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언론에 손 뻗는 건설사들,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
중앙언론에 손 뻗는 건설사들,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19.08.0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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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기반 중흥·호반건설, 헤럴드·서울신문에 각각 통큰 투자
대주주 직·간접적 홍보매체 전락 우려…“서울신문 내부 (호반) 쫓아 내야 한다는 의지 강해”

[더피알=문용필 기자] 건설사의 중앙 언론 진출이 언론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시장논리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중립적 평가, 주주 이해관계로 저널리즘 기능과 편집권 독립이 훼손될 것이라는 부정적 평가가 공존한다. 현장 목소리를 통해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를 살펴본다. 

지난 5월 중순, 언론계의 시선을 집중시킨 소식 하나가 전해졌다. 중흥그룹이 헤럴드를 인수했다는 뉴스였다. 중흥은 47.8%의 지분을 확보, 헤럴드의 새로운 최대 주주로서 경영권을 확보했다.

뒤이어 정찬선 중흥그룹 회장이 헤럴드 회장으로 공식 취임했다. 이에 대해 중흥 관계자는 “사업을 영위하는 수단으로 삼기보다는 언론 그 자체를 두고 (회사가) 취할 수 있는 정보를 통해 사업 다각화 방안을 모색해보자는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인하우스 언론사’ 된 헤럴드

6월에는 서울신문의 지분 19.4%가 호반건설에 매각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포스코가 보유하고 있던 지분 전량을 인수한 것. 이에 따라 호반은 단숨에 3대 주주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공교롭게도 중흥과 호반은 모두 광주·전남에서 성장해온 중견건설사라는 공통점이 있다. ▷관련기사: 호반건설은 왜 서울신문 지분을 인수했나?

건설자본이 언론사업에 손을 대기 시작한 게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각 지역을 기반으로 성장해온 건설사들이 해당 지역 언론사의 경영권이나 지분을 확보하는 케이스는 심심찮게 있었다. 실제로 중흥은 광주·전남 지역신문인 남도일보의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고, 호반은 계열사를 포함해 광주방송(KBC)의 지분 39.59%를 갖고 있다.

부영건설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계열사인 부영주택이 인천일보 지분 49.87%를, 이중근 회장 이 한라일보 지분 49%를 소유하고 있다. 영남일보의 최대 주주(49.19%) 자리는 운강건설이 차지하고 있으며, 두진건설은 청주방송(CJB)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그럼에도 중견 건설사들이 근 한 달 간격으로 중앙 언론사의 대주주가 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언론계 안팎에서 갖가지 해석과 추측이 난무하는 것도 결코 무리가 아니다. 특히 서울신문은 노조가 들고 일어났다.

서울신문 노조와 우리사주조합은 당장 성명을 내고 “건설사가 20%가 채 안 되는 언론사의 지분만 갖고자 자금을 투자할 이유는 없다”며 “포스코를 시작으로 기획재정부나 우리사주조합, KBS 등 나머지 지분을 매입해 끝내는 경영권을 쥐려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신문 한 관계자는 “호반이 헛돈을 쓰려고  (대주주로) 들어온 것은 아닐 것”이라며 “(신문사를) 인수하려는 의지가 있으니 그런 것 아니겠느냐” 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 같은 지분구조 변화에 급기야 편집국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서울신문은 특별취재팀까지 구성해 새로운 주주를 저격하는 시리즈 기사를 잇달아 내놨다. 반감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 할 수 있는 대목.

회사 관계자는 “(내부에선) 쫓아 내야 한다는 의지가 강하다”고 했다. 구성원들의 부정적 시선은 7월 19일자 사설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신문은 “소셜미디어가 정보 유통의 채널로 전환되고 전통적인 언론의 기능이 약화하는 가운데 자본력을 내세운 인수합병은 해당 언 론이 공공재로서 저널리즘의 가치를 제대로 구현할지 의문스럽게 한다”고 의구심을 나타냈다.

또한 “혹여나 개발사업에 뛰어드는 사기업의 이익을 옹호하는 등 방패막이로 악용되는 것이 아닐까 우려 한다”며 “언론사 사주의 이익을 옹호하려고 기자들을 로비스트로 활용하고 전파와 지면을 사적으로 유용한 사례는 부지기수”라고 비판했다. 이처럼 ‘돈 쓰고 욕 먹는’ 상황에서 호반건설은 사측의 입장을 묻는 기자의 취재에 노코멘트 했다. 

강약의 차이는 있지만 서울신문 사설 내용은 건설 자본의 업계 유입을 바라보는 언론인들의 우려와도 상통한다. 지역 언론인 A씨는 “(건설사들은 지역 언론 사주가 되면) 관급공사나 소유지의 용도변경 등에 있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 같다”며 “실제로 그렇게 의심 살만한 일들도 지역 사회에서 많이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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