나운서들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16일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직장 내 괴롭힘 진정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뉴시스

[더피알=강미혜 기자] MBC의 내우가 깊어지는모양새다. 시청률 하락에 따른 경영악화 상황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가운데 최근엔 비정규직 처우 문제가 ‘직장내 괴롭힘 방지법’과 연결되며 MBC를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이 과정에서 내부 구성원의 불필요한 목소리가 외부로 흘러나와 ‘공영방송’ 이미지에 상처를 내고 있다.

괴롭힘 방지법 시행 첫날인 지난 16일, ‘직장내 괴롭힘’으로 공개적으로 지목된 첫 타자는 다름 아닌 MBC였다. 계약직 아나운서 7명은 서울고용노동청 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의 부당한 상황을 사회에 호소하고자 이 자리에 왔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괴롭힘 방지법’에서 김영란법 그림자가 보인다

2016~2017년 MBC에 계약직으로 입사했다가 2017년 12월 경영진 교체 이후 계약 해지된 이들은 법원에서 ‘부당해고’ 인정을 받고 현재는 근로자 지위를 임시로 보전받은 상태. 그러나 이후에도 회사가 자신들을 격리된 업무 공간에 배정하고 아나운서 업무에서도 배제시켰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MBC 측은 “이들의 각종 부적절한 대외 발표와 사실과 다른 언행에 대해 직접적 대응을 삼간 채, 계약기간 만료에 따른 퇴사가 부당해고 해당하는지에 대한 법적 판단을 기다려왔다”면서 “내부 조사와 후속 조치, 그리고 법적 판단이 내려질 때까지 소모적인 논란과 갈등을 초래할 수 있는 행위에 대해 자제해달라”고 입장을 밝혔다.

아직 1심 판결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 서로의 잘잘못을 판단하긴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언론으로서 사회적 문제를 보도하는 MBC에서 괴롭힘 이슈가 돌출됐다는 점은 아이러니다. 여기에 더해 손정은 아나운서의 ‘SNS 훈수’는 안하니만 못한 일침으로 노이즈를 증폭시켰다.

손 아나운서는 17일 개인 인스타그램에 “얘들아”라는 말로 운을 띄우며 이번 사태에 대한 심경을 드러냈다. 그는 “2016년 3월 사회공헌실로 발령나던 날이 생각난다”며 회사의 부당한 인사발령에 마이크를 내려놓아야 했던 자신과 동료들의 자리가 계약직 대체 인력인 ‘너희들’로 채워졌다고 했다.

“그저 방송을 하러 들어왔을 뿐인데, 들어오는 방송조차 하지 말아야 하는 거냐 할 수 있겠지. 나는 그런 너희가 안쓰럽고 또 기특하기도 했다”는 손 아나운서는 “하지만 이제 어떻게든 MBC에 다시 들어와야겠다며 몸부림치는 너희의 모습이, 더이상 안쓰럽게만 느껴지지는 않는구나”라며 MBC의 괴롭힘을 호소한 ‘임시 아나운서들’에 대해 쓴소리를 냈다.

MBC를 '사내 괴롭힘 방지법'으로 신고한 계약직 후배 아나운서들을 향해 쓴 손정은 아나운서의 인스타그램 글 일부.
MBC를 '사내 괴롭힘 방지법'으로 신고한 계약직 후배 아나운서들을 향해 쓴 손정은 아나운서의 인스타그램 글 일부.

정치적 외압에 따른 MBC 구성원들의 오랜 고통과 내홍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손 아나운서 역시 방송에서 배제된 채 힘겨운 시간을 견뎌야 했다. 오래간만에 뉴스 앵커 자리로 돌아온 그의 모습에 많은 시청자가 응원과 격려를 보냈던 이유다. 그런데 불과 2년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입장이 바뀌어 갈등을 빚고 있다.

무엇보다 손 아나운서의 발언은 문제 해결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아 보인다. 의도가 어떻든 간에 직접적 대응을 삼간 채 법적 판단을 조용히 기다려온 MBC와 달리 직접 대응으로 분란을 일으켰다. 후배들을 향한 손 아나운서의 ‘선배 말투’도 누구에게나 공개된 SNS라는 공간에 어울리는 화법은 아니었다.

아니나 다를까 손 아나운서의 인스타 글은 수많은 기사를 양산했다. MBC가 처한 내홍을 부각시키는 불쏘시개가 됐다. MBC 노동조합(제3노조)은 18일 ‘손정은, 당신도 계약직 아나운서였다’는 제목의 성명을 내며 강한 유감을 표명했고, 바깥에서 MBC를 지켜보는 여론도 극명히 갈리는 분위기다. 밤새 고민하다 쓴 글이 결국 긁어부스럼을 만든 셈이다.

“아나운서의 위기에 대해 아나운서국에서도 심도 있는 토론을 거친 끝에 외부 활동을 지지해주기로 했다.”

지난 10일 MBC 예능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손 아나운서의 발언이다. 자신이 연기자로 변신한 이유에 대한 설명이었다. 달라진 미디어 환경 속에서 MBC 아나운서들이 새로운 도전을 감행하며 존재감을 키우기 위해 애쓰는 노력이 여실히 느껴졌다. 앵커의 냉철한 이미지와 달리 ‘허당미’를 뽐내는 손 아나운서의 인간적인 매력도 돋보였다.

그런데 일주일 만에 후배들의 이기심을 지적하는 ‘선배 아나운서’로 숱한 입길에 오르내리고 있다. 과한 충정으로 MBC 아나운서들의 현주소를 공연히 재확인시켜 준 격이다. 위기 상황에서 구성원들은 회사와 목소리를 같이 해야 한다. 개인의 돌발 행동은 조직이 위기를 컨트롤하는 데 걸림돌이 될 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2019-10-10 09:47:06
주변에 아나운서 준비하는 사람 없나보네 있으면 저 계약직 아나운서들 하는 꼴이 얼마나 이기적인 건지 알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