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쯤은 ‘레트로 홍보’
한 번쯤은 ‘레트로 홍보’
  • 김광태 (doin4087@hanmail.net)
  • 승인 2019.08.01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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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태의 홍보一心] 광고예산 삭감에 언론도 홍보도 비상
산업부 데스크들 ‘소액’도 애걸…50대 홍보임원들은 ‘디지털 만학도’

[더피알=김광태]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언론이나 홍보나 비상이다. 언론사는 연일 매출 비상대책 회의고, 홍보는 예산이 30%나 깎였다고 아우성이다.

가장 다급해진 곳은 이른바 메이저 언론사다. 홍보실에서 주는 협찬도 감소했지만 광고효과를 고려한 제품·서비스 마케팅 광고가 경기 침체로 대폭 줄었기 때문이다. 급기야 주요 신문사 산업 데스크들이 직접 기업을 방문해 1000만원 협찬 요청, 그것도 안 되면 500만원 수준도 애걸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예전 같으면 자존심 상해서 쳐다도 안 볼 ‘소액’에 목을 매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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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홍보팀의 살림살이도 팍팍해졌다. 예산문제로 이미 광고 집행의 자율권을 잃었고 재무와 일일이 협의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심지어 언론활동비마저 줄이라는 회사도 나오고 있다.

‘타점 높은 기사’로 먹고 살아가던 인터넷 언론들도 새로운 자구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파이는 그대로인데 매체수는 계속해서 늘고 있고, 포털이 뉴스검색 제휴 문턱을 낮추면서 ‘네이버 프리미엄’도 평가절하됐다. 입점 문턱이 높았을 때만 해도 네이버 검색 매체 거래 가격이 최하 5억이었는데 지금은 1억 중반대로 폭락했다고 한다.

변화한 미디어 환경 속에서 기업의 오너나 최고경영자의 입장도 달라졌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인터넷 매체에 홍보예산을 증액해 대응하라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돈을 쓰나 안 쓰나 감당이 안 되긴 마찬가지여서 쿨하게(?) ‘삭감 지시’가 떨어지고 있다. 그 바람에 홍보부서는 부담을 덜게 됐다.

잘못되거나 불리한 기사가 등장하면 크든 작든 언론사로 뛰어가 갖은 방법으로 달래야 했는데, 이제는 내용상 명백한 잘못만 통보하지 관점이나 해석 차이로 인한 ‘아픈 기사’는 삭제해 달라고 요청하지도 않는다고 한다. 무리한 보도나 틀린 내용은 자체 뉴스룸을 통해 해명하고, 필요시 다른 매체를 이용해 바로 잡은 기사를 후속으로 내보내는 언론홍보 활동을 병행하기도 한다.

기자와의 스킨십도 한층 가벼워졌다. 저녁 술자리 대신 점심하면서 맥주 한두 잔 마시고 끝내는 경우가 많다. 모 그룹 홍보임원은 일주일에 많아야 두번 정도 저녁자리를 하는데, 그것도 과거처럼 언론인 요청에 응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필요한 편한 상대를 선별한다고 했다.

기자들도 시간적 여유가 많아졌다. 특히 큰 언론사는 주 52시간제 적용 대상이어서 일주일에 두 번은 반드시 쉬는 형태로 바뀌어 가고 있다. 기자가 워라밸을 찾아가는 것과 달리 종이신문의 사양길은 계속되고 있다. 2022년이 되면 인쇄기를 돌려나오는 종이신문이 사라진다는 얘기도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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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환경 변화의 속도를 체감할 수 있을 정도이다 보니 온라인·모바일 쪽으로 방향을 틀어 열심히 공부하는 50대 홍보임원도 적지 않다. 어떻게 몸부림쳐도 뉴미디어의 대세 흐름은 막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과거 아날로그 시대의 활약상을 젊은 직원들 앞에서 자랑 삼아 얘기하면 눈치 없는 꼰대 취급을 받기 십상이다.

돈으로 하는 언론홍보 시대는 막을 내렸다. 뉴스라는 콘텐츠도 그 자체로서의 뉴스이지, 돈으로 치환되는 세상은 빠르게 저물어가고 있다. ‘영업전략’을 바꾸지 않으면 1~2년 문 닫는 매체들이 많아지지 않을까 생존이 걱정될 정도다.

그러나 언제 어떤 문제로 위기가 닥쳐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럴 때일수록 홍보가 갖춰야 할 마인드는 ‘역지사지(易地思之)’다. 요즘 3050 세대에도 복고풍 레트로가 일고 있는 것은 스마트 시대 이전의 인간미를 찾고 싶은 심리가 바탕에 깔려있다고 분석된다.

디지털 질병은 아날로그만이 치료 약이다. 머리가 아닌 마음을 이어주는 소통, 누구도 적응하기 힘든 요지경 미디어 세상이지만 한번쯤 레트로 홍보에서 답을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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