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이 ‘공유오피스화’ 되고 있다
대기업들이 ‘공유오피스화’ 되고 있다
  • 조성미 기자 (dazzling@the-pr.co.kr)
  • 승인 2019.08.01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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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적인 사무실 형태 벗어나 업무공간 혁신ing
워라밸 시작점이자 창의적 업무성과 기대

[더피알=조성미 기자] 출입구에서 가장 안쪽에 조직의 장(長)이 앉아 있고 서열에 따라 순서대로 자리를 배정받는다. ‘사무실’하면 으레 떠오르던 일반적인 공간이 달라지고 있다. 스타트업 등 창의적인 업무로 성과를 내는 이들이 사용하고 있는 ‘공유오피스’ 스타일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5월부터 공유오피스로 운영되는 SK C&C는 구성원이 직접 유튜브 영상을 통해 업무공간을 소개했다. 출근길 스마트폰을 이용해 오늘 일할 좌석을 정한다. 중요한 보고서를 작성하는 날에는 초집중 좌석을, 유관팀과 회의가 많은 날은 협업존을 이용하는 식이다.

사측은 “공유오피스는 일하는 방식 전반을 혁신하는 과정에서의 구체적 실행 프로그램”이라며 “조직단위로 모여 근무하는 기존 틀을 벗어나 과제 및 프로젝트 중심으로 업무효율과 시너지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변화는 SK그룹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SK서린빌딩도 공유오피스로 변신하기 위해 리모델링을 진행했다. 물리적 공간 변화를 통해 갇혀있던 사고의 껍데기를 깨고 행동 변화를 만들어 내려는 작업의 일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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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카드 역시 수평적 기업문화를 조성하고 긴밀한 협업을 촉진하기 위해 파티션을 배제하고, 다양한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질 수 있도록 책상을 유연하게 배치했다. 간단한 회의라면 굳이 회의실에 갈 필요 없이 높낮이 조절이 가능한 책상을 올리고 서서 의견을 교환할 수 있다.

임원들에게도 일반 직원과 동일한 사무 공간이 제공됐다. 직급에 관계없이 앉아 있어 옆자리 임원들과도 자연스러운 커뮤니케이션이 많아졌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현대모비스도 얼마 전부터 스마트오피스를 시범운영하고 있으며, KEB하나은행 을지로 사옥 24층에서 공유오피스를 실험해보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비단 사기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청주시는 지난 4월 지자체 중 처음으로 공유좌석제를 시작했다. 정책기획과, 행정지원과, 도시재생기획단 등 3개 부서의 칸막이를 제거해 50여명의 구성원이 열린 공간에서 자유롭게 일한다.

현대카드·현대캐피탈 여의도 본사 사무공간.
현대카드·현대캐피탈 여의도 본사 사무공간.

일련의 사무공간 혁신 시도에 대해 유준희 조직문화공작소 AIPU 대표는 “기존 관료적 공간에서 일부러 보고하러 가지 않으면 만날 수 없던 사람들도 공유좌석제에서는 우연하게 만날 확률이 높아진다”며 “만난 김에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 자체로 소통의 기회가 늘어나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다양한 직원들과 비예측적인 만남과 소통을 경험하고 그동안 익숙했던 것에서 벗어나면서 새로운 생각과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혁신적 업무환경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공유형 오피스 바람이 불고 있는 데에는 무엇보다 공간의 제약 없이 어디에서나 일할 수 있는 스마트워크의 발전이 한몫 한다. 일례로 롯데물산의 스마트 오피스 역시 무선 랜(LAN)을 기반으로 유동적 업무환경을 꾸렸다.

LS니꼬동제련은 자리를 옮겨도 하던 업무를 이어서 할 수 있는 가상화 PC 시스템을 구축했다. 더불어 타인에게 방해가 될 수 있는 장시간 통화도 맘편히 할 수 있는 폰부스를 곳곳에 마련해 뒀다. 완벽한 방음으로 보안이 필요한 사안은 물론, 사적인 통화도 할 수 있어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은 공간으로 꼽힌다.

더 나아가 단순히 업무 효율을 높이는 차원을 넘어 구성원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도 변화하고 있다. 업무 성격에 최적화된 자리를 제공해주는 것이다.

혼자서 고민할 수 있는 독립된 공간이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자리, 또는 피곤하고 리프레시가 필요한 순간에 걸맞은 공간 등 환경적 변화를 통해 창의적인 자극을 주려는 취지다. 무엇보다도 ‘눈치 안보고 퇴근할 수 있다’는 한 구성원의 말처럼 워라밸의 시작점이 되기도 한다.

“창의성을 키워주는 사무환경의 변화가 결국 조직의 혁신 및 기업의 성과로 이어진다”고 말하는 퍼시스 사무환경연구팀은 “최근 기업들이 업무효율성을 높여주는 사무환경 구축, 업무 몰입도와 창의성을 높여주는 다양한 공간 제공, 오래 앉아 일하는 직원들의 건강을 고려한 사무환경 등 세 가지를 중심으로 업무공간을 변화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준희 대표는 “관료적인 위계 때문에 자기주도적으로 일 할 수 없는 환경을 바꿔보자는 조직구조의 변화가 반영된 것”이라며 “이러한 흐름 속에서 수평적 문화, 직급파괴 등과 함께 공유좌석제 등의 물리적 변화도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청주시의 공유사무공간 비채나움에서 근무중인 공무원의 모습.
청주시의 공유사무공간 비채나움에서 근무중인 직원들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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